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을 앞두고 공천 결과가 모두 발표됐다. 각 당의 비례대표 명단에는 여성이 1번을 시작으로 3번, 5번…에 줄줄이 공천 받았다.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에 비례대표에 30%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것으로 보아 과거에 비해 분명 여성의 정치참여 비율은 늘었다. 이를 더 높이기 위해 민주당에서 지역구 공천 15% 여성할당제를 제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정치권에 여성정치인 수를 높이기만 해서야 정치권에 여성을 진출시켜 얻고자 했던 기존 목표들을 이룰 수 있을까. 가장 기대됐던 점은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에 여성만이 제기할 수 있는 정책,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성의 정치참여 비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정치권에서 여성정치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여성정치인은 ‘정치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여성’이라는 벽에 먼저 투영된다. 아주대 김혜숙 교수는(심리학과) 2004년 ‘위기에는 왜 여성인가’ 좌담회에서 한나라당이 탄핵으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을 때 박근혜를 당대표로 선출한 것에 대해 “위기상황에서 부드럽고 화합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이용해 국민의 마음을 달래려 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날에도 당의 페이스메이커로 한 여성정치인이 정치경험 없이 반짝 떠오르다가 그의 이미지가 추락하자 이내 당에서 공천을 못 받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아무리 여성정치인이 많아져봤자 기존 정치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이럴수록 페이스메이커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전문성과 생명력을 스스로 만드는 여성정치인이 필요하다. 프랑스 녹색당의 에바 졸리 대표가 이런 여성정치인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에바 졸리 대표는 변호사로서 거물급 정경유착 사건을 담당했던 전문가로 국민들의 인정을 받아 환경운동계의 스타였던 니콜라 윌로를 누르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에바 졸리 당선 이후 녹색당은 우파 정치인들의 비리를 캐는 등 프랑스 민주주의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여성정치인이 스스로 정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맞서기도하고 여러 분야의 정책에 대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보유해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 후 여성정치인에게 여성 특유의 친화력과 소통의 이미지가 합쳐져 진정으로 정치권에 여성비율이 높아지게 된 의의가 있다. 그때 여성정치인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도 점차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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