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경험 바탕으로 우리 문제 직접 해결할래요”

<편집자주> 11일(수)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행된다. 제19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중에서 정치인 출신 후보자(306명)가 가장 많았으며 국회의원(171명), 변호사(62명), 회사원(25명) 등이 뒤를 이었다. 비례대표 후보에는 노벨평화상 후보,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올림픽 총감독 등 이색적인 이력을 갖춘 후보자들이 나섰다. 본지는 그 중 과학자 출신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 민병주(물리․81년졸) 후보, 간호사 출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1번 나순자(간호․89년졸) 후보를 만났다.


△간호사 출신 나순자 후보 “의료계 노동문제 직접 해결하고 싶어요”

-출마하게 된 이유는
간호사가 된 이후 21년 간 의료계에서 국민건강권 실현과 노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동을 해왔는데 그 문제를 국회에서 직접 해결하기 위해 출마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노조)에서 사무처장, 위원장 등을 지내며 ‘무상의료 실현’,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 ‘병원인력충원’ 등의 운동을 해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회에서 관련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배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국회의원들을 만나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국회의원 중에는 의료계의 문제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에 직접정치의 필요성을 느낀 노조는 조직적 논의를 거쳐 국회의원 후보를 내기로 결의하고 그 계획의 일환으로 4만 조합원을 대표해 비례대표로 출마하게 됐다.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

환자가 병원에 오면 느끼는 불만은 크게 3가지이다. 비싼 병원비, 불친절한 설명, 입원한 환자간병문제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매달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내는데도 막상 병원에 오면 비싼 병원비를 내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상의료운동을 해왔다. 2005년부터 ‘암부터 무상의료운동’을 한 결과 50%였던 암환자의 본인 부담금이 현재 5%로 감소했다.

환자에게 불친절한 설명의 근본원인은 부족한 병원 인력과 병원 노동자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병원별로 인력 충원운동을 해왔다. 최근 그것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보건의료인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 간병 문제도 심각하다. 간병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가족중 입원환자가 생기면 직장 여성들이 간병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직접 간병이 어려워 간병인을 고용하면 간병비가 진료비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운동을 했다.

-이색후보로 꼽혔는데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때 평 간호사 출신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이 지금은 이색적인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것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조인, 교수 등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가슴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병원에서 직접 일하며 병원비가 비싸서 환자들이 겪는 고통, 인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안전문제 등에 대해 자세히 알게됐다. 부자들은 몇백만원 짜리 건강검진을 받지만 한국 국민 10명 중 4명은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한다. 이러한 의료 양극화를 직접 병원에서 봐왔기 때문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어떤 것을 하고 싶나

무상의료 실현과 노동존중 사회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노조에서 여성문제를 다뤘던 경험을 살려 일하는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예전에는 간호사가 임신을 해도 나이트(간호 3교대 중 밤 근무)를 해야 했다. 병원 측과 교섭한 결과 대부분의 병원에서 임신한 간호사의 경우 나이트를 안 하게 됐다. 법도 임신한 간호사의 경우 병원이 나이트를 요구하려면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국회에 가면 노조 차원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자유로운 육아휴직, 직장 탁아소 설치 등 육아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고 싶다.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양성평등사회를 만들고 싶다.

-출마 후 달라진 점이 있나

정치는 한 사람이 열 걸음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생겼다. 노조활동을 할 때는 열사람이 한 걸음을 가야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회의와 토론을 거쳐 노조원들과 함께 실천했다. 그런데 정치의 경우 한 사람의 가치관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때로는 ‘한사람이 열 걸음을 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열 걸음을 가는 한 사람도 필요하고 한 걸음을 함께 걷는 열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화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사회에 나와서도 주체적인 여성이라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활동했으면 좋겠다. 이화에서는 남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주체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자세를 배웠기 때문에 이대 출신인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참여해야 정치가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


△과학자 출신 민병주 후보 “과학자가 정치하면 신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출마하게 된 이유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에서 당에 추천을 해 출마하게 됐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에서 여성과학인재 활용, 보육시설 설치 등 과학기술계와 여성을 위한 활동을 할 때 주변사람들로부터 정치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과학기술계와 여성을 위한 일에 더 깊게 관여할 수 있는 정치계에서 일하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설득이었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여성 과학자들과 함께 근무환경 개선, 복지 향상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이야기하던 중  후배들은 보육 문제, 불안정한 연구조건 등에 있어 우리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공계 여성전문인 육성 프로그램 및 멘토링 사업 등을 하는 WISE(한국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등에서 전문가로서 함께 참여하다보니 과학기술계 여성 인력을 위한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

2004년부터 부회장 6년, 회장 2년 총 8년을 활동했다. 부회장이었을 때 젊은 연구인들이 육아문제와 상관없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대전 연구단지에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해 사이언스신성어린이집을 만들었다. 건설추진위원장으로서 예산확보부터 개원까지 관여했다. 회장을 하면서는 여성과학기술인 활용 등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

-여성과학자로서 힘들었던 적은

여성이기 때문에 핵물리 분야에 맞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는 것이 힘들었다. 일본 대학원 핵물리 실험실에 박사과정을 지원했는데 여학생이 연구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지도교수님이 안받아주시려고 했다. 하지만 실험이 너무 하고 싶다고 교수님을 설득한 끝에 박사과정 대신 연구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연구생 6개월 만에 교수님이 제자로 받아줬다. 그 학교의 핵물리 실험실에서 여학생을 받은 것은 학교가 생긴 지 70년 만에 처음이라고 들었다. 교수님의 편견은 없어졌고 이후 연구실에는 일본 여학생 2명이 더 들어왔다. 그 학생들의 면접 때 교수님이 원자핵물리 분야에 여성의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색후보로 꼽혔는데

과학자가 정치를 한다는 것이 이색적인 것 같지만 과학기술연구와 정치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연구가 현황을 분석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하듯 정치도 국민들이 잘 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정부가 하는 말, 과학자가 하는 말, 언론이 하는 말도 믿지 못한다. 연구처럼 정확한 절차를 통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를 보여주고 싶다.

-국회의원이 되면 어떤 것을 하고 싶나

과학기술계와 여성을 위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특히 과학 지식을 근거로 재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또한 내가 만드는 데 참여했던 ‘기초과학과 R&D, R&DB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와 투자확대’, ‘출연연 연구원 정년 65세로 환원’, ‘이공계출신 공무원 할당제’ 등의 공약을 위해 일할 것이다.

-정치적 목표는 무엇인가

사심을 버리고 공평하게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정치에 임할 생각이다. ‘과학자가 정치를 하면 좀 다르구나’,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정치를 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나는 과학기술을 여성과 함께 아우르는 대표로서 두 직능의 소외된 부분에 대한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 예를 들어 내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 시절 대전 연구단지에 직장보육시설을 만든 것은 여성과학자를 위한 설립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육아 문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더불어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있는 법안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화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선배는 후배가 편하게 믿고 따라올 수 있는 길을 만들고 후배는 선배를 보면서 본인이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열심히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 과학기술계에는 여성인력이 적어서 선후배 사이의 친밀도가 약해 늘 아쉬웠다. 후배들이 사회 활동을 하기 편하도록 이화의 선배로서 여성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일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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