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호루라기를 맨 선배가 교관으로 나서 저희들한테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헤쳐모여’를 계속 시켰어요. 일명 ‘조직력 배양’프로그램이죠.” 군대의 모습일까? 아니다. 하늘의 별따기로 대기업에 막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연수현장이다.

 이뿐만 아니다. 해병대 프로그램, 철야 행군, 단체기합. 한 일간지에 따르면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정신력이 약한 요즘 신입사원들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서 이런 연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직된 조직문화가 조직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문화가 낳는 해로움은 이로움을 잠식시키고도 남는다. 그 예가 얼마 전 벌어진 ‘고리 원전 1호기 사고 은폐’사건이다. 부산광역시 기장면 고리 원전 1호기가 12분간 전원이 끊기고 비상발전기마저 가동하지 않아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 사건의 원인은 단순히 ‘사건을 은폐한’ 공무원에게만 있지 않다. 사건이 일어난 날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은 원전 ‘고장 제로’ 대책을 발표했다. 실수한 작업자를 ‘엄벌’하고 기관장 평가에도 반영하겠다는 제재 내용이 주였다. 발표한 당일 사고가 일어나고 사고 수습 뒤 발전소장을 비롯해 현장 간부들이 “사고를 보고 하지 말자”고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후 사실은 철저히 한 달 동안 은폐됐다.

 사건은 안전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고 투명하게 알리는 조직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조직 내에 잘못을 한 사람을 무겁게 벌하기만 하고 그게 두려워 서로에게 무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권위주의식 조직문화가 뿌리박혀 있었다. ‘집단적 사고’가 팽배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무거운 분위기를 통해 응집력을 키운 집단은 판단력이 부족하고, 그릇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것이 집단적 사고의 말로다. 결국 한수원은 구성원 혼자 내리는 결정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즉 <동물농장>에서의 ‘나폴레옹’, ‘스퀼라’와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우둔한 동물의 의견뿐만 아니라 ‘스노블’의 의견이 존중되는 조직문화가 있었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한항공은 조직문화를 바꿔 이득을 봤다. 1997년 괌에 착륙하던 대한한공 비행기가 언덕에 충돌해 탑승객 254명 가운데 228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부기장이 기상조건이 좋지 않다고 고참인 기장에게 보고했지만 기장이 이를 무시해 발생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이후 대한한공은 직급 체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승진 인사제도를 마련해 조직에 활기를 줬다. 조종사들에게는 영어 사용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존댓말이 있는 한국어를 쓰면 부기장이 직설적으로 조언하기보다 예의를 지키기 위해 완곡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10년 동안 기업문화 개선, 항공안전 개선과 항공기 교체 등을 위해 54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약12년째 인명사고를 내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사고 당시 발전소 책임자였던 문병위 위기관리실장은 보직 해임했다. 이 행위는 조직문화의 개선이 아니라 권위주의식 조직문화를 강화하는 꼴이다. 몇몇 신입사원 연수 또한 이를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삼양그룹은 ‘신입사원의 날’을 개최해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공연을 해주고 현대모비스는 ‘신입사원 연수 사진전’을 열어 신입사원들의 기를 오히려 살려줬다. 이처럼 조직에서는 선배사원이 신입사원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이 아닌 동등한 사원으로 인정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그 시작은 신입사원 연수가 돼야함은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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