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하늘처럼 살았던 故 이민아 목사
땅에서 하늘처럼 살았던 故 이민아 목사
  • 황미리 기자
  • 승인 201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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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5일 이민아(영문‧81년졸) 목사가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지 1년 만에 5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본지는 이혼, 암, 실명위기, 아들의 죽음 등 많은 시련을 사랑으로 극복한 그의 삶을 되돌아봤다.

1959년 이어령 명예석좌교수와 건국대 강인숙 명예교수의 맏딸로 태어난 이민아 목사는 본교에서 영문학과 불문학을 복수전공하면서 3년만에 조기졸업했다. 졸업 직후 부모의 반대를 뿌리치고 당시 무명의 청년작가였던 김한길 전 문화부 장관과 미국으로 떠났다. 김한길 전 장관이 쓴 「병정일기」가 군의 기밀을 누설하고 국군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는 혐의를 받아 도피하듯 해외로 가게 된 것이었다.

미국에서의 치열했던 그의 결혼생활은 5년 만에 끝을 맞는다. 미국에서 이민아 목사는 아이를 낳고 주유소,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며 공부했다. 5년 후 김 전 장관은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 지사장이 됐고, 이 목사는 헤이스팅스(Hastings)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변호사가 됐다. 하지만 셋방에서 벗어나 삼 층짜리 집을 지은 지 한 달 만에 결혼생활은 끝났다. 김한길 전 장관은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다보니 작은 기쁨을 무시해 버린 대가로 이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민아 목사는 1989년부터 2002년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방검사로 일하던 시기에 3차례의 갑상선암 투병과 아들의 자폐 판정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1989년 이 목사는 재혼하지만 3년 후 갑상선암에 걸린다. 수술 후 기적적으로 나았지만 4년 후 병이 재발했다. 그 해 재혼해서 얻은 다섯 살 난 둘째 아들이 자폐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아이를 받아주지 않아 초등학교를 다섯 번 옮기고 중학교도 1년 다니다 쫓겨나자 하와이의 크리스천 스쿨을 찾았다. 이민아 목사는 아이를 받아준 그곳에서 보조교사로 일했고 1년 후 아이의 자폐증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목사는 2006년 망막박리증세로 실명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에 이어령 교수는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 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라며 개신교 목사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로부터 7개월 후 기적적으로 이 목사의 망막박리증세는 사라졌다.

2007년 25세이던 아들 김유진씨를 이름 모를 병으로 잃은 지 2년 후 이 목사는 슬픔을 이기고 미국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리고 미국, 아프리카, 남미, 중국 등지를 돌며 마약과 술에 빠진 청소년 구제활동에 전념했다. 이 목사는 “검사, 변호사로 일할 때에는 내 아이와 다른 아이를 가르는 벽이 마음에 있었지만 아들이 죽은 후 그 벽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가 엄마의 사랑으로 품어주자 아이들은 술과 마약을 끊고 부모에게 돌아갔다. 서른 명의 아이들이 이 목사를 ‘마마미나(Mama Mina, Mina는 이 목사의 영문 이름)’라고 불렀다. 이 때 겪은 사랑의 기적 등을 담아 작년 신앙 간증집 「땅끝의 아이들」을 펴냈다. 그 해 이 목사는 5월 위암말기 판정을 받은 뒤 신앙생활에 몰두하며 투병했지만 2월23일 영성고백을 담은 「땅에서 하늘처럼」을 출간한 지 한 달 뒤 눈을 감았다. 장지는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 홍성교회에 마련됐다.

참고문헌: 「지성에서 영성으로」, 「눈뜨면 없어라」

故 이민아 목사를 추모하며

박종렬 목사
“이민아 목사님이 이 땅과 교회에 남기신 영적 메시지가 참 크다. 논리와 이성, 경험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그는 십자가와 부활만을 바라보며 영생의 기쁨을 누리다 하늘로 갔다.”
남편 제프 뷰케넌(Jeff Buchanan)씨
“이민아 목사는 향유병을 깨트린 성경 속 여인같이 주님만 사랑하고 찬양했다. 받은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온 힘을 쏟아 기도했다.”(16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이 목사의 위로예배에서)
이어령 교수
“(고인의 생전) 마지막 순간, 많은 이들이 기도하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나님의 축복”
김은지(언정‧10)씨
“사랑하는 이민아 목사님께서 쓰신 「땅끝의 아이들」을 읽고 목사님을 인생의 멘토로 모시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 뿌리신 수많은 씨앗이 더하거나 덜함 없는 복음의 능력을 나타내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