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에서 나눔을 진행한 ‘나눔 벗’ 3인을 만났다. 이들은 이화이언의 벼룩시장, 비밀의 화원 등 게시판에서 예고 없이 물품을 나눈다는 글을 올려 선착순으로 답변한 이화인에게 선착순으로 책, 스티커, 화장품 등의 물품을 나눠줬다. 이들은 자신에게 필요가 없어진 물건을 다른 이화인과 나누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벼룩시장에서 수험서 나눈 최아영씨

최아영(영교·10년졸)씨는 2월 이화이언 벼룩시장에 ‘한국사능력 검정시험 및 일본 로스쿨 적성시험 기출 책을 나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글을 읽고 연락한 두 명의 후배에게 5권의 책을 무료로 나눠줬다. 최 씨가 벼룩시장을 통해 책을 나눈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최 씨가 처음으로 나눔을 결심했던 시기는 2년 전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전국에 나눔 열풍이 불었을 때다. 당시 최 씨는 TV를 통해 책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눔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는 아름다운가게에 책과 옷을 3~4번, 사회단체에 2번, 이화이언에서 2번의 나눔을 했다.

“책장에 쌓아둔 책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태가 깨끗하고 남들도 읽었으면 하는 책을 한 박스가득 채워 아름다운 가게에 보냈어요. 기부를 하고 나서 제가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최아영씨는 앞으로도 나눔을 계속할 예정이다. 갖고있던 첼로를 고아원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 기증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빈곤에 노출돼 있는 아이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쥐어준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 운동’처럼 제가 나눈 첼로가 아이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샤이니 스티커를 나눈 11학번 ㄱ씨

“이화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나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어느 날 열람실에서 옆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열람실에서 초콜릿 하나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이화이언 비밀의 화원을 통해 아이돌 스티커를 7명에게 나눠준 11학번 ㄱ씨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ㄱ씨의 나눔은 본교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이화이언에서 남는 자취물품을 주겠다는 글이나 혼자 먹기에 많은 치킨을 나누겠다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작은 물품을 나눔으로써 소소한 행복을 퍼뜨릴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는 자신의 물건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쓰지 않는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혼자 갖기엔 많은 아이돌 스티커나 작은 규모의 공연 초대권이 있었다.

“샤이니를 좋아해 팬카페에서 스티커를 하나 둘씩 구입하다보니 어느새 조그만 박스를 가득 채웠어요. 저 혼자 다 쓰지 못할 것 같아 나눔 글을 올렸더니 7분이나 연락을 주셨어요.”

ㄱ씨는 인터뷰 당일에도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스티커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만날 시간이나 장소를 조정하는 과정이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나눔을 통해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해요.”

 

△화장품 나눔한 10학번 ㄴ씨

10학번 ㄴ씨는 지난달 말, 비밀의 화원에 예고 없이 글을 올리고 직접 만나 화장품 나눔을 진행했다. “저는 쓰지 않는 물품이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눔을 시작하게 됐어요.”

미용에 관심이 많아 화장품을 모으는 ㄴ씨는 평소 주변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 모아두었던 화장품을 나눠주곤 했다.

이후 ㄴ씨는 이화인에게도 화장품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이화이언을 통해 만난 8명에게 사용하지 않는 약10종의 화장품을 나눠줬다. “돈을 받고 벼룩시장에 팔 수도 있지만 화장품을 많이 모은 제게는 생각했을 때는 사소한 것들이라 돈을 안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증정용 화장품은 무료로 받은 것들이라 판매하기에는 민망하더라고요.”

ㄴ씨는 다른 사람에게도 나눔을 권유하고 싶다고 했다. 물건을 나누면서 이화인으로서의 소속감을 더욱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받는 분들이 감사하다며 작은 음료수를 건네실 때도 있어요. 물건은 제가 나눠줬지만 저는 그보다 큰 따뜻함을 얻고 가는 것 같아요.”

 

유은혜 기자 yoo8277@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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