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방영하는 K-Pop 경연대회를 보다 갑자기 막내아들의 교육 방향이 제대로 잘 잡힌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대학생으로 공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전공을 하는 것인가의 의구심과 함께 앞으로 자신의 택해야 할 미래의 직업에 만족하면서 살 것인가 하는 염려였습니다.

  내 아들은 사춘기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엄친아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집에 들어와 B-boy수련과 대학 진학을 포기하더라도 그 길을 갈 것이고 끝장을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내가 응답한 첫마디는 “넌 마, 다리가 길어서 하기 힘들어, 체조도 못하는 놈이.” 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당시 난 고민을 많이 했고 우리 내외는 이 귀남이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켜 일반적인 인생행로로 다시 집어넣을 것인가 꽤나 노심초사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앞서 말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까요? 경연대회에서 상위권에 올라가 탄탄대로가 보장된 것 같이 보이는 어린 예비 예능인이 되는 기회를 내 아들은 원천적으로 놓쳤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행복에 대한 부모들의 잣대는 각각 다르겠지만 자식들이 자신들 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화에 와서 물밀 듯이 몰려왔다 몰려나가는 여러분을 보면서 내가 항상 생각했던 것은 정말 어느 노래가사와 같이 “행복해야해.” 였습니다. 지난 번 학보에 글을 쓰면서 우리나라의 현 교육제도 상황을 고려하면 행복할 수 있는 기본 소양훈련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간대가 대학시절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젊다고 하는 것은 기성세대는 놓쳐버린 시기이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행복한 인생을 꾸려갈 수 있는 방법과 도구(툴)를 익히고 챙길 수 있는 호기가 바로 대학시절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독자들은 내가 말한 내용 중 많은 ‘다양한 메뉴론’을 접하고 레저를 정복해야할 하나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또 다른 부담을 갖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가장 즐기고 있나?”라고 질문을 던지면, 대개의 답은 “등산을 한다. 영화관람을 한다.” 등의 레저활동일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사람도 ‘일’이라는 답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사람들에게 “어떤 경우에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에 몰입이 되어서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즐거운 기분이 들 때는 언제냐?”라고 물으면 ‘일’이라는 답이 나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조상들은 즐기면서 일을 했고 일하면서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가 되면서 일은 지겹고 하기 싫지만 호구지책의 수단으로 해야만 되는 중요하고 비중이 있는 생활양식이 되었고 레저는 인생살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고 즐겁다는 이분법적인 도식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레저를 즐기고자 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레저를 사야한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운이 좋아서 정말 자신의 끼를 십분 발휘하고 자신의 일에 상상력과 꿈이 실리는 직업을 갖는다면 그야말로 일을 놀이 같이하는 것이니 레저에 관한 훈련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축복받았다고 불러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작년도 우리학교를 졸업한 상당수가 아직도 ‘청년백수’이고 부모의 눈치를 보고 살고 있습니다. 설령 취업이 되었어도 워낙 높은 식견을 갖춘 여러분이기 때문에 성이 차지 않습니다. 나는 여기서 우리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어차피 우리의 삶은 사르트르가 이야기 했듯이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선택’을 하는 것이니까요. 이런 선택은 어떨까요? 

  먼저, 바깥으로 튀어나가 즐겁게 살 수 없게끔 만든 기존의 틀을 확 바꿔버리는 것을 시도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굉장히 힘들고 여러 사람과 함께 오랜 기간을 두고 시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그야말로 사고의 전환을 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 스스로를  “자가 예능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주위에 보면 별로 재미도 없을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재미있게 스스로 ‘인간성’을 부여하면서 자신의 일과 놀이에 신명나게 몰입하는 사람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레저경험은 일의 영역이든 놀이의 영역이든 관계없이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몰입하는 것입니다. 레저교육은 바로 이렇게 개개인 스스로가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고 이화의 교양교육의 일부분도 이러한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일전에 전철 마지막 칸에 몸을 싣고 퇴근하는데, 어디선가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혼신을 다해 곡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듯 했습니다. 물론 객차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 지하철의 기관사였습니다. 나는 내리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면서 “잘 들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서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볼테르는 상처를 참는 것과 비밀을 지키는 것과 아울러 레저를 활용하는 것이 3가지 힘든 것이라고 했는데, 이분은 레저교육이 필요가 없는 셀프 엔터테이너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도 앞으로는 아들놈이 자기 방에서 작곡한 렙 송을 녹음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잘 참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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