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밀가루, 식물성 기름, 1.5% 소금으로 첨가물이 없는 빵을 만드는 이은영씨

 2월27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세로 근4년 동안 약4천 곳의 동네 빵집이 문을 닫았다. 올해 1월31일에는 30년 전통을 자랑하던 리치몬드 과자점 홍대점이 높은 임대료를 내지 못해 폐점하기도 했다. 반면 본교 앞에 위치한 이은영(사학·88년졸)씨의 ‘나무 위에 빵집(나빵)’은 우후죽순처럼 쓰러지는 동네 빵집 가운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빵 판매를 잠시 중단하고 제빵 관련 서적을 준비하는 이씨에게 2월29일 오후1시 나빵에서 그 비결을 물었다.

 평소 빵 굽기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는 2005년 빵을 먹으면 속이 아팠던 자신을 위해 첨가물이 없는 빵을 만들었다. 그는 주변 친구들에게 빵을 나눠줬고 곧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집에서만 빵을 만들어 팔다가 점점 규모를 키워 2008년에 빵집을 냈다.

 “제가 빵을 정말 좋아하는데 빵만 먹으면 속이 쓰렸어요. 밀가루 탓을 하기엔 유럽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빵을 주식으로 삼고 있잖아요. 빵 속에 든 첨가물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빵을 굽기 시작했어요.”

 이제까지 전문적인 제빵 과정을 배운 적이 없다는 이씨는 시중에 나온 제빵 서적을 참고해 첨가물을 안 넣은 빵이 완성될 때까지 몇 번이고 도전했다. 지금 그의 빵에 들어가는 재료는 물, 이스트, 소금, 설탕, 밀가루, 식물성 기름, 탈지분유뿐이다.

 “오히려 학원에 다니지 않아 제게 첨가물을 넣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됐어요. 처음부터 버터를 넣은 사람은 버터를 넣은 게 맛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오히려 버터를 넣은 빵과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집스럽게 노력한 것 같아요.”

 그는 빵에 들어가는 소금량을 2%에서 1.5%로 줄이기도 했다. 0.5% 줄인 것이지만 사람들은 소금 2%가 든 빵을 먹을 때는 짜다고, 소금 1.5%가 든 빵을 먹을 때는 밍밍하다고 느낀다.

 이씨는 빵에 일반 밀가루보다 2.5배 비싼 유기농 밀가루를, 버터 대신에 식물성 기름을 사용했다. 식물성 기름은 버터, 마가린을 넣었을 때와 달리 빵 모양이 고정되지 않고 주저앉았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못생겼다고 안 좋아했는데 이젠 그 빵 자체를 개성 있게 봐줘요. 빵이 못 생겼지만 먹었을 때 속이 편하니까요. 어떤 손님이 빵 모양마저 예쁘면 오히려 완벽해서 수상하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개시 초반에 나빵에는 하루에 한 명 주문하는 등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첨가물을 넣지 않기 때문에 빵 맛이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빵보다 싱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의 빵은 금세 입소문을 타고 퍼져 판매가 이뤄졌다.

 “2년 새 손님의 입맛도 많이 바뀌었어요. 밍밍하다고 안 찾던 제 빵을 ‘담백하다’며 먹기 시작했죠. 2010년에 와서는 하루에 20명의 손님이 주문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어요.”

 안타깝게도 이씨의 빵은 한동안 만날 수 없다. 이씨는 지난 2월13일부터 빵 판매를 중단했다. 빵에 관한 서적을 펴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빵을 구운 지 10년이 됐고 그동안 많은 제빵 서적을 봤지만 늘 아쉬움이 있었어요. 가장 중요한 레시피를 비밀로 하는 등 꼭 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기도 했죠. 저는 그 부분을 충족시키는 좋은 제빵 서적을 만들고 싶어요.”

 그의 남은 꿈은 지방으로 빵집을 옮겨 한 달에 한 번 이상 소외 계층의 아이들에게 빵 굽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빵 굽는 건 신기한 일이에요. 빵 굽는 걸 한 번 배우면, 빵을 볼 때마다 자신이 빵을 구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돼요. 이 일이 제 인생에 활력을 줬던 것처럼 저도 아이들에게 새 활력을 주고 싶어요.”

박준하 기자 parkjunha@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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