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방송사업부문 인사이트TV 마케팅 애널리스트

 2011년 12월 13일. 최종합격 통보를 받고나서야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만감이 교차한다’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했다. 나는 2011년 하반기 대졸신입전형으로 CJ E&M(Entertainment & Media)에 입사했다. CJ E&M은 2011년 3월 1일 CJ의 6개 미디어 계열사가 합병돼 출범한 계열사로, 현재 방송, 영화, 음악, 공연, 게임사업을 하고 있다. 그 중 나는 방송사업부문의 콘텐츠기획/유통 직무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룹공통연수와 약2개월의 계열사 교육 후, 현재 나는 인사이트tv라는 온라인 채널에 배치돼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다.

나는 스스로도 즐겁고, 세상을 즐겁게 하는 일을 하고 싶어 CJ E&M을 선택했다. CJ E&M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톡톡 튀는 자기소개서가 제일 중요하다. 내가 합격한 것으로 보아 CJ는 학점이나 어학점수 등의 스펙을 그다지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채용홈페이지에서 미리 CJ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부해서 자기소개서에 녹여내는 작업에 품이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자기소개서에 CJ그룹 광고의 캐치프레이즈인 ‘딴 생각’을 녹여 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비상식적인 사람임을 강조했다.

인적성 검사에서는 최대한 가식적인 답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5시간가량의 심층면접과 E&M만의 직무특성화면접, 최종임원면접에서도 외운 듯한 답변이 싫어 최대한 즉흥적으로 답변했다. 직무특성화면접 도중 중문학을 전공한 내게 면접관이 ‘중국어를 잘 할테니 나를 중국인 바이어라고 생각하고 내게 슈퍼스타K 프로그램 포맷을 팔아보라’고 했다. 중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CJ인의 3대 가치 중 하나인 ‘정직’을 내새워 중국어를 잘 못한다고 고백하고 ‘여기 중국어 통역사가 있다고 상상하시라’며 패기 좋게 한국어로 열심히 설명했다. 알고 보니 그 면접관이 중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콘텐츠판매 중국담당자였다는 것은 최고의 반전이었다. (솔직한 말로 그 분께 가짜 중국어를 했어도 탄로 나지 않을 뻔 했다.)
2개월간의 신입교육과정을 거쳐 인사팀과의 배치면담을 통해 나는 온라인 채널인 인사이트TV의 마케터가 됐다. 인사이트TV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은 온라인 채널의 특성 상 그리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여타 온에어(on air) 프로그램보다 자유롭고 즐겁다. 10분 내외의 런닝타임과 그 안에 숨겨진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은 인사이트TV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자동차와 여성의 매력상관도를 분석한 ‘걸기어’, 백만 솔로부대 헌정 강의 ‘연애의 기술’ 등으로 인사이트 TV는 6개월만에 유투브 누적 조회수 1천300만건을 돌파했다.

인사이트TV팀의 또 다른 장점은 제작PD들과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다른 팀의 PD들은 편집실에서 지내고 사무실에 거의 없는 경우가 많은데, 국장님의 혜안으로 우리팀은 제작팀과 마케팅팀이 한 사무실에서 지내며 돈독한 동료애를 과시하고 있다. 팀 분위기도 좋아 하하호호하며 다들 즐겁게 일하고 있다.

월요일 오후6시, 가편시사를 마친 담당 프로그램 ‘프런코 인사이트’가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되면 마케터인 나는 괜스레 심장이 두근댄다. 담당PD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동영상 재생에 문제가 없는지, 자막에 오타는 없는지를 확인하고 퇴근한다. 다음 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우리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을 볼 때는 마치 선생님께 숙제 검사를 받는 것처럼 조마조마하다. 칭찬도 지적도 다 약이 되리라 생각하며 열심히 귀 기울인다. 인사이트TV 마케터로서의 겨우 한 달, 마케팅은 하나도 모르지만 엔딩 크레딧의 내 이름 석 자는 나의 자부심이자 책임감이며 또 한 주를 열심히 일하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편집본을 빨리 내놓지 않는 담당PD님을 닦달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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