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한국 대사관 행정직

전세계 158곳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외교, 정치, 문화, 영사행정 등의 각종 공무를 처리하는 대사관(재외공관). 해외 속의 작은 대한민국인 대사관에는 흔히 외교관들만이 근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기타 부처에서 파견된 주재원, 대사관 안팎의 일들을 보조하는 행정직원 그리고 현지직원들도 함께 일하고 있다.

현재 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이자 맛 좋은 와인으로 유명한 칠레의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총무․회계 행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나의 주 업무는 한국에서 보내온 예산을 바탕으로 대사관의 총 살림을 담당하며, 외교관들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일, 또 각종 행사 및 대외업무를 지원하는 일이다. 보통 업무량은 적정수준을 유지하며, 외국인 직원들도 함께 일하기 때문에 야근이 많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사절단이 방문하거나 행사가 있을 때는 업무량이 급격히 늘게 된다. 일반 행정직원 중에는 내가 맡고 있는 총무․회계 외에 영사행정 담당도 있다. 영사 행정직원은 영사와 함께 모든 민원 업무를 처리한다. 또, 석․박사의 자격을 요구하는 전문 행정직원도 있는데, 주로 자료 수집․조사 및 전문적인 통번역을 담당한다. 일반 행정직의 경우 보수가 높은 편은 아니나, 기본급에 주택보조비, 지역에 따라 특수지수당 등이 지원되며, 모든 행정직원은 주재국에서 준외교관의 대우를 받는다. 대사관의 근무환경은 현지 사정에 따라, 또 부임되어 오는 외교관들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학부 때의 남미 여행 이후 중남미지역에 늘 관심이 많았던 나는 졸업 후, 중남미에 대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공부하고자 칠레로 떠났었다. 때마침 있었던 제5회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재외선거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려 대사관 웹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공고가 난 것을 보고 지원을 해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대사관 행정직원 중에는 종종 타국 생활이 힘들어 곧바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에 대한 책임감, 타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 특히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이 전혀 문제없을 정도 이상의 외국어 능력이 중요시된다. 대개 수시채용으로 뽑으며, 채용에 관한 정보는 외교통상부(http://www.mofat.go.kr) 웹사이트 내 “외교통상부 소개→공지사항→채용정보”에서 알 수 있다.

사실 내가 맡고 있는 일들은 아주 전문적인 일들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설치된 대사관의 살림을 맡고 있다는 책임감, 타문화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우리나라 외교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본다는 점을 생각하면 훌륭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젊었을 때 기회 삼아 해 보면 좋을 직업인 듯싶다. 이후 뜻만 있다면 외교부 혹은 국제기구로의 진출 기회가 종종 주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약 30시간 정도 걸리는 이 머나먼 칠레 땅에도 현재 자생적인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또, FTA 협정 이후 가전제품, 자동차 등 한국제품에 대한 인기도 높기 때문에 칠레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좋은 편이며 관심 또한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칠레의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행사들을 치룰 예정이어서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에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칠레인들을 만나게 되는 문화․홍보행사를 치룰 때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가장 보람을 느낄 때이기 때문에 고생도 많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