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넘어 세계인의 날까지
가정의 달 넘어 세계인의 날까지
  • 이채강 편집국장
  • 승인 201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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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발한 5월이다. 막 중간고사를 마친 우리에게는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과제를 마주해야하는 달이다. 제자에게는 스승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며, 어린이들에게는 생일 다음으로 기다려지는 달이기도 하다. 직장인이 애타게 기다리던 근로자의 날도 있고, 만20세의 사람이 성인식을 치르는 성년의 날도 있다.

많은 사람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주는 5월은 그래도 가정의 달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어울린다.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21일 부부의 날, 22일 가정 위탁의 날까지. 5월의 기념일들은 반복적인 일상 중에 가족의 사랑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평소 가족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5월을 비교적 조용히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님을 직접 뵙기도, 스승에게 안부를 묻기도 어려운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에 있는 이주민들은 사랑보다는 차가운 시선과 숱한 차별 속에 있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요즘에는 제노포비아(Xenophobia‧이방인 혐오현상)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며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극에 달한 상태다. 특히 최근의 살인사건, 이주민 비례대표 당선 등 일련의 사건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노포비아를 편견이라고 일컬은 이유는 제노포비아가 본인의 직접적 경험에서 비롯된 공포가 아니라 인터넷 상의 루머와 일부 언론 보도에 따라 생겨난 공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어중문과 학생으로 지금까지 중국인을 비롯해 수십 명의 외국인을 만나왔다. 그들 중 필자에게 공포감을 준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경험은 비슷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는 왜 제노포비아가 만연해 있을까.

일반적으로 한 집단에 대해서 긍정적 인식의 일반화보다는 부정적 인식의 일반화가 더욱 잘 이뤄진다. 외국인이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경우 ‘이 나라 사람은 다 착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반면, 불친절할 경우 ‘저 나라 사람은 다 별로야’라고 생각하기는 쉽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배경에는 나와 다른 사람을 배척하려는 흑백논리가 있을 수도 있고, 쉽게 달아오르는 군중심리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시선 속 이주민들의 삶은 남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약1천만 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이주민의 상황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다트머스 대학 김용 총장은 4월16일 차기 세계은행 총재로 공식 선임되면서 서방 주요 언론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언론의 공격이 동양인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가 된 김용에 대한 인종차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이자 미식축구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바 있는 하인스 워드(Hines Ward)도 고교시절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한국인들로부터 따돌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140만 명이다. 결혼 이주민은 21만 명, 그 자녀는 15만 명이라고 한다. 이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주민을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가오는 5월20일은 세계인의 날이기도 하다. 가족뿐만 아니라 편견을 넘어 세계인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