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27일 서울에서 진행된 핵안보정상회의는 테러집단으로부터 핵물질, 핵시설을 방호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안보분야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다. 핵물질의 불법 거래방지, 핵물질 및 원전 등의 방호와 같은 주요 의제를 지정하고, 협력방안을 도출해 내고자 전 세계 약50개국의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이 방한했다. 대한민국은 NPT(핵비확산조약) 규범을 성실히 준수하기 때문에 2차 회의 의장국으로 선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의제들에 대한 각국 의견을 조율하여 합의문인 ‘서울 코뮤니케’ 문안을 완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찬반 여론이 조성된 가운데 일부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를 현 상태와 같이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문조사 사이트 엠브레인(embrain.com)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선택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1%가 ‘위험해도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기 전에는 현 상태를 유지해야한다’고 응답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14%였다. 설문조사 사이트 토루나(kr.toluna.com)에서도 유사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3%의 응답자가 다소 위험하지만 대체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현재 원전을 유지해야한다고 응답했다.

원자력단체총연합회, 미래에너지연대, 한국시민단체협의회 등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에 찬성했다. 그들은 이번 행사가 국내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은 원자력의 안전을 강조하며 에너지 수요와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 원자력 발전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 에너지정의행동, 녹색연합 등은 핵안보정상회의를 ‘핵 없는 세상’이라는 허울 아래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회의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정부가 이번 회의를 원전 수출의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심층적인 찬반여론을 듣고자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에 찬성하는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이병종 교수와 반대하는 시민단체 녹색연합의 권승문 씨를 만났다.

 

“정상회의 계기로 대한민국이 틈새외교 주도해야”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이병종 교수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핵안보정상회의)에서 맡은 역할은
핵안보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더러 어렵고 기술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이를 일반인에게 홍보하는 자문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외신기자였던 경험을 살려 회의에 참석하는 외신 기자 및 외국 관계자에게 본 회의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요즘 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는 핵위협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차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핵 테러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더욱 핵에 관심이 많다. 특히 작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반인들의 핵안전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외교방식을 보여줬고 어떤 이득을 얻었나
 경제, 군사력, 인구 등의 규모는 강대국에 미치지 않지만 충분한 규모를 지녀 국제 정치에 어느 정도 유의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들이 주로 추구하는 외교방식이 틈새외교다. 한국이 미국처럼 강대국이 아닌 관계로 모든 분야에서 외교 역량을 발휘할 수는 없다. 제한된 국력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분야를 찾아 자원을 쏟아야 한다.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과 신흥 경제대국 사이의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인정받은 우리나라 또한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핵과 관련된 국제 문제 해결에 능동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틈새외교를 주도하는 중견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테러집단에 대한 핵안보가 이번 회의의 큰 목표다. 가능하다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테러집단은 선전포고 없이 일반인을 향해 무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다. 이런 테러집단이 은밀하게 조직 활동하기 때문에 통제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서는 가능하다고 본다. 테러집단이라 해도 국가적 지원 없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테러집단이나 북한에 대해 핵안보를 논의 하는데 그들을 제외한 회의가 의미가 있나, 오히려 그들을 더 고립시켜 자극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비공식적으로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는 테러집단에 대해 제재를 가하자는 핵안보정상회의에 테러집단이 참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 이란 정부 역시 고농축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 원자력 시설 방호 강화 등의 의제와 직접적 관계는 없다. 북한 핵 문제는 오히려 우리나라와 북한 간의 양자 대담을 통해 다뤄져야 한다. 북한은 더군다나 국제 사회에서의 고립에 별로 개의치 않으며 되려 고립을 조장하고 있다. 따라서 외부에서 북한을 포용하려 해도 북한 정권의 속성 상 개방으로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참가국들이 내년 말까지 HEU(Highly Enriched Uranium, 고농축우라늄) 감축 계획을 제출하기로 한 점이 이번 회의의 성과다. 이것이 실효성을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차기 주최국, 의장국 및 관련국들의 계획에 대한 지속적 점검이 필요하다. 너무 장기적인 목표이고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점검에 소홀할 수 있다. 그러나 점검 사항을 계속 공표해 간접적으로 국제사회의 압력과 지속적인 점검을 통하면 성과를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 야욕도 견제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투트랙 외교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동의하는가
 크게 좋다, 나쁘다의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 야욕을 전면적으로 견제하지는 못했다. 대통령이 추진한 주변국과의 네트워크 심화를 통해 한국 정세에는 적극 대처하고 국제이슈를 주도하는 외교 정책 비전인 ‘글로벌 코리아’는 올바른 방향이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처럼 세계 외교 무대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해 반대하는 대학생이나 시민단체에서는 시위나 퍼포먼스를 통해 이번 회의의 부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핵안보정상회의를 반대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이유라고 본다. 원자력 에너지가 주는 위험성이 첫째고 미국이 이번 회의를 주도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그러나 둘 다 설득력 있는 이유라고 볼 수 없다. 화석연료의 한계가 있는 만큼 원자력 등 에너지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직 대체 에너지가 많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원자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한국 같은 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니 더욱 급한 실정이다. 미국이 이번 회의를 주도하지만 비공식적 테러집단의 핵무기 소유 금지 조항 등은 비단 미국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설사 미국이 전 세계에서 테러 위협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라 해도 미국을 향한 테러는 곧 전 세계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핵무기의 위협 속에서 우리나라 또한 예외라고 볼 수 없다.

