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서 교수의 ‘상상력, 이미지, 스토리’ 강연 26일 열려

2012학년도 이화학술원 제1회 교수포럼 ‘내 책을 말한다: 중국신화의 세계’가 3월26일 오후5시 대학원관 106호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정재서 교수(중어중문학)가 ‘상상력, 이미지, 스토리’라는 소주제로 그의 저서인 ⌜중국신화의 세계⌟에 대해 강연했다. 이번 강연은 약40명의 학생과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이화학술원 김미현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인어’라는 단어를 보고 ‘인어 공주’를 떠올려요. 그런데 인어가 꼭 여자여야 하나요? 동양신화의 인어는 ‘저인(邸人)’이라는 남자예요. ‘인어 아저씨’보다 ‘인어 아가씨’를 먼저 떠올리는 여러분의 모습이 서양문화에 지배당한 상상력의 현주소를 보여주죠.”

사람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때 신화를 찾는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인간의 본능처럼 인간은 정체성이 흔들릴 때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이 때 찾는 ‘본래의 모습’이 바로 신화다.

70~80년대 과도한 경제개발로 인해 억압됐던 상상력, 이미지, 스토리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데 이러한 요소는 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드라마 ‘대장금’을 예로 들며 “드라마 대장금은 중종실록에서 중종이 ‘의녀 장금이가 내 병에 대해 잘 안다’라고 말한 1~2줄의 기록에서 시작됐다”며 “상상력은 머리를 쥐어짠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 인문학 고전을 바탕으로 나오는데 고전 중에 고전이 바로 신화”라고 말했다.

동양신화는 주제에 따라 ‘자연신화’, ‘창조신화’, ‘영웅신화’로 분류할 수 있다. 그는 각 신화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자연신화는 ‘태양의 신’, ‘바람의 신’과 같이 자연현상을 신격화 한 이야기로  달의 신인 ‘항아’가 대표적이다. 창조신화는 인류의 근원과 세상 창조에 대한 이야기로 대표적 창조신화는 ‘반고신’이야기다. 반고신은 혼돈 속에서 태어난 거인으로 죽어서 그의 시체가 해와 달, 흙, 초목 등으로 변해 세상을 창조한다. 

그는 동양의 반고신과 서양 게르만의 신 ‘이미르’를 비교했다. 그는 “거인을 소재로 한 동․서양 창조신화의 다른 점은 서양신화에서는 거인이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동양신화에서는 거인이 자연스럽게 죽는 것”이라며 “이는 자연을 숭배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동양의 문화가 신화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제사지낼 때 제사상에 복숭아 안 올리죠”라고 운을 뗀 뒤 복숭아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이유는 동양 영웅신화의 활의 신 ‘예’에서 비롯된 관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는 자신의 제자인 ‘박몽’에게 복숭아 나무로 맞아죽은 후 귀신의 우두머리 신이 된다”며 “우두머리 신인 예가 자신을 죽인 복숭아를 무서워해 제사상에는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양문화에 의해 상상력이 지배당하는 ‘상상력 제국주의’를 경계하라는 당부로 강연을 마쳤다. 정교수는 “동양신화에서 수호의 신인 ‘용’이 영화 ‘해리포터’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로 나온다”며 “이런 작품을 본 아이들이 용을 사악한 동물로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서양문화로 인한 편파적인 상상력을 극복하고 균형 있고 풍부한 상상력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에 참석한 이영경(중문․07)씨는 “‘문화적 제국주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상상력 제국주의’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상상력도 통제당할 수 있다는 강연 내용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