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종식·통일민주국가 재건에 앞장서야 네째, 민족사 발전의 측면에서 우리 이화의 기여를 더 한층 힘차게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당면한 최대의 과제인 분단의 역사를 종식시키고 통일민주국가를 재건하는 일에 이화인이 핵심체가 됨을 뜻합니다.

마침 다행히 세계는 지금 동서냉전의 종식과 독일통일 등 화해의 새 장을 여는 기류에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민족의 통일에 대한 일반적 논의는 차치해 두고, 주로 기독교신앙이라는 이화의 본질과 소명받은 삶의 견지에서 그 당위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참신앙인은 이 세상을 영구평화의 나라로 만들어야 할 소명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갈라진 겨레와 형제가 하나님 앞에 하나됨을 이루는 소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상적으로 우리의 옛조상들이 물려주어 연연이 이어내려오는 민족의 흐름인 일체감의 사상(하나의 사상) 즉 인간애에 바탕을 둔 공동체형성을 위한 자유와 평등의 공동체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곧 이 세계에서 기존이데올로기의 갈등을 넘어서 평화의 공동체가 존립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이화인은 이 분열과 대립의 민족사에서 중재자로서 겨레의 아픔을 품어 산고를 감당하는 민족의 모성으로 기능을 다해야 합니다.

특히 이화는 기독교대학으로서, 여자대학으로서, 그리고 근대화의 동서문화 접합점이었음을 상기할 때 통일이념 구축에 매우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이화가 이 시대에 요구받은 민족에 대한 핵심적 사명의 내용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우리의 연구기관에게 통일문제의 이론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젊은 이화인들에게 평화운동의 기수가 될 것을 권면할 것입니다.

다섯째, 제도적인 면에서 학사, 사무, 행정 등의 보다 합리화와 효율, 그리고 대학 전체의 지속적 발전의 총괄을 위해 분석, 기획, 설계, 조정, 프로그래밍을 담당할 기관으로 현재의 기획조정실을 기획처로 확대 개편하려고 합니다.

또한 조교제도의 원활화를 위해 석사조교제를 검토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연구의 심화와 촉진을 위해 교수안식년제 또는 연구교수제의 도입과 명예교수제를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끝으로, 이러한 과제들의 실천을 위해 교내시설의 확충을 꾸준히 진행할 것입니다.

이미 계획되고 있는 체육대학 증축의 완공, 인문과학대학 연구관과 목동부속병원과 의과대학의 신축, 약학대학의 증축과 미술대학 공간의 확장 등은 예정대로 수행해 나갈 것이며, 또한 정보, 통신, 기술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내교육과 연구시설의 정비, 그리고 평생교육원의 확대와 건물마련, 학생, 교직원의 복지시설 확충 등 교육환경 개선을 연차적으로 이루어 나가려고 합니다.

또한 재임기 동안 여건이 허용되면 농공계열 대학의 신설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러한 여러 과제들의 추진에는 막대한 재정의 뒷받침이 소요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할 수 있는대로 가용성이 큰 이화의 모든 재정을 최대로 활용하고 효율의 극대화를 도모함과 아울러 사회에 대하여 교육투자를 촉구하는 노력도 병행할 것입니다.

이처럼 막중한 책임과 당면과업들의 올바른 수행은 총장이나 보직교수와 같은 특정한 개인에 의해서가 아닌 이화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합심과 노력, 그리고 이화를 아껴주시는 친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격의없는 협조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더욱이 우리 앞에 다가서 있는 90년대 전반기는 어느때 못지 않게 격동의 시대와 상황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바, 이 속에서 우리의 이상과 당면과제들을 펼쳐나감에 있어 특별한 각오와 결단이 요구됩니다.

이화가족 모두는 어떤 난관에 봉착할 때면 항상 하나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극복해 가는 숭고한 정신과 저력을 유산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정성을 다해 헌신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이 과업들을 순조롭게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제 한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이화여자대학교의 이 시점에 서서, 1백 4년의 이화 역사를 축복해 주신 하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위대한 우리들의 스승, 선배들의 지난날 이화에 바친 희생과 사랑을 사모하며, 새날을 여는 우리 모두의 앞날에도 하나님의 은총이 더해 주실 것을 기원하면서 취임에 대한 인사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1990년 8월 7일 총장 윤후정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