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 수업에서 세 명이 팀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간단히 끝내보겠다는 심산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헤어졌다. 인터넷에서 만나 준비도 금세 끝냈다. 발표 당일, 발표자의 발음과 억양이 이상했다. 중국인 학생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망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왜 외국인이라고 미리 말하지 않았던 건지 야속하기까지 했다.

이화 안에 교환학생을 포함한 외국인 학생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 이화의 외국인 학생 수는 198명, 교환학생 수는 531명이다. 기타 연수생까지 모두 합치면 3,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외국인 학생과 수업을 함께 들으면서도 팀플은 꺼리는 게 현실이다. 같은 팀이 되면 사실상 역할을 거의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어가 서툴러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져 팀에서 빠지겠다고 한 외국인 학생의 이야기도 후배로부터 들었다.

다문화 사회, 우리 사회에서도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팀플 꺼리는 걸 제노포비아로 연결시키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나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외국인을 혐오한다는 점에서 같다. 외국인 친구와 밥 먹고 커피마시는 건 좋아하면서 팀플은 싫어하는 게 바로 관용의 한계다.

내게 피해가 되지 않을 때만 관용한다는 건 반쪽짜리 관용이다. 유럽은 이민자들로 인해 일자리가 없다며 자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테러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똘레랑스의 나라라고 불리는 프랑스도 최근 1차 대선투표에서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건 극우 정당 후보에게 18%를 던졌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20대의 지지가 컸다. 성찰 없는 관용은 시한폭탄이다. 약간의 조건만 바뀌면 제노포비아로 변한다. 외국인 학생을 한국인과 다름없는 이화인으로 생각하는가? 허울 좋은 글로벌 마인드만 취하고 내게 올 피해는 피하려고 하지 않았나? 나부터 물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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