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기고 만드는 ‘이화 루덴스(Ewha Ludens, 놀이하는 이화)'
게임을 즐기고 만드는 ‘이화 루덴스(Ewha Ludens, 놀이하는 이화)'
  • 고해강 기자
  • 승인 201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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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는 여자였지만 튜링상에서 최초의 여성 수상자가 나온 건 2006년이었다. 튜링상은 1966년 설정된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많은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IT산업, 특히 개발자 직종에서 여성은 소수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작년 1~3분기 IT산업(컴퓨터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관리업, 정보 서비스 산업)에 취업한 901명 중 여성은 200명(22.19%)이었다. 2008년 산업기술인력수급동향조사에서 응용소프트웨어개발자 직업군(게임 프로그래머, 네트워크 프로그래머 등) 약3만9천명 중 여성은 약5천명(14.24%)으로 나타났다.
성비불균형의 이유로는 결혼·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등이 있다. 재작년 여성IT기업인협회의 ‘IT분야 여성 전문 인력 취업․육성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2.3%가 IT분야 취업이 가장 꺼려지는 이유로 결혼 및 육아와 관련한 복지 부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IT분야에서 여성 개발자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영준 교수(컴퓨터공학과)는 “셧다운제, 청소년폭력 문제 등으로 한국 게임업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앵그리 버드’같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높은 기술보다 독특한 스토리텔링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남성 중심의 IT산업에서 여성들이 약세를 보이는 등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즐기고 직접 제작하는 이화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애플리케이션 공모전 1위 수상한 게임제작동아리 ‘KING’
친구들과 함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직접 만든 게임을 하면서 코딩(알고리즘에 따라 기계 언어로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게임의 배경음악은 어떻게 깔아야 할 지, 버튼 이미지는 어떻게 디자인할지 생각하느라 토론하기도 한다.
컴퓨터공학과 게임제작동아리 KING의 일상이다. 컴퓨터공학과 09~11학번의 부원 27명이 활동중인 KING은 ‘CJ E&M 게임즈’의 멘토링을 받으며 활동한다. 컴퓨터공학과와 CJ E&M 게임즈는 작년 4월 산학협력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ING은 처음으로 참여한 공모전인 SK플래닛의 ‘동아리 아이디어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에 ‘스트롱 베이비’ 애플리케이션(앱)을 출품해 1위를 차지했다. 작년 12월 제출한 기획안으로 1차 선발된 KING은 방학 중 10주간 게임을 만들어 3월9일 최종 선발된 5개 팀 중 1등을 차지했다.
이들이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즐겜(KIN Game)’이라는 동아리 이름의 뜻처럼 스스로 게임개발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미진 대표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밤을 새우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모두 게임과 개발 작업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KING은 스트롱 베이비를 티스토어(T-store)에 출시하기 위해 등급 심의를 받는 등 준비중이다. 앱이 출품되면 SK플래닛에서 개발지원금 300만원을 최종 지급한다. 공모전을 이끈 박소영(컴공·09)씨는 “게임 스토리텔링으로 몰입도를 높였고 완성도가 높아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게임기획 공모전 대상 수상한 ‘이화국문삼자매’
‘이화국문삼자매’ 팀은 발상을 전환한 스토리텔링 아이디어로 게임업계에서 인정받은 사례다.
유윤경(국문·07)․김이진(국문·07)․김지현(국문·07)씨가 만든 이화국문삼자매팀은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가 주최한 제1회 게임기획 공모전에서 1월19일 대상을 수상했다. 그들이 출품한 기획안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장승을 주인공으로 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플레이어가 게임 등장인물이 돼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이다.
더 가디언의 특징은 외국 판타지 장르를 차용하는 대신에 장승, 마패, 탈 등 한국적 문화 모티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직접 디자인하고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출품한 카이스트 ‘카이루덴스’ 등 220개 팀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했다. 유윤경씨는 “시스템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음에도 신선한 소재를 사용해 기획력이 우수했다는 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화국문삼자매는 2008년 2학기 국어국문학 전공수업인 ‘창작의 이론과 실기-영상콘텐츠 부문’에서 처음 만났다. 세 사람이 2009년 1학기 전공수업 ‘문예창작론-영상콘텐츠 부문’에서 다시 만나 과제로 제출한 더 가디언이 그 학기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됐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나 같은 작품을 공모전에 출품한 것이다.
팀원 모두 게임을 밤새워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기획을 짜는 것에 무리는 없었다. 게임을 만드는 도중에는 같은 장르의 게임을 다운받아 지속적으로 플레이해 시스템을 참고하기도 했다. 유씨는 “시중에 나온 미국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봤다”며 “팀원 모두 깊게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소비하는 콘텐츠가 있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현재 폭넓은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공부중이다. 김지현씨는 대학생에게 연구비, 기자재를 지원해 창업을 돕는 스마일게이트 멤버십 프로그램 게임 기획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유씨는 “한국에도 좋은 소재가 많은데 외국에서 동양적인 소재라고 하면 일본이나 중국만 떠올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세계 시장에 한국 콘텐츠를 알릴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더 가디언’은 아직 기획으로 남아있다. 유씨는 “‘더 가디언’을 개발하는 것은 기획을 중심으로 한 이화국문삼자매 특성 상 보류 중”이라며 “추후 다른 콘텐츠로 개발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게임회사 ‘메가폰 랩스’ 창업자 한주리씨
작년 1월1일,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구멍이 그려진 게임판이 떴다. 두더지 게임에서 두더지 대신 맥주병이 튀어나오는 광고 게임이었다. 전광판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누구라도 게임에 참여할 수 있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전광판을 올려다보며 점수를 올리기 위해 자신의 핸드폰 버튼을 연타했다.
이는 광고게임회사인 메가폰 랩스(Megaphone Labs)의 ‘메가폰 플랫폼’ 기술이 실현된 사례다. ‘메가폰 플랫폼’은 스크린과 전화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광고 게임이다. 독특한 아이디어 덕분에 고객은 NBC, 웨더 채널 같은 방송사부터 아디다스, LG, MTV까지 수십 개의 기업을 망라한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메가폰 랩스의 창립자이자 최고홍보담당자(CCO)는 한주리(시각정보디자인․03년졸)씨다.
‘메가폰 플랫폼’은 한씨의 뉴욕대 ‘ITP(Interactive Telecommunication Program)’ 과정 졸업 작품이었다. 공동 작업을 하며 관심을 보인 동기 8명과 함께 창업하게 됐다. 한씨는 “컨퍼런스에 출품한 게임을 본 PDA 제조회사 팜(Palm)으로부터 광고와 결합하자는 제안을 받아 메가폰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 시절 들었던 뉴욕대 로미 아키튜브(Romy Achituv) 교수와 유현정 교수(영상디자인과)의 수업이 그가 ‘인터랙티브 아트’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아키튜브 교수와 함께 작업하면서 그의 미디어 아트 ‘Text Rain’을 보고 움직임을 입력 신호로 받아 영상 작품에 활용하는 기술에 관심이 생겼다.
한씨는 뉴욕에서 벤처 창업을 하게 된 것은 모두 마음이 원하는 것을 따라가 얻게 된 결과라고 말했다. 일을 하다보면 흔하지 않은 여성 개발자인데다 아시아인이어서 특별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긍정적인 성격을 보며 금세 친숙해진다고 한다. 한씨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조언이야 구할 수 있지만 누구도 정답은 모른다”며 “본인이 정하고 시작하면 그 노력은 후에 어떤 형태로든 나타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