졸업선물이자 대학생활에 대한 오마주, 「승강이」 쓴 이진송씨 인터뷰

 

“「승강이」는 제가 쓴 첫 번째이자 세 번째 장편소설이에요. 2011년에 첫 번째로 썼던 장편소설에서 등장인물 이름도 바꾸고 설정도 바꿨지만 기본뼈대와 소설이름만은 바꿀 수 없었어요. 제게 주는 일종의 졸업선물인 동시에 대학생활에 대한 오마주였기 때문이죠.”

제7회 ‘이화글빛문학상(글빛문학상)’에 이진송(국문‧12년졸)씨의 소설 「승강이」가 당선됐다. 입학 때부터 글빛문학상에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어 결국 졸업 직전 글빛문학상을 수상한 그를 17일 ECC에서 만났다.

이씨는 「승강이」에서 소설 창작 스터디인 ‘승강이’의 멤버들이 소설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통해 20대 소설 창작 지망생의 일상과 고민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심사위원 김미현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본인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소화했다”며 문학 자체에 대한 사랑을 잘 표현했다고 평했다.

이씨는 2009년 여름방학 동안 국어국문학과 친구들과 작가들의 성향 등을 분석하고 창작 꽁트, 단편을 평가해온 스터디 그룹 ‘승강이’에서 소설의 모티브를 땄다.

“‘승강이’는 저희가 매일 옥신각신하고 승강이를 벌였다는 점에서 스터디의 성질이나 목적에 제일 부합하는 이름이었죠. ‘너는 맨날 똑같은거 쓴다’, ‘집어치워라’ 등 서로 거침없이 지적했거든요. 저희가 아무리 기성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침 튀기며 논해도 사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잖아요. 하지만 그런 문학작가지망생들의 하찮음이 정말 좋았어요.”

스터디가 끝난 해 ‘승강이’를 주제로 한 장편소설 플롯을 짜놨지만 과제, 수업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 완성하지 못했다. 이후 작년 2월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던 중 글빛문학상을 위해 「승강이」를 완성하기로 결심해 1년 만에 집필을 끝냈다. 글빛문학상 마감 일주일 전에는 노트북이 고장나 애를 먹기도 했다.

“글을 쓰는 장소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지만 노트북에는 민감해요. 노트북에 손을 올렸을 때, 키보드에 닿는 촉감이 맞아야 하죠. 그래서 같은 노트북을 5년째 쓰고 있는데 마감 일주일전에 고장이 났어요. 5일 동안 글을 쓸 수 없었죠. 우여곡절 끝에 손에 맞는 후배의 노트북을 발견해 겨우 「승강이」를 다 썼어요.”

우울한 분위기의 글을 자주 썼던 이씨는 이번 소설에서 직설법과 가벼운 어투를 사용해 뛰어난 가독성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씨의 문체가 바뀐 데에는 친구들과의 스터디가 한몫했다.

“저는 밖에서는 까불면서 속으로는 음울한 「인간실격」의 ‘요조(패배의식에 사로잡힌 우울한 캐릭터)’ 같았어요. 평소 제 모습을 보고 코미디 소설을 기대했었던 같은 스터디의 선배가 제 글을 보더니 ‘왜 네가 잘할 수 있는 걸 안하냐’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 때 처음으로 제가 말하는 스타일로 소설을 쓰려고 시도해 글에 유머도 섞었죠.”

이씨는 「승강이」에서 ‘소설쓰기’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편견으로 인한 폭력 문제, 소수자 문학으로써의 문학의 정체성 등도 다뤘다.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던 이씨는 철학, 여성학 등을 공부하며 익숙한 세계를 뒤집을 수 있는 소설을 지향하게 됐다.

“철학 수업에서 다양한 철학자를 공부하고 어릴 시절 세계명작 읽던 때와는 다른 기분으로 카프카 등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세계를 바라보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보기 시작했어요. 여성학도 남들이 모두 당연하게 보는 것을 전혀 다르게 보는 것이라 신선했죠.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거나 조화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승강이」는 어머니가 미국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적이 불분명한 아버지가 한국인이라고 굳게 믿고 부모에 대한 소설을 쓰고자 하는 혼혈아 ‘강’의 이야기도 다룬다.

“친구들은 ‘강’에게 엄마가 양공주이겠거니 시비를 거는 한편 인기 많아서 좋겠다고 빈정대기도해요. 우리 사회가 백인 혼혈에 대해 편견과 환상을 동시에 갖고 있는 거죠. 백인 혼혈 남성과 맺는 관계도 편견, 환상, 차별의 측면에서 여러 차례 비틀어보려고 했어요.”

이씨는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다. 여성정책연구원에서 기사를 쓰고 정책 등을 제안하는 젠더 텔러로 활동하기도 했다. 폭력, 권력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독일 국민들이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죄의식을 가졌으면서도 질서의식이 대단한 이중성을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죠. 여성학적으로도 독일은 재미있는 나라예요. 대학 내에서 학생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고 아버지들이 유치원에 아이를 맡겨요. 이런 사소한 장면들이 우리 사회현실과 비교해봤을 때 낙원으로 보였어요.”

그는 소설이 너무 좋아서 갈 수 있는 데 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소설을 쓰는 것만으로 알 수 없는 세계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문학을 배우고 쓰겠다는 이씨는 앞으로 여성, 노동, 식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여성의 노동을 사회가 노동과 비노동으로 구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쓰고 싶어요. 또 먹는 것을 죄악시하게 되는 현상에 반기를 든다는 의미에서 육식주의자, 폭식에 대한 소설도 써보려고요. 즐거운 것, 괴로운 것 모두 다뤄보고 싶어요.”

 

제7회 이화글빛문학상 이진송씨의 「승강이」 당선

출판부가 주최한 제7회 이화글빛문학상 시상식이 16일 오후3시30분 본관 1층 접견실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선욱 총장, 당선자인 이진송(국어국문학 석사과정)씨, 김훈순 출판부장, 심사위원인 김미현 교수(국어국문학과) 등이 참석했다.

수상자인 이씨에게 상패 및 상금을 전달한 김선욱 총장은 “「승강이」가 문학이 살아있는 삶과의 소통임을 보여주었다는 점 등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나아갈 길에 이화글빛문학상이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선작인 「승강이」는 소설 창작 스터디 ‘승강이’에 신입으로 들어간 주인공과 기존 멤버들이 소설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김미현 교수는 “유일한 투고작이자 당선작이기도 한 「승강이」는 진지한 주제들이 리드미컬한 구어나 유머러스한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돼 가독성이 뛰어나다”며 “소설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 자체가 문학에 대한 절대 사랑임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씨는 “글빛문학상은 처음으로 장편 소설을 쓰게 된 계기이기 때문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 역할을 할 것 같다”며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스터디를 함께 한 친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화글빛문학상은 젊은 세대에게 글쓰기 문화를 장려하고, 미래의 소설가를 꿈꾸는 이화인들을 격려하고자 제정됐다. 이화글빛문학상은 2월 졸업 예정자를 포함한 본교 학부, 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2월 말에 원고 접수를 마감한다. 5월 초에 당선작을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당선작을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2006년~2011년 당선작 「꽃이 떨어지면」, 「연화전」, 「Andante, 안단테」, 「불가사리 전선」,  「우주열차」가 출판부에서 책으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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