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베스트 문안 2위에 선정된 고은의 「길」의 한 부분이다. 필자는 지난 3주간 이 글귀처럼 길이 없으면 길을 내며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 간 사람들을 찾아 헤맸다. 그 결과 1422호에는 ‘전공과 다른 길 걸어가는 이화인의 도전기’를 1423호에는 ‘기업도 소비자도 웃게 한 20대 창업자 3인을 만나다’를 실었다. 이번 1424호에는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비례대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공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간 이들은 일반인이 상식이라고 여겼던 전공과 직업의 관계, 기업의 의미를 완전히 부정했다. 직접 길을 만들어보니 세상은 한 길을 따라 걷던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었다. 필자는 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감명 받았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권민정(통계․99년졸) 디자이너는 신부들이 오히려 예술적인 웨딩드레스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전공 지식보다 신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양시정(정외․96년졸) 재즈댄서는 얼마 전부터 안무에 폭력을 반대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넣기 시작했다. 정치외교와 재즈댄스가 접점을 찾은 것이다. 각각 디자인학부, 화학공학과,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경영을 공부해보지 않았던 전해나, 김범진, 정수환 대표는 “기업의 일차적인 목표는 이윤창출이잖아요”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필자에게 단호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중도 새로운 길에서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은 본인들의 문제가 대리정치로 더 이상 해결되지 않자 직접 해결하려고 정계에 뛰어든 과학자, 간호사 출신 국회의원 후보를 비례대표로 공천했다.

지난 3주간 필자가 만난 이 7명의 인터뷰이는 상식을 따르지 않고 정도를 걷지 않았다. 과감히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은 꿈을 찾았고 성공했다. 모두의 소망이겠지만 필자도 이들처럼 새로운 길을 걸으며 꿈을 찾아 성공하고 싶다. 필자는 현재 이대학보사의 유일한 이과생이다. 공대생이지만 철학을 복수전공하는 필자는 전혀 다른 두 길 사이를 헤매고 있다. 이 길 사이에서 필자가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두렵다. 그래서 지난 3주간 그렇게도 새로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을 만나려고 애썼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길!’ 직접 걸으려 하면 너무나도 낯선 길이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도, 그들과 다른 상식을 가지고 있어도 주눅들지 않고 ‘여기서부터 희망’을 찾으려고 한다. 필자처럼 ‘새로운 길’이 멀게만 느껴져 두려운 사람들 모두 ‘여기서부터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길」의 나머지 부분을 나누고자 한다.

길이 없다!/여기서부터 희망이다//숨 막히며/여기서부터 희망이다//길이 없으면/길을 만들며 간다//여기서부터 역사이다//역사란 과거가 아니라/미래로부터/미래의 험악으로부터//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그 뒤의 미지까지/그 뒤의 어둠까지이다//어둠이란/빛의 결핍일 뿐/여기서부터 희망이다//길이 없다/그리하여/길을 만들며 간다//길이 있다/길이 있다/수많은 내일이/완벽하게 오고 있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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