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절감, 건강관리 등을 도시락 싸오는 이유로 꼽아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alba.co.kr)이 3월29일 전국 대학생 2천2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새 학기 대학생 소비지출현황’에 따르면 대학생이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항목은 ‘식비’였다. 식비 응답률은 40.8%로 작년 52.3%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본지는 2~9일 식비를 줄이고자 외부 음식을 사 먹는 대신 학교에 도시락을 싸오는 ‘도시락족’ 10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식비절감 외에도 영양가 있는 식단과 다이어트 효과, 효율적인 시간활용 등의 이유로 도시락을 쌌다. 학생들의 도시락에는 직접 준비한 식사뿐만 아니라 물가상승, 건강을 포함한 자기관리 등의 이유가 함께 담겨있었다.


△한 달 식비 최소 5만 원 이상 절약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학생 10명 중 9명이 식비절감을 그 이유로 꼽았다. 기자가 조사한 결과 도시락족은 한 달 기준 5만 원~10만 원 이상의 식비를 절약했다.

 2년 동안 도시락을 싸온 함민정(체육과학·09)씨는 한 달 기준 약6만 원(3천 원*5일*4주)의 용돈을 절약하고 있다. 함씨는 도시락을 싸지 않으면 점심 한 끼에 컵라면(700원), 김밥(1천500원), 음료수(1천 원) 등 약3천 원을 식비로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함씨는 “1학년 때 편의점에서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대신했는데 배는 부르지 않고 돈만 들었다”며 “도시락을 싸오면 집에 있는 반찬으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고 식비도 절감된다”고 말했다.

 ㄱ(초교·11)씨도 식비를 이유로 이번 달부터 지방 학사에서 자유배식 되는 밥과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싸기 전 ㄱ씨가 식비로 소비했던 금액은 한 끼에 약7천~1만 원이었다. 군것질 등에 쓰이는 부차적인 금액을 모두 계산하면 ㄱ씨가 식비로 소비하는 금액은 하루 평균 약7천 원~1만5천 원이었다.

 ㄱ씨는 “도시락을 싼 후 식비를 크게 절약해 생활용품을 사는 등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건강에 좋은 식단으로 식사하고 체중감량까지

 도시락족 10명 중 4명은 도시락을 싸오는 이유로 영양가 있는 식단을 들기도 했다. 이들은 식당에서 조리한 음식, 인스턴트 음식 등으로 인해 건강악화를 경험한 적이 있거나 우려한다고 답했다.

 작년부터 도시락족이 된 이수빈(교육·11)씨는 매일 점심 겸 저녁으로 도시락을 싸서 등교한다. 이씨는 작년 3월 한 달 동안 컵라면 등의 인스턴트 식품으로 식사를 한 뒤 심한 생리통을 겪었다. 그 후 이씨는 도시락을 싸먹으면서 인스턴트 식품을 한 달에 한 번꼴로 먹는 횟수를 줄였고 생리통이 덜해졌다.

 ㄴ(교육학과 박사과정)씨는 평소 식사대용으로 떡이나 약밥, 두유 등을 집에서 싸온다. ㄴ씨는 시간에 쫓겨 도시락을 싸오지 못할 때는 이화사랑, 생활협동조합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음식에 조미료가 많이 들어있을까 봐 불안하다.

 ㄴ씨는 “외부 음식을 먹으면 자극적인 맛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목이 자주 마르다”며 “떡, 약밥 등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고 바쁠 때 잠깐 꺼내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나트륨 함량이 높은 편이며, 나트륨 수치가 높을 경우 비만, 고혈압 등을 초래한다. 2월28일 식품의약청안정청이 발표한 ‘국민 다섭취 외식 130종 영양성분 자료집’에 따르면 짬뽕 4천mg, 우동 3천395mg, 열무냉면 3천152mg 순으로 나트륨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학교 앞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된장찌개의 나트륨 함량은 2천021mg, 김치찌개는 1천962mg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섭취 권고량은 2천mg이다.

 고광석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인스턴트 식품에 들어 있는 나트륨은 고혈압, 신경계 부작용, 부종 등의 질환을 가져오고 포화지방은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며 “도시락을 싸면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영양상으로 균형 잡힌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만의 도시락’을 준비해 다이어트를 하는 도시락족도 있다.

 최시내(국문·10)씨는 10kg 감량을 목표로 외부에서 음식을 사 먹는 대신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최씨는 도시락을 싼지 2주 만에 체중 5kg을 감량했다.

 최씨의 도시락 메뉴는 흑현미로 만든 죽, 구운 달걀, 과일이며, 간식은 두유다. 최씨에 따르면 흑미죽(150kcal), 구운 달걀(75kcal), 방울토마토 4개(12kcal), 오렌지 4~5조각(70kcal)으로 식단을 짜면 300kcal 이내의 다이어트 식단이 완성된다. 간식으로 먹는 두유는 120~180kcal로 최씨는 성인 여성 일일 권장 칼로리(kcal)인 2천kcal의 반절인 1천kcal 식단을 유지한다. 최씨는 하루 1시간 꾸준한 운동을 겸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최씨는 “외부에서 사 먹는 음식은 포만감에 비해 칼로리가 높아 체중을 쉽게 늘린다”며 “도시락을 먹으면서 운동을 겸하면 건강한 다이어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외식을 하는 경우 돈을 지불하고 산 음식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다 먹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섭취하게 돼서 적정량을 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간조절 용이, 집에서 만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

 도시락족 10명 중 5명은 도시락을 싸오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지윤(영문․11)씨는 도시락을 싸오면서 점심시간으로 사용하던 시간을 아껴 공부시간으로 활용한다. 한씨는 도시락을 싸오기 전 강의가 비는 공강 시간 1시간15분을 고스란히 점심시간으로 소모했지만, 도시락을 싸온 뒤로는 점심시간이 20분으로 단축됐다.

 한씨는 “친구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수다를 떨거나 커피를 마시느라 공강 시간을 모두 사용했다”며 “도시락을 싸온 뒤로는 밥 먹는 시간도 조절할 수 있고 도시락만 먹고 바로 식기를 정리해 공부하러 간다”고 말했다.

 도시락족이 도시락을 싸오는 이유에는 집에서 만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있었다.

 이수연(법학·06)씨는 7년째 꾸준히 도시락을 싸오고 있다. 이씨는 대학에 입학한 후 헬렌관 식당을 애용했다. 하지만 매번 먹는 메뉴가 비슷하게 반복되자 이씨는 집에서 먹는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이씨는 “외부 음식은 메뉴가 한정돼있고 먹다 보면 입맛에도 잘 맞지 않았다”며 “도시락을 싸는 것은 번거롭지만 좋은 재료로 집에서 만든 밥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음식명

1인분 중량(g)

1인분 나트륨(mg)

1

짬뽕

1,000

4,000

2

우동(중식)

1,000

3,396

3

열무냉면

800

3,152

4

소고기육개장

700

2,853

5

간자장

650

2,716

6

알탕

700

2,642

7

물냉면

800

2,618

8

동태찌개

800

2,576

9

선짓국

800

2,519

10

자장면

650

2,392

11

우동(일식)

700

2,390

12

만둣국

700

2,368

13

해물칼국수

900

2,355

14

내장탕

700

2,337

15

잡탕밥

750

2,110

16

어묵국

600

2,065

17

추어탕

700

2,046

18

된장찌개

400

2,021

19

떡만둣국

700

1,980

20

김치찌개

400

1,962

자료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청(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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