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대표들의 무책임한 모습이 학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단과대학 학생회는 사물함 관리를 이유로 약 10만원이상의 학생회비를 걷고 있으면서 학생회비의 사용처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학생회는 학생회비에 포함된 사물함 관리비를 사물함이 고장 나거나 열쇠가 분실됐을 때 사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물함을 관리하고 있는 나머지 단과대학의 행정실 관계자는 사물함이 고장 나는 경우는 드물고 열쇠 모양을 변경하는데 드는 돈은 1만원뿐이라고 말한다.

  사물함을 사용하는 학생에게 학생회비 전액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게다가 그렇게 걷은 학생회비의 사용 내역을 ‘문서화 하지 않았다’, ‘전 대표들로부터 문서를 넘겨받지 못했다’ 등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밝히지 않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보여진다. 학칙에 학생회가 학생회비 사용처를 공개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있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알 권리는 충분하다.

  동아리연합회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학생대표들이 있다. 동아리연합회 소속 사회연대분과, 종교분과의 분과장이 3개월째 선출되지 않고 있지만 해당 분과 소속 동아리 대표들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 분과 소속 동아리의 일원이 분과장을 맡는 것이 원칙이지만 하는 일은 많고 혜택은 적어 대부분의 동아리 구성원들이 분과장 자리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동아리에서 지원자가 없다면 본인이라도 나서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동아리 대표의 역할이다. 이들의 책임 회피로 동아리연합회의 집행부원들이 대신 공석을 채우고 있지만 대표들은 여전히 이와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동아리 대표들의 책임 회피는 이번 학기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동아리연합회 심정현 대표는 언제부터 분과장이 선출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너무 오래된 문제라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대표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학생들을 대신하는 국회의원과 다름없다. 학생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 대표 자리에 앉게 됐다면 그들을 위한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 학생대표의 역할은 일반 학생들이 편안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것이다. 사리사욕을 챙기다가는 대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작은 사회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대표가 넓은 사회에서는 책임을 다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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