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음악시장에서의 별이 아이돌 스타라면 K-art 미술시장의 꽃은 단연 미술가들이다. 200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데미안 허스트는 자신의 작품 134점을 낙찰총액 9,480만 파운드에 팔아 피카소의 그림 값을 넘어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허스트는 현대미술품 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후원하는 영국의 젊은 미술가 집단인 YBA(Young British Artist)중 가장 대표적인 작가이다. 이처럼 미술 특유의 물질적 유한성과 오리지널리티로 인해 타계작가의 작품 값이 최고가를 이루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현재는 신진작가에 눈을 돌리는 아트컬렉터들이 늘고 있고 생존 작가들도 스타 반열에 올라 작가 스스로 대중스타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이런 미술 시장의 세계적 흐름에 따라 한국에서도 YKA(Young Korean Artist)를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러한 젊은 작가 발굴의 양상은 ‘소녀시대’와 같은 아이돌 스타를 육성시키는 스타 마케팅 기법과 유사하다. 그러나 K-pop과 K-art는 ‘소비의 문화’와 ‘소화의 문화’라는 큰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지점을 인식한다면 젊은 미술가를 키워내는 데에 스타 마케팅 기법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K-pop의 국제적 성공은 한국 대중문화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외국에서도 받아들여 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이돌 스타를 체계적으로 육성시킬 수 있는 스타 마케팅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K-pop이 국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서 K-pop이 소비자의 일상에 침투하여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K-art의 경우 기본적으로 현대 미술을 소화할 수 있는 문화가 부제한 상태에서 ‘스타 마케팅’ 기법만을 도입하여 미술품 가격의 버블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오히려 대중을 미술로부터 배제시킴으로써 더욱 고급 예술이 되게 하고자하는 상업적 마케팅 기법이라 할 수 있다.
현대미술을 소화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데에는 미술교육과 미술행정이 있다. 미술에서 스타 마케팅이 성공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적으로 미술을 향유하는 대중의 소양이 갖추어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중이 없는 시장에서 관람 자체의 의미는 잊힌 채 그림의 내부적 가치를 평가하기 보다는 매매 자들끼리의 거래만 이루어지는 것이 실정이다. 현재 한국의 미술 교육은 1900년도 초의 인상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어서 대중이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즐기기에는 한 없이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근래 제기되고 있는 사교육비의 절감을 위한 예능점수의 폐지 논란으로 미술교육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관람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매매 자들끼리의 그림 값 부풀리기가 아닌, 안목이 있는 관람자가 매긴 진정한 의미의 가치평가를 위해서라도 현대 미술 교육이 필요하다.
미술 행정에 있어서도 스타마케팅과 같은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미술은 본래 이익창출을 위한 분야가 아니며 시각적 양상이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는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미술 예산 지원에 있어서 작품 창작을 위한 지원 비중은 낮고, 페스티벌 진행비나 전시관 대관료 같이 가시적인 부분에만 투자가 치중되어있다.
디즈니가 죽어도 미키마우스는 영원히 살 수 있다. 즉, 가시적 프레임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컨텐츠 자체가 스스로 가치를 재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즉각적이고 성과를 내길 바라는 사회 분위기와 문화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때 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이 수준을 낮추고 있다. 당장 전시의 성과가 어떠한가를 따지던 과거 미술과는 달리 이제는 창작 과정 자체에서도 충분히 작품의 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물 보다는 과정에도 눈길을 돌려야 몇 백 년 뒤에도 그 가치가 유지되는 예술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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