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대상으로 한복 입기 캠페인 벌이는 ‘한복놀이단’ 단장 박선영씨

1512년 3월 1일, 한 소녀가 짝을 만나게 해달라며 달에게 소원을 빈다. 소녀가 잠이 든 사이 소녀의 간절한 기도에 감동을 받은 선녀가 나타나 소녀의 꿈을 들어준다. 잠에서 깬 소녀가 있는 곳은 500년 후인 2012년 서울.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소녀의 미모에 반한 3명의 남자는 소녀를 따라다니다 한복에 반하게 된다.
 
‘한복놀이단’이 제작한 뮤직비디오 ‘흥이 나는구나’의 줄거리다. 3분 34초로 이루어진 이 동영상은 ‘네이트 판’에서 조회수 166(8일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복놀이단은 한복에 거리감을 느끼는 젊은 층들이 한복을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로 박선영(경영․07)씨가 창단했다. 한복문화의 대중화를 꿈꾸는 그를 6일 ECC에서 만났다.

박씨가 한복놀이단을 창단할 수 있었던 데는 작년 1학기에 수강했던 ‘사회적 기업가 정신‘ 강의의 영향이 컸다. 그는 강의를 들은 후 사회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평소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박씨는 한복을 떠올렸다.
“전통음식이나 한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많지만 한복에 대한 관심은 적어요. 한복문화가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웠죠. 사람들이 한복을 많이 입도록 하고싶었어요.“

작년 4월부터 한복놀이단에 대한 구상을 시작한 박씨는 ‘싸이월드 드림캠페인(싸이월드에서 회원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당시 그의 ‘꿈’이었던 ‘광화문 광장에서 한복을 입고 플래시몹 하기’는 348명의 공감을 얻어 ‘드림피플’로 선정됐다. 그는 싸이월드를 통해 플래시몹에 필요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작년 8월26일 홍대놀이터에서 한복을 입은 약200명의 사람과 외국곡 ‘Sing Sing Sing‘ 반주에 맞춰 함께 춤을 췄다.
“이렇게까지 제 계획이 큰 호응을 받을지 몰랐어요.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평소에 입고 싶다는 생각은 했던거죠. 저는 단지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겼을 뿐이에요. 제 행동이 사람들의 한복에 대한 애정을 ‘톡’ 건드린 것 같아요.”

작년 9월, 박씨의 플래시몹에서 만난 친구들 5명과 함께 공식적으로 한복놀이단을 시작했다. 시작한지 6개월만에 한복놀이단 회원수가 700명을 넘어섰다. 단원들이 소셜네트워크(SNS)나 블로그에 활동사진 등을 활발하게 올려 저절로 단체가 홍보됐기 때문이다. 

박씨의 한복놀이단 활동이 항상 순탄하게 진행됐던 것은 아니다. 공부하던 회계사 시험을 접고 박씨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주위의 반대도 많았다. “한복놀이단을 하기 전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일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제가 정말로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꿈에 대한 확신이 컸기 때문에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한복놀이단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전통적이지 않는 방식으로 전통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전통문화 사업은 현대문화를 배제하고 전통만을 강조했어요. 그래서 젊은 층들이 다가가질 못했죠. 저는 한복을 입었다고 해서 국악에 맞춰 춤을 춰야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전통을 너무 강요하지 않아야 그들이 한복에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어요.”

단원들은 한 달에 2-3번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나들이'를 나간다. 경복궁이나 인사동 등에서 한복을 입고 만나 미리 준비한 게임을 하거나 밥을 먹는다. 함께 방송국에 방청을 가기도 한다.
“저희 슬로건이 ‘한복입고 놀자’에요. 말 그대로 한복을 입고 놀자는 거죠. 한국 문화를 알린다는 사명감도 있지만 저희 단체의 본질은 놀이 문화에요. 우리가 즐기지 못하면 그건 홍보일 뿐이기 때문에 저희가 먼저 즐겨야한다고 생각해요.“

박씨는 나들이에서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저희 보시고 굉장히 좋아하세요. 예쁘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앞으로도 자주 입으라고 격려도 해주세요. 외국인에게도 반응이 좋아요. 얼마 전에는 나들이에서 인도여행객을 만났는데 한국에 있었던 1주일 중에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봤다며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죠.”

박씨는 앞으로도 한복놀이단을 계속 이끌 생각이다. 얼마 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전통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제안 했다.
“저는 문화가 가진 힘을 믿어요. 소수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한복을 입었지만 한복놀이단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복을 입었잖아요. 앞으로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회적 기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정새미 기자 semi0809@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