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잘 안 돼도 괜찮아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후회 없이 만든 작품이니까요.”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으로 꼽히는 변영주(법학․89년졸)감독을 8일(목) 한 극장에서 만났다. 이 날은 7년 만에 그가 내놓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장르영화 ‘화차’의 개봉 날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화차는 이날 실시간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처음 미야베 미유키의「화차」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까 모든 분들이 말렸죠. 주변에서 제가 이런 장르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했어요. 그래도 사회적 문제를 굉장히 재미있게 풀어낸 줄거리 때문에 영화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거하면 재밌을까? 가자!’며 충동적으로 시작했어요. 덕분에 3년 동안은 시나리오를 20번 정도 고치며 함정에 빠져 허우적댔어요.”

 그는 ‘해야 하는’ 작품이 아닌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한다. 첫 장르영화인 ‘밀애’도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의 여성스럽고 우아한 글쓰기에 매혹돼 시작했고, ‘발레 교습소’도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하게 됐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죠. 평소에 심사숙고 하지 않아서 늘 함정에 빠져요. 오래 고민한다고 해서 더 잘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냥 ‘잘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시작해요.”

 그가 영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 데에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극장에 갔던 경험의 영향이 컸다. 변 감독이 아버지랑 봤던 국내․외의 작품들은 현재 변 감독이 영화의 주제에 대해 사고하는 폭을 늘린 계기가 됐다. 그는 아시아의 다양한 국제매춘을 다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부터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발레 교습소’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그래서 그는 특별한 분야, 인물이 아닌 세상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전철안의 사람들, 세상의 수많은 책,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아요. ‘낮은 목소리’도 ‘위안부 문제를 다뤄야 하겠다’는 주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게 아닌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할머니들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시작한 이야기예요.”

 현재 변 감독은 그에게 집중되는 관심을 뒤로하고, 이미 다음 작품을 구상 중이었다. “한 달 뒤에는 사라질 스포트라이트잖아요. 대신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관객 분들이 무엇을 생각하든 그게 맞아요. 칭찬을 해주시면 즐거워할 거고, 비판을 해주시면 곰곰이 생각해볼 거예요. 그래야 다음 영화는 어떻게 찍어야 하겠다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2년에 한 번씩 자신의 새로운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영화는 이번 영화보다 조금 더 힘 있고, 정교하고, 뜨거운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여성감독을 꿈꾸는 여학생들 중 그를 ‘멘토’로 삼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의 멘토가 될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여러분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멘토가 아닌 같은 상황에 있는 친구들이에요. ‘저 사람은 무엇을 한 것 같으니 해답을 알고 있겠지’ 하는 것은 오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수천 개의 실수, 수백 개의 함정에 빠지고 겨우겨우 두 세 개의 성공을 했을 뿐이죠. 저는 함정을 피할 방법을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빠졌다가 나온 것뿐이에요. 여러분은 쉽게 좌절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시간이 많으므로 조급하지 않아도 돼요. 시간은 짧지만 인생은 길어요. 여러분의 나이가 ‘고작’ 몇 살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이예진 기자 yegene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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