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의 최고 목표가 이윤창출이라는 것은 기본 경제 상식이다. 그러나 이 상식에 반기를 드는 대학생들이 있다. 본지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회사를 창업한 20대 대표들을 만났다. 애드투페이퍼(AddtoPaper) 전해나 대표, 시지온(cizion) 김범진 대표, 앱디스코(AppDisco) 정수환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애드투페이퍼 전해나 대표 “대학생에게 유용한 복사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싶었어요”

 

“동기부여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돈으로 동기부여가 됐다면 저는 돈을 더 많이 주는 기업으로 갔겠죠.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실제로 가치가 있고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동기부여가 돼요.”

애드투페이퍼는 출력 시 종이 여백에 기업 광고를 넣어 광고수익으로 대학생들에게 무료 출력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애드투페이퍼는 창업한 지 1년 만에 전국 244개 대학의 5만4천420명의 학생에게 인쇄물을 무료로 프린트해줬다. 고려대 전해나(산업정보디자인학과‧07)대표를 29일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전 대표는 고려대 창업 수업 ‘Campus CEO’에서 일본 복사전문매장인 타다카피를 알게 됐다. 타다카피는 복사지 뒷면에 광고를 넣어 고객에게 복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는 타다카피의 사례를 보고 용지 앞면에 광고를 넣으면 효과가 더 높겠다는 생각을 했고, 대학생들이 복사보다는 출력을 더 많이 이용한다는 데 착안했다.
“많은 기업들의 TV, 포털사이트 광고 게재가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그 광고비가 모조리 제품 가격에 포함돼 소비자에게 부담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타다카피의 아이템이 현실화되면 광고비는 오히려 소비자를 후원하게 되는 셈이잖아요. 대학생인 제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고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아이템이 의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전 대표는 그 아이템을 가진 조에 합류해 사업계획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 대표를 제외한 조원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프린팅 광고시스템을 만들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시장 확보도 어려울 것 같아서 사업을 포기했다.
“저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인 고려대 유인철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시장조사도 하고 사업계획서를 쓰는 것도 배우며 창업을 준비했어요. 공모전 준비를 함께 했던 친구, 드라이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스카웃했죠. 자신의 정보를 입력해 아이디를 만든 후 그 아이디로 접속한 후 자료를 출력하면 회원 정보에 따라 다른 광고가 여백에 프린트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재작년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광고 플랫폼 기술이 개발됐지만 광고를 게재할 광고주와 애드투페이퍼의 프린팅 시스템을 도입할 학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과 3개월 전만해도 혼자서 여러 대학교를 찾아다녔죠. 인쇄소 관리자, 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운영하는 사업의 가능성에 대해 신뢰하지 못했어요. 거절당해도 계속 찾아가갔더니 그 끈기를 보고 고려대에서 첫 번째로 애드투페이퍼의 프린팅 시스템을 도입해줬죠. 광고도 약100개 이상의 기업에 찾아가 이 사업의 좋은 취지를 설명하며 설득한 끝에 약20개를 따냈어요.“

전 대표는 휴학 후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사업가가 됐지만 전 대표는 창업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창업은 제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에요. 후회는 없고 이 일을 좀 더 일찍 시작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다른 친구들이 가는 길처럼 일반 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의미를 못 찾는 경우가 많잖아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은 대학생에게 도움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저도 만약 기업에 들어갔다면 쉽게 일의 의미를 찾지 못했을 것 같아요.”

시지온 김범진 대표 “사람들이 타인의 인격을 중시하는 댓글을 달았으면 했어요”

“주주가치의 극대화가 기업의 최고 우선순위라고들 하지만 그건 두 번째 목표라고 생각해요. 회사마다 고유한 특징이나 혼이 먼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돈이 따라오게 해야죠. 저희 회사는 소비자에게 악성댓글 없는 인터넷 세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죠.”

SNS(Social Network Service)와 연동해야만 댓글을 남길 수 있는 댓글 창 ‘라이브리(LiveRe)’를 개발한 시지온의 연세대 김범진(화학공학부‧06)대표는 기업의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 각종 언론사, 정부공공기관, 비영리기관, 개인블로그, 일반기업 등에 라이브리를 제공하는 김 대표를 3월28일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시지온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故최진실씨의 죽음을 만들어낸 악성댓글을 보며 악성댓글을 막기 위한 대안 형식의 댓글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故최진실씨가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자살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진실씨가 자살한지 몇 개월 뒤에 케이블 방송에서 보여준 최진실씨의 미니홈피에 달린 성적 욕설, 가족에 대한 욕설이 담긴 댓글을 보고나서 악성댓글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때부터 친구들과 악성댓글에 관심을 가졌고 관련 기사나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챙겨 봤어요. 그러다 대안으로 나온 실명제마저 효과가 없는 것을 보고 댓글을 다는 방법을 새롭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김 대표는 친구들과 ‘댓글에는 무조건 주장과 근거를 달아야 하는 형식’, ‘토론에서처럼 중재자를 도입하는 형식’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다 프렌즈 피드(feed, SNS에서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을 받아보는 형식)에서 영감을 얻어 라이브리를 만들었다.
“페이스북(Facebook)에 인수된 프렌즈 피드를 보며 자신이 남긴 댓글이 아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면 사람들이 댓글을 신경써서 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SNS에 자신의 댓글이 공개되면 오프라인에서 아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때처럼 터무니없는 욕설과 비방은 남기지 않을 것 같았어요.”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사업기획도 디자인도 몰랐던 김 대표와 친구들은 전문가,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디자인, IT분야 등을 계속 공부해 라이브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설립초기 김 대표가 만든 댓글 형식을 사용하겠다는 사람은 홈페이지를 가진 2명의 정치인 뿐이었다.
“처음에는 기획, 디자인 개발, 아웃풋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죠. ERD(Entity Relation Diagram, 데이터베이스 설계 관련 프로그램)를 잘하는 선배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가 배우고 원래 IT분야에 종사하던 개발팀장님이 합류하면서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졌죠. 하지만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의 댓글 형식을 도입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어요. 운 좋게도 등록금투쟁 응원 차 학교에 오셨던 정세균 의원님께 서비스를 소개드릴 수 있었고 정 의원님이 정동영 의원님, 강순규 의원님 등을 소개시켜주셨어요. 그 의원님들 홈페이지에 라이브리가 처음 설치됐어요.”

