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90년 전, 일본의 식민주의에 치열하게 대항했던 이화인들은 유관순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이애라(중등과 3회 졸업)씨, 채애효(중등과 9회 졸업)씨 등은 삼일운동에 앞장서다 여러 차례 투옥되거나 고문을 받았다. 1919년 3월1일에는 이화학당 전교생이 함께 대한문 등에서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이번 3.1절에도 본교 항일 운동가를 비롯한 독립 운동가들의 정신을 기리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기도 했다. 1일 MBN, 한국경제 등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는 태극기를 단 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오죽하면 공휴일마다 정부가 태극기 달기 시범 아파트를 지정했을 정도다. 태극기를 달자고 말하는 연예인은 개념연예인이 됐다. 3.1절을 포함한 징검다리 연휴에는 동남아시아 노선을 중심으로 2월23일 대부분 항공의 국제선 주요 구간 예약률이 90%를 훌쩍 넘어섰다. 이 날을 단순한 공휴일이자 아이스크림 체인점인 ‘베스킨라빈스 31’의 할인 날이라고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태극기를 안 달고 삼일절에 여행을 갔다고 해서 애국정신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백남현씨는 “국기게양은 애국자를 추모하기 위한 의식이기도 하지만 태극기를 달면서 스스로 애국심을 저절로 갖게 된다”고 말했다. 3.1절에 사소해 보이는 태극기를 거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위안부 문제 등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로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때에는 더욱 이와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 체결로 식민지 지배 책임에 관한 청구권 문제가 법적으로 다 해결됐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 1월27일 일본 도쿄도가 도립 고교에서 가르칠 일본사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땅이지만 한국에 불법 점거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았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전해 논란이 일었다.

 1일 이명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군대 위안부 문제는 여러 현안 중에서도 조속히 마무리돼야 할 인도적 문제"라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3.1절에 맞춰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가 전면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일본 국민 및 정부에게 이와 같은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 그 시작은 3.1절에 태극기를 걸고 삼일절의 의미와 독립 운동가들의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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