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날씬함이 성공․자기조절의 상징, 성적매력 돼”…“생각중지훈련 등으로 생각 변화시켜야”

강박이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생각과 행동에 반복적으로 괴로움을 당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저항하면 할수록 더욱 더 불안해지는 질환이다. 자하연한의원에 따르면, 한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강박증을 경험할 확률은 2.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5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외 기업에 재직 중인 20~30대 남녀 직장인 854명을 대상으로 ‘다이어트 인지 여부’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본인 스스로를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답한 719명(87.5%)의 응답자 중 434명(60.4%)은 ‘다이어트로 인해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본지가 9일(수)~10일(목) ‘다이어트 강박증’ 자가진단표(표 참고)를 통해 본교생 100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3개 이상의 항목에 ‘그렇다’고 답해 다이어트 강박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학생은 57명(57%)이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해당된 다이어트 강박증 문항은 ‘음식을 먹을 때 자신이 얼마만큼 먹는지 신경 쓴다’(64명, 64%)와 ‘먹고 싶은 음식을 두고 못 먹었을 때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64명, 64%)였다. ‘다른 사람이 나를 뚱뚱하다고 할까 봐 신경이 쓰인다’(56명, 56%), ‘다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종류나 양에 신경이 쓰인다’(35명, 35%)가 뒤를 이었다. 정상 범위 내의 체중인 ㄱ(법학․07)씨는 본인이 7개의 항목에 해당된다고 체크했다. 그는 “하루에 여성에게 권장되는 칼로리(2천kcal)의 절반인 1천300kcal만 먹으려고 노력하다보니 매 끼니 때마다 칼로리를 계산한다”며 “식사 약속이 있을 때면 원하는 칼로리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게 돼 다음날 칼로리를 계산하며 스트레스 받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다이어트 강박증 증세로는 ‘다이어트가 생각만큼 되지 않으면 우울해진다’(30명, 30%)를 꼽은 학생이 가장 많았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음식이나 운동법이 있다면 꼭 시도해본다’(26명, 26%)와 ‘매일 다이어트 할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25명, 25%)가 뒤를 이었다. 정상 범위의 체중인 ㄴ씨는 “학교를 다니면 점심과 저녁을 집 밖에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신경을 쓰고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이따금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강박증 증상으로 ‘식사를 편하게 하지 못하고 폭식과 굶기를 반복한다’를 선택한 ㄷ(경제‧10)씨는 “하루에 5끼까지 먹을 때도 있는데 폭식 후엔 주변의 마른 사람들을 보고 후회를 한다”며 “다음 날엔 저녁을 아예 굶게 된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강박증에 걸리면 매사를 다이어트에 연관시키게 된다. 서울ND의원 식습관교정클리닉 박민수 책임원장은 「31일 樂다이어트」에서 다이어트가 인생을 좌우하고 사소한 일상의 행위마저 다이어트에 지배되고 조종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다이어트 강박증세에 대해 ‘음식을 먹기 전에 자동적으로 칼로리를 계산하고, 먹고 난 다음에도 초과한 음식량이 살로 가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 ‘다이어트 때문에 중요한 일을 미루거나 다이어트에 방해되는 일에 참석할 때면 불안하고 화가 난다’ 등을 제시한다. 강박증은 자연스러운 욕구마저도 제한하게 되고 살이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있다는 우울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는 다이어트 강박증이 신체․인지․정신 기능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김수인 교수(의학과)는 “식사를 제한하는 다이어트 방법은 끝없는 제한을 낳거나 반대로 심한 반동현상, 즉 폭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끝없는 제한은 체중저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음식도 거부하는 상태로 진행된다”며 “반대로 폭식과 제한을 반복하는 경우, 전해질 불균형 등의 문제로 신체․정신 건강을 해치고 성격도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민수 책임원장은 「31일 樂다이어트 습관」에서 “몸무게가 조금 늘거나 잦은 폭식으로 인해 자괴감이 반복되면 결국 자존감 상실로 이어진다”며 “다이어트 강박증이 우울증에 이르면 심한 무기력증과 자신감 부족을 겪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이어트 강박증의 원인을 시대정신에서 꼽았다. 김수인 교수(의학과)는 “TV, 핸드폰 등 얇고 날씬한 것이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는 슬림화 시대인 지금 여성도 날씬해야 아름답고 여성답다고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날씬함이 인정받는 길, 성공과 자기조절의 상징, 성적 매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상체중을 가진 여성들도 더 날씬하고 마른 것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에서 미국 칼럼니스트 캐럴라인 냅(Caroline Knapp)은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만드는 시대정신이 여성에게 자기 육체를 혐오하게 했다며 (여성이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됐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허기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여성에게 두려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생활습관과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수인 교수는 “단순한 체중 감소가 아닌 체중 조절을 목표로 해야 하고 단지 먹는 것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체중 조절이 불가능하다”며 “진정한 건강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생활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수 책임원장은 “다이어트에 대한 인지재구성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내가 빼지 못한 것은 잘못된 방식으로 좋지 않은 시기에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책임원장은 이어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다이어트는 어려워진다”며 생각중지훈련을 권했다. 「잘못된 입맛이 내몸을 망친다」에 따르면 생각중지훈련은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벽을 마주하고 머릿속으로 ‘생각 중지!’라고 외치는 것이다.
  

다이어트 강박증 자가진단표
1. 음식을 먹을 때 자신이 얼만큼 먹는지 신경 쓴다
2.다른 사람들이 내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뭐라고 할지 신경 쓴다
3.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다이어트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4.다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종류나 양에 신경이 쓰인다
5.남보다 먼저 숟가락을 놓거나 적게 먹으려고 신경 쓴다
6.먹고 싶은 음식을 두고 못 먹었을 때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7.사람들, 특히 동성을 바라볼 때 습관적으로 체중을 따진다
8.다른 사람이 나를 뚱뚱하다고 할까 봐 신경이 쓰인다
*‘다이어트 강박증 자가진단표’는 「31일 樂다이어트 습관」에서 제시한 것이다. 1개 이상의 항목에 해당되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3개 이상의 항목에 해당되면 다이어트 강박증이 진행 중이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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