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예술창작센터 ‘감(感), 좋다’ 직접 들어보니
홍은예술창작센터 ‘감(感), 좋다’ 직접 들어보니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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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강약으로 알아본 미술작품의 비밀



 “자신의 양 검지를 일렬로 세우고 나에게 멀리 떨어진 뒤쪽 손가락에 눈을 고정시킨 뒤 앞쪽 손가락을 바라보세요. 앞에 있는 손가락이 한 개가 아닌 두 개로 보이죠? 우리의 눈은 ‘두’ 개이기 때문에 두 개로 보이는 게 당연한 거예요. 한 개로 보이는 것은 인간이 한 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죠.”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 진행된 ‘숨었다 드러나는 선(미술사에서 선의 위상)’ 수업을 맡은 백정기 강사는 알브레히트뒤러의 ‘원근법은 객관적인 표현 방법이다’는 주장을 손가락을 이용해 잘못된 주장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투시원근법은 대상의 크기를 거리와 반비례로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약10명의 시민은 자신의 손가락을 이용해 예술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변하는 사고의 지평에 따라 드러나고 사라지는 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동일한 시기에 그려졌지만 평면적으로 그려진 이집트 미술과, 입체적으로 보이는 그리스의 그림을 비교했다. 그는 이러한 차이가 자연환경이 척박한 이집트와 자연이 풍요로운 그리스의 자연환경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원전 1천400년경에 그린 이집트의 ‘네바분의 정원’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며, 선이 강렬하다. 반면, 기원전 2세기에 그린 그리스의 ‘목신의 머리’는 선이 부드럽고 희미하다. 

 “이집트는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그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관념을 믿고 그림을 추상화시켜요. 반면, 자연환경이 풍요로운 그리스는 느긋하고 여유롭기 때문에 그림이 안정되고 선이 희미하게 나타났죠.”

 그는 피렌체와 베네치아 지역에서 활동했던 작가의 그림을 비교하며 경제 환경이 선의 강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수도인 피렌체에서 활동한 보티첼리는 정확한 형태를 중시하고 이상주의를 주장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의 선은 또렷하다. 그러나 해안가에 위치해 무역이 활발했던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과르디는 그림을 그릴 때 엄밀하지 않았다. 그는 선을 희미하게 표현해 회화적인 색채주의를 특색으로 삼았다.

 이 외에도 과학과 종교적 태도, 이성과 감성, 위대한 목표 등에 따른 선의 강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며, 위대한 목표가 있는 경우 선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 주제에 대해 “일반인이 미술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리는지 생각해봤다”며 “보다 친숙한 주제를 다루고 싶어 드로잉을 주제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선의 위상에 대한 이론 수업이 끝난 후 직접 ‘보이는’ 선을 따라 그리는 실습 시간이 이어졌다. 그는 직접 주민들의 그림을 일일이 보며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주에 이어 강좌에 참여한 황희영(서울시 광진구)씨는 “공예를 하고 있는데, 미술사를 새로운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어 사고가 확장되고 자극된다”며 “현대 사람들의 은퇴시기가 빨라진 만큼 여유시간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예술을 공유함으로써 보다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