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성 정치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더욱 단단해졌죠”

<편집자주> 우리나라 18대 여성국회의원 비율은 14.9%(2012년 3월 기준)로 IPU(국제의원연맹)회원국 평균인 19.8%보다 약5% 낮다. 최근 정치계에선 여성의 참여율 저조를 막고자 ‘선출직 30% 여성할당제’, ‘비례대표 50% 여성 공천’ 등의 정책이 논의됐다. 여성에게 ‘높은 벽’으로 여겨져 온 정치계에 20대 뛰어든 여성이 있다. 본지는 부산시의원 후보 황보승희(영문․01년졸)씨와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후보 손수조(국문․09년졸)씨를 서면 및 전화로 만났다.

△8년간의 구의원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시의원에 출마한 황보승희(영문․01년졸)씨
-큰 선거를 앞두고 바쁠 것 같다.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나
오전5시에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아침에는 산책로와 대로에서 운동 및 출근을 하는 구민들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진다. 이 외에도 지역주민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 골목을 자주 돌아다닌다.

-부산 시의원에 출마했다. 황보 의원이 구상하는 부산의 모습이 궁금하다
영도구 구의원으로 보낸 8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의회에서 좀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부산시와 영도구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어 출마했다. 현재 부산은 인근 지역인 김해나 창원 등에 비해 특성화된 산업이 부족하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또는 공부를 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 이에 부산은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가 15%가 넘는 등 심각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시대에는 지역의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성과 참신성을 가진 그들이 지역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도 산업구조를 개편해 관광산업, 문화산업 등 역점산업을 키워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정치인들보다 젊은 나이에 정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4학년 1학기가 끝나고 휴학을 한 후 8개월 동안 지인의 소개로 김형오 전 국회의원의 비서로 근무했었다. 그 후 졸업을 하고 2년 정도는 부산에 내려가 영어 학원 선생님, 회사 비서 등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2004년에 부산에서 한 여성이 30대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 소식을 들은 김형오 전 국회의원이 나에게 정치를 해 볼 생각 없냐고 제안했다. 당시 20대 여성 정치인이 드물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족을 포함한 모든 지인이 날 말렸고 나도 망설였다. 하지만 김형오 전 국회의원이 ‘정치인이 되면 지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며 나를 설득해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대학시절이 궁금하다
1학년 때는 처음 경험하는 서울 생활에 신선함과 놀라움으로 다소 들뜬 새내기 시절을 보냈다. 2학년 때는 영문과 대표를 하면서 학교생활에 열중했다. 수업시간 외에는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잠도 자고 영화도 봤다. 가끔은 학교 앞에 있었던 ‘이화만화사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0대 여성으로서 정계에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나
처음 구의회에 입문했을 때 만 27살이었다. 그 당시 부산 전체 구의원 약250명 중 여성의원이 4명밖에 없었고 대부분 50대가 넘은 남자의원이었기 때문에 20대 여성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처음에는 나보다 직급이 낮은 의원들도 회의 안건을 자신의 방으로 올라와 보고하라며 나를 무시했다. 하지만 기죽지 않고 내 나름대로 그 분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했고 참신한 의견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했다. 백일장과 그림그리기, 노래자랑만 하던 기존의 축제에서 벗어난 ‘영도다리축제’를 만들기 위해 ‘그리운 사람 만나기’, ‘소망터널 지나기’ 등 다양한 놀이를 준비했다. 또한 바닷가 옆 공원이 밤에 지나다니기 어둡다는 구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조명을 설치하는 등 구민들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듣기 위해 노력했다. 

-정치계에 입문한 걸 후회한 적이 있나
정치인으로서의 삶과 나의 개인적인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힘들었다. 정계에 입문한 30대 초반에는 야간 교육대학원을 다녔는데 공부하느라 시간도 부족하고 업무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 교생실습을 나갈 때는 만삭의 상태였다. 또 낮에는 지역 행사를 다니고 일주일에 3번 정도 저녁에 있는 정기 회의에 참석하다보면 학교생활과 의원직을 병행하기 힘들었다.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게 늘 미안했는데 최근에는 저녁마다 아이들에게 2권씩 책을 읽어준다.

-'이화여대 라인'이라고 불리는 이화여대 출신 정치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화 출신 정치인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회를 공부할 수 있는 이화만의 특성이 정치인으로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학교 다닐 때 여성학 강의나 여성관련 영화 등을 많이 접했다. 또한 영문과 전공 수업에서도 ‘여성학관점에서 본 18세기 소설’, ‘소설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차별’ 등에 대한 과제를 한 기억도 난다. 이런 공부를 한 경험 덕분에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많은 문제를 여성의 힘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공부할 수 있었다.