“진정한 핵안보 이루어진 세상은 ‘핵 없는 세상’”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권승문 활동가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핵안보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이유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실질적인 목적은 핵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해 원자력 발전소를 더 건설하려는 것과 핵의 소유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어 핵패권을 강화하고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참가국이 고농축우라늄 감축 계획을 제출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은가
2009년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핵무기 제거와 핵물질 감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단지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핵물질이 비국가행위자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 주요 의제였다. 즉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핵물질을 탈취하는 것만을 막기 위한 회의인 것이다. 전 세계에 배치된 핵무기가 약5천기에 이르고, 비축하거나 재고한 양까지 합치면 2만기 이상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핵폐기를 언급하지 않는 핵안보는 역설적이게도 기존 핵무기 보유국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핵무기는 그대로 둔 채, 다른 나라의 핵무기 보유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의의 초점이 어느 쪽에 맞춰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진정으로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모든 핵무기의 폐기’라는 보편적 논리가 제시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이런 논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핵산업계는 핵발전소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로 열리는 ‘핵산업계정상회의’의 공동합의문에는 신규로 핵시설을 도입하고자 하는 나라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각종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것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가 단지 핵물질의 관리에만 국한된 회의가 아니라 핵발전소를 증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핵발전소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핵발전 사고 피해는 주로 방사능 유출로 발생한다. 방사능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백혈병, 암, 백내장, 심장질환 등으로 평생 동안에 걸쳐 나타나기도 한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6천800명의 어린이들이 갑상선암에 걸렸으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어린이들은 국제방사선방호협회가 연간 피폭한계치라고 말하는 1밀리시버트를 훨씬 초과하는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낮은 수준의 방사능도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국제방사선방호협회가 따로 정한 안전기준이 없을 정도로 방사능은 위협적이다.

-핵발전으로 인한 방사능 피해와 같은 환경문제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이라는 대체 에너지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위험을 감수할 만큼 원자력 발전이 효율적이지 않다. 발전소 1기를 건설하는 데만 2~3조원이 필요하고, 30~40년 수명의 핵발전소를 짓는 데 10년이 걸린다. 사고와 고장도 많이 나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가 나면 어마어마한 복구비용도 필요하다. 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곳도 없어 폐기물을 처리하는 일에도 갈수록 비용이 늘어난다. 이 비용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대체할 수 있다. 더욱이 핵발전소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핵폐기물을 남기고, 언제든지 군사적 용도로 전환될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하는 위험천만한 설비다.

-핵안보정상회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비핵화나 핵감축’에 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도 많은데, 대학생들이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 달 전부터 TV광고나 각종 포스터로 광고한 홍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에서 홍보하는 ‘핵안보’라는 용어 속의 안보는 ‘핵을 지키는 안보’다. 궁극적인 논의 내용도 테러로부터 핵물질을 보호하자는 내용일 뿐, 국민의 안전을 위한 핵안보는 아니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도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다루는 문제가 실생활에 와 닿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핵안보정상회의의 문제점이 있다면
핵안보정상회의가 ‘핵물질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문제’를 다루지 않고 ‘핵물질을 보호하는 문제’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리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은폐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사건의 진실과 정부의 입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국민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이 핵무기뿐만 아니라 핵발전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갖길 바란다. 발전소가 설치된 지역은 지금도 위험성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에 관해서 관심을 갖고 고민하고 토론 하며 핵발전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대학생들의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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