김 대표가 힘들었던 창업 초기를 견딜 수 있었던 데에는 대학생을 위한 각종 행사를 주최하는 ‘연세 리더스 클럽’에서 겪었던 경험의 영향이 컸다.
“‘연세 리더십 페스티벌’을 열 때 행사장을 모두 다 세팅해놨는데 한 밤 중에 바람 때문에 천막이 날아갔고 32개 대사관에서 후원받은 물품들이 비에 젖었어요. 그 때 저는 행사를 진행할지 말지 결정을 내려야 했죠. 물에 젖지 않은 물품들을 수거하고 행사장을 정리해 행사를 추진했는데 운 좋게도 비가 더 이상 오지 않아서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힘든 결정을 내릴 때에는 올바른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답은 선택하는 것이고 선택한 답을 책임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김 대표는 창업의 장점으로 돈을 번다는 것 보다는 선배, 상사와 불필요한 인습적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수평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기업이 가치가 있으면 돈은 당연히 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돈보다는 사람 때문에 행복해요. 회사는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창업을 하니까 좋은 친구들과 평생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행복해요.”

애드라떼 정수환 대표 “광고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됐죠”

“대학생 때부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물색했었죠.”

신개념 광고 플랫폼 애드라떼(ADLatte)를 만든 앱디스코 정수환 대표가 창업을 한 첫 번째 이유는 사회 기여다. 서비스 제공 3개월 만에 회원 100만을 돌파한 앱디스코 정수환 대표와 3월29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대표는 북미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모바일 광고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타깃팅 광고(사용자 별 특성에 따라 보여지는 광고가 달라지는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고 반대로 소비자에게는 광고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개념을 접목했다. 애드라떼는 모바일 광고를 보고 퀴즈를 풀면 300원 안팎의 금액을 적립해준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광고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광고주, 대행사, 매체로 연결되는 광고 구조는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시장도 소비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흘러갈 것 같아요.”

정 대표는 창업 이전 총학생회 활동,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 비정부기구)활동, 선행서비스 기업 창업 등 사회참여활동을 해왔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을 꿈꾸게 됐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다는 점에 끌려서 총학생회장을 했고 1년 동안 은행 수수료 무료화 등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을 해나갔죠. 독도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등록금 운동, 티벳 평화 운동 등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했어요. 이후 NGO에서 일했는데 연사섭외, 장소섭외 등 모든 것에 다 돈이 들어갔어요. 그래서 기업의 사회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행서비스기업, 기업의 어플리케이션을 외주에 맡겨 개발해주는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죠."

두 번의 창업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당시 사무실을 차릴 돈도 없었지만 정 대표는 애드라떼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졸업을 1학기 남겨둔 고려대를 중퇴하면서까지 사업에만 매진했다.
“당시 사업 실패로 인해 빚이 1억이었어요. 이전에 사업을 함께 했던 친구들도 떠나간 상태였기 때문에 심신이 괴로웠죠. 그래서 학교까지 그만두고 극한의 상황에서 다시 해보려고 결심했어요. 완전히 새로운 광고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광고주에게 무작정 찾아가 광고를 게재해 달라고 한 분 한 분씩 설득해야할 정도로 영업이 힘들었죠. ”

탄생까지는 힘들었지만 일단 출시되고 나자 애드라떼는 별다른 프로모션(경영이나 선전, 이벤트 등의 기획에서 진행이나 그에 따르는 영업활동) 없이 프로그램 자체의 특징만으로 이용자를 금세 끌어모았다. 3월8일엔 일본 앱스토어에 올라간 지 하루 만에 전체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애드라떼의 이용자들에게 애드라떼는 소중한 책값, 생활비의 원천이 될 수도 있어요. 지난 설날이벤트에서 이용자들을 직접 만나고 상품을 전달해드렸는데 어린 나이에 결혼해 자녀를 키우는 사람, 용산전자상가에서 새벽에 근무하는 사람 등 많은 분들이 애드라떼를 통해 재미와 혜택을 동시에 누리시는 것을 보고 굉장히 보람을 느꼈어요. 앞으로도 미아찾기운동, 청년 취업난 극복과 실종 아동, 노인 찾아주기 캠페인 등 사회참여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었던 제 초심을 잃지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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