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Balance) 정확히! 쭉 펴, 업(Up), 업! 좋아!”

60명이 넘는 무용수를 바라보는 신은경 교수(무용과)의 눈빛이 매섭다. 토요일 오전9시30분, 이른 시간이었지만 체육대학(체대) 홀Ⅰ은 무용수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2시간 넘게 이어온 연습에도 누구하나 힘든 기색 없이 오라토리오(성경이나 종교적인 내용의 이야기를 극화해 교회나 음악회장에서 연주하는 대규모 악곡) 선율에 몸을 맡겼다.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이화발레앙상블이 ‘발레로 만나는 MESSIAH(메시아)’를 28일(토) 대강당에서 공연한다. 이 공연은 국내에서 드물게 예수의 생을 탄생부터 부활까지 담은 창작발레 공연으로, 2004년 제18회 기독교 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월30일~31일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들의 연습현장을 찾았다.
31일 오전9시 공연을 약1달 앞두고 임지은(무용․09)씨 등 이화발레앙상블 단원 약60명은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 날 연습은 오전7시~ 오후1시 약6시간 동안 진행됐다.

올해로 공연 9년째를 맞은 ‘발레로 만나는 메시아’는 2막 9장으로 구성됐다. 탄생예언부터 로마군에게 체포되기 전까지 예수의 삶을 1막에, 핍박당하는 예수와 그의 죽음 이후 부활하기까지 여정을 2막에 담았다.

공연은 경쾌한 음악과 함께 시작한다. 나사렛 베들레헴 마을, 아기 예수가 태어나고 천사들의 노래가 하늘에서 울려 퍼진다. 예수의 탄생에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천사역을 맡은 7명의 무용수들은 지상이 아닌 하늘에 떠있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양쪽 다리를 중앙으로 모으면서 서는 동작(수스, soussus)을 반복하며 최대한 발끝으로 잔걸 음질 하는(부레, bourree)하며 걸어 다닌다.

성인으로 자란 예수가 헛된 것을 구하며 피곤하고 지친 삶을 사는 ‘우물가의 여인’을 만나 “내 샘에 와서 우물을 마셔라. 내가 주는 물은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다”는 말을 전한다. 깨달음을 얻은 여인은 기뻐하고 예수는 그 자리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입성한다. 하지만 사탄이 예수의 제자 유다를 유혹해 유다는 예수를 대제사장에게 팔아넘긴다. 은화 30전과 예수를 바꾼 유다가 자책감과 공포심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하며 1막은 막을 내린다.

예수역에 더블캐스팅 된 임지은, 이지숙(무용․09)씨는 고도의 감정표현을 이번 공연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임씨는 “1막 3번째 장면인 '예수의 탄식'에서 솔로 연기를 하는데, 고뇌하는 예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감정표현을 잘 하기 위해 나 자신과 하나님에게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자를 혼내는 장면에서 애정이 담긴 카리스마가 느껴져야 하는데 화가 난 것처럼 표현돼 힘들었다”며 “선배들의 지난 공연 영상을 보고 선배들이 조언을 받아 감정 연기를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2막은 대제사장에게 끌려가는 예수를 베드로가 뒤따라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음악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예수는 사슬에 묶인 채 발길질을 당하고 채찍질을 당하기도 한다. 대제사장 집 안마당에서 하인들과 함께 불을 쬐고 있는 베드로에게 대제사장의 하녀가 예수의 사람인지 묻지만 베드로는 이를 부인한다. 이지숙씨는 “감정 표현을 더 잘해내기 위해 또 다른 예수역을 맡은 친구 지은이와 거울 앞에서 서로를 때려가면서 연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 최고조에 이르며 예수는 유대의 총독 빌라도에게 마지막 심문을 받고 사형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둔다. 그리고 사흘 후 안식일이 지나 부활한 예수가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말을 전하고 하늘로 승천하면서 공연은 막을 내린다.

공연을 앞둔 단원들은 겨울방학부터 연습을 시작해 매주 금․토요일 서로 호흡을 맞추며 공연 순서와 동작을 익혔다. 약2달전부터는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다. 월․수요일에는 스트레칭과 기본발레 동작을 반복하는 발레 연습(exercise)를, 금․토요일에는 발레 연습과 함께 본격적인 작품 리허설을 한다. 이지숙씨는 "몸짓으로 성경이야기를 표현하는 만큼 종교인이나 비종교인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와 따뜻한 마음을 담아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시아 기획을 맡은 브리지아트 매니지먼트 김세희(성악․06년졸) 대표는 “본교의 경우 입학식과 졸업식이 아니면 부모님이 학교에 오시는 날이 드물다”며 “이번 공연이 부모님과 함께  문화공연도 즐기고 캠퍼스 구경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28일(토) 오후4시, 7시30분 두 차례 본교 대강당에서 열리며, 입장료는 2만원이나 본교생일 경우 50% 할인된 가격인 1만원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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