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행으로 읽는 헤밍웨이의 삶
전쟁과 여행으로 읽는 헤밍웨이의 삶
  • 임경민 기자
  • 승인 2012.0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올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생을 마감한 1961년으로부터 51년째 되는 해다. 헤밍웨이의 사망 이후로 50년이 지나 저작권이 사라지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그의 책들을 출간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관련 서적을 통해 그의 삶을 되돌아봤다.

헤밍웨이는 1920년대 영미문학사에서 ‘길 잃은 세대(lost generation, 1차 세계대전을 겪고 삶의 방향을 잃은 전후 세대)’의 대표 작가로 꼽힌다. ‘길 잃은 세대’의 여러 작가들은 1차 세계대전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었고, 전후 미국으로 돌아와 전쟁과 동떨어진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종전 후 고향으로 돌아온 헤밍웨이도 전쟁의 흥분, 부상 때문에 받은 정신적 충격이 가시지 않아 무기력하고 침울해했다. 그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당시 나는 불을 켜두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었다’고 전했다. 헤밍웨이는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이 시기를 ‘만취 상태로 보낸 기나긴 주말’로 표현하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겪은 혼돈과 방황을 그려냈다.

그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든 전쟁은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19살이었던 헤밍웨이는 친구와 함께 미군 적십자부대에 자원입대해 구급차 운전사로 전장을 누볐고 특파원으로 스페인 내란, 그리스-터키 전쟁 등에 참가하며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헤밍웨이는 전쟁을 인간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보았고 환멸감을 느꼈다.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주인공 프레데릭을 비롯한 병사들은 승리가 아닌 평화를 원할 뿐이다.

헤밍웨이는 전쟁 전후에 신문과 잡지 기자로 활동했고, 저널리즘에 입각한 간결한 문체로 글을 썼다. 헤밍웨이는 짧고 명료한 문장을 쓰는 법을 배웠던 신문사의 스타일북을 “글 쓰는 직업을 위해 배운 최고의 규칙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의 작가 차만 나할(Chaman Nahal)은 헤밍웨이가 기자 시절 배운 언어를 ‘단축된 힘찬 문체(clipped, sinewy style)’라고 표현했다. 그는 복잡한 문장 하나 대신 간단한 다섯 문장을 썼고, 서술보다는 대화를 강조해 글의 주제들을 명쾌하게 나타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단편 「기차여행」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그가 지닌 간결한 문체가 드러난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방은 싸늘했다. 옷을 입기는 귀찮았다. 구두와 양말은 여름 내내 신지 않고 지내다가 지금 새삼스럽게 신으려니 왠지 거북했다. 아버지가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기차여행」

그는 자전적인 경험들을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헤밍웨이는 그가 머물렀던 지역의 풍경, 사람들 등을 소재로 새로운 작품을 썼다. 예를 들어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비행기가 킬리만자로산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도 그의 경험에 연유한다. 실제로 그는 1934년 1월 세렌게티 평원에서 수렵을 하다 이질에 걸려 이를 치료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킬리만자로산을 지났던 경험이 있다.

헤밍웨이는 소설을 쓰기 위한 경험을 쌓으러 직접 현장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62년의 생애 중 약14년 동안 여행을 하며 살았다. 문학비평가 조셉 데팔코(Joseph Defalco)는 헤밍웨이의 작품을 ‘여행 기법(Journey artifice)’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헤밍웨이는 용기가 필요한 도전을 찾아 성취하는 인생을 살았다. 그의 인생에서 여행은 활력소이자 도전이었고 이러한 여행의 경험들이 작품으로 탄생됐다.

작은 배에 탄 채 나흘 밤낮을 홀로 황새치와 싸운 늙은 어부와, 잡은 고기를 배 위로 끌어올릴 수가 없어서 뱃전에 묶어두자 결국 상어들이 그것을 먹어버린 이야기. 이건 쿠바 해안이 전해 준 멋진 이야기라네. 나는 모든 사실을 정확히 알기 위해 카를로스와 함께 그의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보려고 해.
-1939년 2월, 헤밍웨이가 스크리브너 출판사의 편집자에게 보낸 편지 중