-최근 소위 ‘혜성’처럼 등장한 다른 후보들의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여러 후보님들의 도전하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그들의 참신한 생각도 존중한다. 다만 수년간 지역에서 봉사하고 활동하면서도 원내 진입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의원들이 자신의 노력에 대한 허탈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되기도 한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대학생 때 실패가 두려워 시도해보지 못한 점을 후회한다. 원래 꿈이 외교관이어서 외무고등고시에 합격한 선배들의 강연을 들으러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에 실패할까 두려워 시작조차 해보지 못했다. 대학생 때는 실패의 결과가 내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안전한 길을 택하기도 한다. 때문에 잘 해야 하고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하는데 사회에 나오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이화인은 실컷 놀고 실컷 공부하고 후회 없는 순간을 보내길 바란다.

△ ‘보통사람의 젊음’을 무기로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에 출마한 손수조(국문․09년졸)씨
-큰 선거를 앞두고 바쁠 것 같다.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나
오전6시에 일어나 오전6시40분부터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보통 1시간 간격으로 급식 봉사, ‘후보자와의 만남’, 정책 회의 등이 잡혀있다. 오후3시와 오후8시에는 ‘도보투어’를 한다. 오후10시에 전략 회의를 한 후 자정에 SNS 등의 미디어를 모니터링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아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나는 원래 정치인이 꿈이었다. 그러나 나같이 ‘스펙’도 없고 ‘돈’도 없는 사람이 정치를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훗날의 꿈으로 미뤘었다. 그러던 중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개혁과 쇄신을 외치며 젊은 정치인을 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도전하고 싶었지만 당에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비대위에서 공천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돈 위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냈고 매일 그에게 ‘20대 젊은이의 도전을 지지해주십시오’라는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이력서를 제출해보라는 답변을 받았고 나는 그 즉시 부산으로 내려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다른 정치인들보다 젊은 나이에 정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나는 내세울만한 경력이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도전하는 젊음’이 있다. 이 젊음은 기득권층이 만들어 놓은 기성정치권의 높은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패기와 열정이다. 이번 총선이 지나면 나 역시 30대가 돼 그만한 패기와 열정이 없어질 것 같아 과감히 도전했다.

-대학시절이 궁금하다
활발하고 열정적인 학생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무엇 하나에 관심이 생기면 죽자 사자 한다. 공부 외에도 학내 방송국(EUBS)에서 PD로 약2년 정도 활동했다. 마감 때면 학교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잤다. 발목을 다쳤는데 학교 행사와 겹쳐 발목에 붕대를 감고 행사를 진행했었던 기억도 난다.

-20대 여성으로서 정계에서 활동하는 것의 강점과 약점이 있다면
한국사회는 아직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빈약한 국가다. 20대 여성을 바라보는 대중의 눈은 차갑다. 특히 정치권의 편견은 더욱 심하다. 처음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는 많은 편견과 오해에 시달렸다. 하지만 강점은 국민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의 도전이 화제가 된 배경은 내가 20대 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20대 여성의 당당함을 무기로 편견에 맞설 것이다.

-어떤 정치 철학을 갖고있나
‘보통사람에 의한 상식의 정치’를 추구한다. 정치가 어렵다는 건 기성 정치권이 만들어낸 편견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어려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닌 ‘거짓말 하지 마라’, ‘싸우지 마라’ 등의 상식적인 수준이다. 난 이러한 ‘보통사람’이 바라는 상식에 기반한 정치를 꿈꾼다.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위한 정치가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 말이다.

- 국회의원 후보로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 같은 보통사람이 정치를 해야 진심으로 서민을 위한 정치가 이뤄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보통사람이 기성정치권에 뛰어 들기에는 돈, 조직, 경력 등의 현실적인 벽이 있다. 나는 이러한 기성 정치논리를 거부하고 정치개혁을 이루고 싶다. 또한 경험과 연륜은 도움을 받아 채울 수 있지만 열정과 도전은 도움을 받을 수도, 빌릴 수도 없다. 나 같은 20대의 열정과 도전을 장려하고 격려할 때 우리사회의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다.

-최근 ‘3000만원 뽀개기’ 공약포기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신인 정치의 참신함은 사라지고 기존 정치의 말 바꾸기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공약을 포기하게 됐다. 공약 포기의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 하지만 내 전 재산을 털어서 내 꿈에 도전한다는 것, 기존의 돈 선거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나의 ‘맨발 정신’에는 변함이 없다. 

-자신의 무기를 ‘젊음’으로 꼽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젊다는 것은 머리가 굳지 않고 개방적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뉴 미디어인 SNS를 활용하는 데 젊음이 본능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한 젊음은 때 묻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나는 앞으로도 기성정치권과 다른 ‘젊은 정치’를 해 나갈 것이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아직 국회의원도 아니고 우리사회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모두 나의 ‘도전’을 높이 평가해 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도전은 이화에서 쌓았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EUBS PD로 활동했던 때 처음으로 나무에 현수막을 걸어봤다. 남녀공학 학교였다면 이런 일은 남자들이 했겠지만 우리학교는 여대이다 보니 모든 일을 여자가 해야 했다. 내가 이화인으로서 배웠던 도전정신과 자립심을 여러분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