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의 창간 4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1954년 2월 12일 4면 타블로이드판으로 시작된 이대학보 제 1호는 창간 47주년을 맞는 오늘로서 제 1171호를 맞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이세상을 말씀으로 창조하셨듯이 이화는 학보의 언론을 통해 이화의 눈화와 공동체정신, 이화의 소리를 창조해 왔습니다.

지난 47년간 이대학보는 부조리와 억압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 정의와 민주, 인간화의 가치를 일깨우는 시대의창이 되어 왔습니다.

창조적 지성과 풍부한 감성으로 한국문화의 대지를 풍요롭게 하는 대학문화·청년문화의 용광로였으며, 다양한 개성과 목소리를 지닌 이화를 하나의 공동체로 결집시키는 이화인의 열린 광장이었습니다.

21세기 지식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은 사회 각 부문의 구조와 기능을 폐쇄에서 개방으로, 수직에서 수평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유발시키면서 창의성, 유연성, 섬세성의 토대 위에 조화와 협력, 통합과 연계성을 중시하는 여성적 가치와 특성을 새로운 문명 창출의 원동력으로 부상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점에서 여성적 가치와 특성을 주류화하면서 상호보완적이고 상호상승적인 21세기 통합문명을 창출해 가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과제입니다.

눈을 돌려 한국사회를 보면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는 숨가쁘게 진행되는 경제적·문화적 세계화 대열에 편입되어 혹독한 경제 위기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현재에도 경제적 기반은 취약하고, 정치적 소용돌이는 계속되며, 부정과 부패가 일상화된 파행적인 경쟁과 갈등이 곳곳에서 넘쳐납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상생의 지혜보다는 자신의 이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극단적 이기주의 가 사회에 만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한 것은 민주적인 경쟁력, 투명한 도덕적 능력에 기반한 보다 성숙한 민주사회, 보다 인간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대학보는 이러한 시대적·세계사적 책임에 의미있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대학보는 2만 명에 이르는 이화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와 지향을 대변하는 신문입니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나아가는 언론은 대중으로 하여금 올바를 역사발전의 방향을 인식케 하고, 공동체의 비전을 호흡하면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21세기 이화는 교육과 연구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지닐 뿐 아니라 세계여성을 위해 헌신하는 세계여성지성공동체의 거점이 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대학보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합의과정을 이끌어냄으로써 이화인 모두가 새로운 비전과 과제, 발전 방향을 공유하여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동체를 엮어내는 단단한 고리의 역할을 담당하애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대학보는 젊은 신문입니다.

편협한 시각과 배타적 이기주의를 경계하며, 기성 언론의속보주의와 상업주의, 안일주의에 타협하지 않아야 하며, 현실에 정확하게 뿌리내린굳건한 현실감각의 바탕위에서 청년다운 패기와 이상, 도전정신을 잃지 않는 진정 젊은 신문이 되어야 합니다.

21세기의 필수품인 인터넷은 구텐베르크의 금속인쇄기술 발명후 인류가 그 문명의 산물인 지식정보를 생성, 유통 및 축적해온 가장 중요한 형태인 출판인쇄를 약화시키면서 온라인에 의한 오프라인의 대체를 급속도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정보화에 따른 여러 변화는 일방적 전달체계가 아닌 쌍방향 전달체계의 상호 반응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이대학보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한 명확한 자기인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범람하는 정보의홍수 속에서 참된 지식과 정보의 정수를 찾아내고, 첨단과학기술문명 속에서 더욱 소중히 지켜가야 할 인간적 가치와 정신을 담아내며, 시대의 유행을 기민하게 포착하는 것을 넘어서 큰 비전으로 시대와 세계사적 변화를 아우를 수 있는 통찰력과 지혜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대학보 창간 47주년을 맞이하면서, 지난 47년 이대학보가 지나온 길이 지극히 진취적이고 푸르렀듯이 이대학보가 열어갈 앞으로의 역사도 푸르고 드높고 무궁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이화를 가장 정직하고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과 같이, 21세기 통합문명을 선도하는 인간적인 비전과 방향감각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같이, 정의와 진리, 기독교적 세계관·인간관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파수꾼으로서 그 본분을 다함으로써 21세기에도 이화가 사랑하고 자부하는 이대학보가 되기를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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