끊임없이 여행을 하고 글을 썼던 그의 삶 이면에는 항상 불안이라는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헤밍웨이의 단편집 「닉 애덤즈 이야기」의 주인공 닉 애덤즈는 잠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적지 않은 밤마다 나는 기도문조차도 생각나지 않았다”며 신앙이 없음에도 기도를  하려 하는 모습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나타난다. 헤밍웨이의 아버지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1928년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헤밍웨이도 오랜 기간 우울증에 걸려 있었다. 그의 지인이었던 클라크는 헤밍웨이에 대해 “떨리는 감수성과 폭력에 대한 몰두가 이처럼 불가사의하게 결합된 존재가 이 지상에 걸어 다닌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자전적인 주인공들과 실제 그가 택한 삶의 결말은 상반된다. 그는 「노인과 바다」를 통해 인간 사이의 유대감과 영원히 지속하는 생명력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과대망상과 우울증, 비행기 사고로 인한 후유증 탓에 그는 글을 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헤밍웨이는 1961년 엽총 사고로 사망했는데, 이는 자살로 추정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그의 인생과 작품세계」의 저자는 이러한 이중성에 대한 답을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정상을 향해 오르다 죽은 표범과 같다고 설명한다. 헤밍웨이는 더는 창작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표범이 ‘살아 있되 죽은 삶’이 아닌 ‘죽되 영원히 사는 삶’을 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인 노인은 청새치를 지키기 위해 상어 떼와 싸우며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는 모든 것은 다 낡아 보였지만 눈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두 눈만은 바다와 같이 푸르고 명랑하며 패배를 몰랐다.
-「노인과 바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세계작가탐구:외국편 10)

김유조 지음 건국대학교출판부 2001. 6. 10 230쪽 7,000원

헤밍웨이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그의 작품이 발간된 연대기 순서대로 자세하게 서술했다. 작가의 성장기 생활을 초기 단편소설의 내용과 비교하고, 헤밍웨이의 주요 단편들을 통과의례 등의 측면에서 자세히 분석해 헤밍웨이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또한 대표적인 장편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플롯을 비롯해 등장인물, 배경, 주제, 문체 등을 분석했다. 2003년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기초학문분야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헤밍웨이1,2 (위대한 작가들15)

제프리 메이어스 지음 이진준 옮김 책세상 2002.07.25 1권 528쪽 20,000원, 2권 440쪽 18,000원

사고뭉치였던 유년시절부터 생을 마감하기까지 자신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인생을 살았던 헤밍웨이의 일생을 꼼꼼히 담아낸 책이다. 전기 작가 제프리 마이어스는 헤밍웨이의 삶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FBI의 파일을 살펴보고 헤밍웨이의 가족, 친구들과 독점 인터뷰를 했다. 저자는 헤밍웨이가 평생 강한 남성이 되기를 열망한 동시에 가문의 내력인 자살에 대한 충동을 두려워하며 살았다고 분석했다.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윤은오 옮김 출판사 아테네 2004. 9. 2 304쪽 9,800원

헤밍웨이는 1921년 그의 부인 해들리와 함께 ‘토론토 스타’지 유럽특파원이 되어 파리에 도착한다. 이 책은 헤밍웨이가 1차 세계대전 직후 파리에서 젊은 시절을 회상한 1920년대 파리 회고록이다. 자신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해들리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과, 그가 즐겨 다니던 서점 ‘셰익스피어 컴퍼니’, 카페 되마고에서의 집필활동 등이 담긴 헤밍웨이 사후 미완성 유작 중 첫 작품이다. 커트루드 스타인, 스콧 피츠제럴드, 에즈라 파운드등 당대 저명한 작가들과의 교류가 담긴 회고들이 수록돼 있으며, 헤밍웨이의 네 번째 부인 메리 헤밍웨이가 1964년 발표했다.

 

쿠바의 헤밍웨이

힐러리 헤밍웨이, 칼린 브레넌 지음 황정아 옮김 MEDIA2.0 2006. 2. 22 300쪽 9,800원

헤밍웨이는 1939년에 쿠바에 정착해 1960년까지 그곳에서 생활하며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의 대표작들을 남겼다. 이 책은 쿠바에서 헤밍웨이가 겪은 일들과 그의 문학적 여정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헤밍웨이의 조카 힐러리 헤밍웨이가 자료를 조사하고 글을 써 삼촌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뿐 아니라 가족, 친척들과의 일화도 담아냈다. 헤밍웨이가 사랑한 여인들, 가족, 그의 배 필라 호, 그가 잡아 올린 청새치, 그가 살았던 핀카 비히아 등의 사진이 실려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그의 인생과 작품세계)

소수만 지음 동인 2006. 11. 15 610쪽 28,000원

이 책은 헤밍웨이가 남긴 장편과 단편 중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들을 저자가 창안한 작품분석 방법을 바탕으로 전기적 방향에서 분석했다. 저자는 현대회화기법을 도입해 헤밍웨이의 소설이 내포한 상징들을 설명했다. 또한 헤밍웨이 초기소설부터 말기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관점에서 성공작과 실패작을 분석했다. 이 책은 21세기 헤밍웨이의 평가와 업적을 언급하며 작품의 주인공과 헤밍웨이의 상관관계, 헤밍웨이의 사실주의, 자살의 정체 등을 정리했다. 헤밍웨이에 대한 입문서와 전문서 역할을 동시에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