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에서 기획의전부장으로, 핵안보정상회의를 디자인하다
외교관에서 기획의전부장으로, 핵안보정상회의를 디자인하다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2.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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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대통령이 회의장을 ‘판타스틱(fantastic)’이라고 표현했을 때 굉장히 뿌듯했죠.”
 3월26~27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핵안보정상회의)’에서 행사의 기획과 의전(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을 총괄한 동문이 있다. 바로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소속 기획의전부장을 맡은 오영주(정외·86년졸)씨다. 그를 회의가 끝난 3월28일 회의장 내 정상오만찬장에서 만났다. 3월26일 업무만찬장, 3월27일 업무오찬장으로 사용된 이곳은 그가 회의장 내에서 가장 애착을 갖는 곳이다.
 오씨는 작년 3월 중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기획의전부장을 맡게 됐다. 그는 작년까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참사관(대사 또는 공사의 지휘나 감독을 받아 외교 교섭 및 기타 임무를 보조하는 외무 공무원)이었다. 외교부 직원이 기획의전부장 일을 하도록 결정되면서 유엔과장을 맡아 국제회의를 많이 접한 경험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강점으로 가진 오씨가 그 자리를 맡게 됐다.
 오씨는 약 1년간 행사를 실질적으로 구성할 여러 분야의 전문 업체를 선정하고, 그들과 함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회의를 했다. 그는 행사장의 도면부터 벽의 두께, 조명 등 세부적인 것까지 꼼꼼히 살폈다.
 “요즘에는 어느 나라에 가던 스타벅스가 있는 건 똑같잖아요. 문화는 장식, 스쳐 가는 것들과 같이 섬세한 것에서 차이가 나요. 그래서 이번 회의에는 메뉴판, 메모패드 등 세부적인 것에도 한국의 느낌이 나게 하도록 신경 썼죠. 또한 각국 정상들과 배우자들에게 배부된 8종의 홍보 인쇄물을 펼쳤을 때 통일성, 일관성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그가 이번 행사를 기획하는 데에는 타국의 회의장을 다닌 24년 차의 외교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사실 외교 관련 일과 기획의전부장 일은 굉장히 달라요. 행사장을 기획하는 일은 일종의 건축과 같죠. 그래도 외교관을 하면서 여러 국제회의에 가서 봤던 회의장의 잔영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작년 11월에 열린 칸(Canne) 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회의장의 디자인도 자세히 봤었어요.”
 그는 이번 회의에서 실용적인 의전에 가장 중점을 뒀다. 오씨는 회의에 필요한 것은 다 제공하되 가공한 듯 지나치게 친절한 의전이 아닌 ‘절도 있는’ 의전을 유지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외국 관계자는 핵안보정상회의의 기획 및 의전에 대해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 일간지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영접장소와 차량 승․하차 장소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등 각국 정상의 동선을 편리하게 한 점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아쉽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획단이 한시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현재 80명의 기획단을 함께 이끌고 가는 등 조직을 완비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있었어요. 각 나라 정상을 똑같이 대우하려고 했지만 특정 국가가 특별한 대우를 바라면서 작은 문제가 생겨 아쉽기도 했죠.”
 1년간 준비기획단에서 일했던 그는 이제 자신의 고향인 외교부로 돌아가 다음 자리를 준비하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교관으로서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일이었던 기획․의전을 1년 동안 하면서 재밌었어요. 저는 이제 외교부로 돌아가 한국 외교에 기여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