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화를 내는 진짜 이유


「무엇이 여성을 분노하게 하는가 : 여성을 바꾸는 분노의 심리학」
해리엇 러너 지음, 김태련‧이명선 옮김

   요즘 좀 재미있다는 드라마를 보면 꼭 한 명씩 악녀가 등장한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치켜뜨며 자신의 분노를 마음껏 드러내는 그녀들을 우리는 이른바 ‘악녀’라 부른다. 이는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분노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은근히 금기시되었다. 새삼 남녀평등을 말하기에도 민망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는 ‘화를 내는 여성’에게만큼은 그 이유와 상관없이 너그럽지 못하다. 왜 그러는 걸까?
   사실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여성들은 자신의 분노를 참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분노의 모든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려야 한다고 교육받으며 살아왔다. 분노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거나 타인에게 잘못을 돌리는 여성들에게 따라붙는 건 ‘나쁜 여자’라는 딱지뿐이다. 반대로 분노를 억누르고 참는 데 익숙해진 여성들은 ‘착한 여자’라는 미명 아래 자기도 모르는 새 대인 관계에서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드라마에서 다 자기 탓이라며 딸을 붙잡고 눈물짓는 엄마와 모든 건 죄다 엄마 탓이라고 악쓰는 딸, 이 전형적인 모녀 관계를 볼 때 우리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 바로 그 증거다.
   지금껏 분노는 늘 단순한 ‘화풀이’ 취급을 당해왔다.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드러나는 화는 궁극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거나 적절한 해결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희로애락 그 모든 감정이 그러하듯이, 분노 또한 우리가 존중해야 할 감정의 하나이자, 당면한 문제를 규명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건강한 에너지다. 분노는 상처 입은 마음을 적극적으로 대상에게 드러내는 하나의 신호이다. 또한 내 권리를 침해당했거나 욕구나 바람들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호소이기도 하다. 적절한 순간에 펑펑 쏟아낸 눈물이 깊은 슬픔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하듯이, 이유와 대상이 명확한 분노는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관계 진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책과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분노를 긍정적인 변화의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과 과정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여성 심리학의 고전’이다. 영어권에서만 2백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로서, 1995년 출간 당시부터 국내 안팎으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킨 책이기도 하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치료사이자 학자인 저자가 분노를 느끼는 여성들의 심리 상태를 포착, 실제로 상담을 나누었던 여성들의 다양하고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중심으로 인간관계, 더 나아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감정 에너지로서의 ‘분노’를 재해석한다. 그 과정을 함께하다보면 어느새 내 안에도 여성의 분노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길 것이다. 책을 다 읽은 뒤 드라마를 다시 보자. 분명 ‘그녀가 화를 내는 진짜 이유’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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