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근성이라는 말이 있고 세계의학사전에 등재될 만큼 한국인의 고질병으로 자리매김한 ‘화병’만 보더라도 한국 사람들의 화끈한 성격은 알아줄 만하다. 좋게 말하면 감정이 풍부하고 정이 많은 한국인이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성질 급하고 욱하는 ‘민폐남,’ ‘민폐녀’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온다.

 사소한 이유로 싸움이 붙어 욕설과 폭력도 서슴지 않는 ‘지하철 막말녀’서부터 식당종업원의 불친절한 서비스 때문에 화풀이로 거짓 글을 올려 종업원을 형사 처벌에까지 이르게 한 ‘채선당 임산부’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얼마 전에는 무단횡단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은 여고생을 슈퍼마켓까지 쫓아가 뺨을 때리고 핸드백으로 얼굴을 강타한 ‘슈퍼폭행녀’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내면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민폐까지 끼치는 성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공공시설에서 다른 사람을 밀치거나 새치기 하는 사람들과 이런 일에 지나치게 화를 내며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 모두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지 못한 결과로 생각된다.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학업수준이 높은 우리나라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에는 유난히 인색하다. 이에 비해 일본이나 미국에 가면 곳곳에서 공공예절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비교해보면 이런 국가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일상화 되어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마찰이 일어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무단횡단을 하고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의 발을 밟고 사과를 하지 않는 등의 원인제공이 적기 때문에 서로 목소리를 높이거나 몸싸움을 벌일 일도 없게 되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에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다른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큰 소리로 상대의 잘못을 따지거나 폭력이 앞서는 경우도 극히 적은 것 같다.

 필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내가 두 나라에 살며 경험한 사회의 모습은 사소한 일에도 ‘감사합니다’와 ‘천만에요’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버스가 흔들려 본의 아니게 몸이 스쳐도 서로 미안해하는 사람들이었다. 공공시설에서 큰 소리로 말다툼을 하거나 지하철에서 체면 불구하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광경은 찾아보기 드물다. 이런 문화가 익숙해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중도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 방학 동안 한국을 다녀갔을 때 지하철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거나 길을 물어보고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 인성교육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도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이 지켜질 때 ‘화’의 불씨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의 공중예절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조건적으로 외국 사례를 본받기 보다는 우리 문화와 관습에 적합한 한국 사회만의 예의범절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경제와 IT기술의 발달 그리고 수준 높은 교육까지 더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란 수식어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아주 기본적인 예의범절도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감정폭발은 높은 국가 이미지를 순식간에 하락시키는 주범인 것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자연스러운 인성교육이 일상화되고 화를 참고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이런 도덕 교육은 유아기부터 꾸준히 이루어져야 성인이 되어서도 뉴스에 등장하는 비도덕적인 어른들의 모습은 사라질 것이다.

 올바른 인성교육은 온라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채선당이라는 음식점의 종업원이 임산부 손님의 배를 강타했다고 알려진 사건은 경찰조사 결과 임산부가 불친절한 식당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홧김에 쓴 글이라 밝혀졌다. CCTV를 바탕으로 한 사건의 전말은 식당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임산부 손님이 거친 말투와 욕설로 종업원을 다그친 것에서 비롯됐다. ‘국물녀’ 사건 같은 경우에도 식당가에서 한 아이가 실수로 뜨거운 국물그릇을 치면서 모르는 여성의 팔과 아이의 얼굴이 동시에 화상을 입었지만 아이의 엄마는 그 여성의 일방적인 잘못이라고만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올바른 인터넷예절 교육 없이 온라인 내에서 익명으로 쓰는 글들은 본인의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독립적인 개체가 아닌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사람들과 대면하고 여러 사람들과 살아가는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만 앞세우기보단 타인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개인이기주의를 버리고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 하는 윤리관을 갖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인성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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