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총학)가 ECC 앞에서 ‘이화인 요구안 실현을 위한 교육 투쟁’의 하나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지 38일째(11일기준)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총학의 요구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게시판을 중심으로 총학의 요구 방식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화이언 열린광장에는 ‘총학의 천막농성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천막농성의 필요성과 적절함에 대한 문제 제기 글이 올라와 약800건 이상(11일기준)의 조회수를 달성하기도 했다.

 본지는 10일 재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이화인이 보는 총학의 천막농성과 요구안’에 대한 설문을 시행했다. 학생들은 설문 조사에서 ▲총학의 대표성 ▲요구안 동의와 파악 정도 ▲학생처 답변에 대한 만족도 ▲천막농성의 필요성·적절성 등에 대해 응답했다.

△학생들, 총학 요구안은 동의…천막농성은 반대

 학생들은 총학이 제시한 요구안에는 동의하지만, 천막농성 등 요구를 하는 방법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조
사됐다.

 학생들은 총학생회의 천막농성 요구안의 일부인 ▲3.5%보다 더 큰 폭의 등록금 인하(8.75점) ▲대형 강의 문제 해결 및 교원 수 확충(8.56점) ▲단과대별 복지사안 해결(8.09점) ▲학생 자치 공간 확보(8.03점) ▲공간사용신청 절차 간소화(7.44점)에 비교적 크게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총학의 요구안에 전반적으로 동의함에도 요구안을 실현하는 총학의 행동에 대한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요구안 실현을 위해 천막농성이 필요한가’라는 항목에는 10점 만점에 3.32점을 받아 학생들의 천막농성에 대한 의견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요구안 실현을 위해 천막농성이 적절한 행동인가’라는 항목도 3.02점을 받았다.

 이성희(정외·11)씨는 “현 총학은 정문에서 전단 배포, 선전 등으로 알리고 있지만, 소통을 위한 도구가 많이 부족해보인다”며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천막을 세우고 농성을 시작한 것에는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을 통해 학생들이 천막농성에는 부정적이나 학교에 요구안을 지속해서 전달하는 총학의 모습에는 공감하는 경향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2일 학생처가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에 밝힌 요구안에 대한 답변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점으로 대체로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들은 학생처의 등록금에 관한 답변을 2.85점으로 가장 만족하지 않는다고 꼽았다. 학생처는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중운위에 ‘3.5% 인하는 학생들의 학비 부담 완화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답변한 바 있다.

△학생들, 천막농성의 요구안은 알지 못해

 설문에 응한 학생들은 총학이 천막농성을 하는 것은 알지만, 농성을 통해 요구하는 바는 잘 모른다고 응답해 총학의 요구가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은 ‘총학이 ECC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는 것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164명(82%)이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13명(6.5%)이 ‘알지 못한다’고 응답해 학생 대부분이 천막농성을 알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총학이 제시한 약17개 요구안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는 항목에는 평균 2.88점으로 나타나 ‘전혀 알지 못한다’에 가까운 응답을 했다. 이중 ‘약17개 요구안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25명(12.5%)이었으나 ‘모두 알고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김예린(식영·12)씨는 “요구안 내용을 지면을 통해서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받은 적은 없다”며 “행사하는 시간대에 없으면 요구안을 알 수 없고 때문에 총학은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은 ‘총학이 얼마만큼 학생의 입장을 대표하고 있는가’ 항목에는 4.38점을 기록해 보통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설문조사 어떻게 진행했나

정량적 조사방법론 지도교수에게 자문을 얻어 작성된 설문지를 이화인 17명에게 이메일(E-mail) 답변, 183명에게 현장 답변을 받았다. 설문조사 응답자를 무작위로 선정하기 위해 기자들의 사이버 캠퍼스 수강생 조회에서 약1천700명에게 이메일 설문을 요청한 결과 17명에게 답이 왔다. 나머지는 시간 관계상 오전9시30분~오후7시 학내 다양한 공간(ECC, 학문관, 이화‧포스코관 등)에서 현장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에는 총학생회(총학)의 대표성, 요구안의 동의 정도, 학생처 답변에 대한 만족도, 천막농성 관련 질문 등 크게 네 항목으로 이뤄졌다. 설문은 0~10점의 10점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긍정적인 답안에 해당했다. 요구안의 동의 정도 부분에서는 총학의 요구안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설문을 시행했다.

 

천막농성에 관한 정나위 총학생회장 1문1답

본지는 정나위 총학생회장을 11일 ECC에서 만나 천막농성과 요구안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과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그의 입장을 들었다.

-2일 요구안에 관한 학생처의 답변을 받았다. 현재 상황은

이후 5차 학생처-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협의회를 진행했지만, 논의보다는 학생처의 답변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8일 전체 처장단을 대상으로 한 협의회를 요청했으나 10일 학생처에서 거부 답변을 받았다.

-답변에 추가로 계획한 행동은

지난주 천막농성에 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접했고 여론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침 선전전을 개시했고, 인증사진 퍼포먼스 등을 진행 중이다. 또한, 대동제 기간에 이화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행동을 고민 중이다.

-천막은 유지할 예정인가

중운위 내에서도 천막철거 문제가 나오기도 했고, 단과대학운영위원회에서도 천막농성에 관한 반대 의견이 있었다. 그렇지만 천막을 없애는 것이 현 상황의 대처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천막농성이 의미 있게 다가가지 못한 것은 총학생회(총학)에서 평가하고 책임질 부분도 있다. 제대로 된 책임의 방식은 잘못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난 여론 속에서도 천막 농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만큼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식투쟁, 천막농성 등을 봤을 때 조건 반사적으로 ‘왜 저 사람은 저렇게까지 하고 있을까’가 아닌 ‘왜 저런 걸 해?’라는 생각을 한다. 때문에 학생들에게 이런 절박함을 공유하고 알리는 것이 이번 투쟁의 의미다. 총학 혼자만 행동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같이 행동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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