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해 주세요
나를 사랑해 주세요
  • 김인아(언론·09)
  • 승인 201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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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힘들다. 요새 가장 많이 하는말이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하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취업, 스펙, 다이어트, 인간관계……. 굳이 예를 들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간신히 버티고 있다.

잠깐이라도 힘든 현실을 잊어보려고 TV를 켠다. 그러나 요즘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는 그 안의 세상도 녹록치만은 않다. 수많은 참가자가 제각기 다른 개성을 뽐낸다. 냉랭한 표정의 심사위원 앞에선 아무리 노래를 잘하는 이들도 떨리긴 마찬가지다. 음정, 박자, 가사 어느 하나도 소홀히 생각할 수 없다. 작은 실수도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심사위원들마다 자신만의 평가 기준이 있다. 기준 맞지 않는 참가자는 질타를 받기도 하고 탈락을 하기도 한다. 연습을 할 때도, 힘들어서 잠깐 잠이 들었을 때도 그리고 심사결과에 눈물을 짓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끊임없이 그들을 따라다닌다. 카메라를 통해 참가자들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시선 앞에 노출된다. 그 안에는 우리의 현실이 담겨 있다. 우리도 그들처럼 매 순간 누군가에게 평가 받는다. 타인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어 살아야 할 때도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가 외부의 기준과 평가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억제시킨다. 그리고 괴로워한다. 마치 심사위원의 평가에 맞추려고 자신의 모든 개성을 잃은 채 절망하는 참가자의 모습처럼.

한동안 짧은 옷을 입는 것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누군가가 비웃지는 않을까. 길거리를 다닐 때도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는 것 같았다. 주눅이 들었다. 옷 가게에는 44사이즈가 넘쳐났다. TV에도 잡지에서도 마른 몸이 대접받는 시대. 그 어느 곳에도 나를 위한 자리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몸의 살도 잉여. 나도 잉여인간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참 우습다. 결국 그 모든 생각은 내 안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타인의 행동과 말들을 스스로 상상했다. 나에게 맞지도 않는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처였다. 처절한 괴로움과 슬픔이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나였다. 나 자신이었다. 분명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다. 다른 사람의 판단도 시선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더 강화시키고 나를 옭아매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누군가의 조언을 비판보다는 비난으로 바꾸어 듣는 것은 우리다. 내가 그렇게 만든다.

왜 우리는 늘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올바르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비뚤어진 방법으로 스스로를 괴롭힌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채찍질이라며 우리는 누구보다도 가혹하게 우리 자신을 대한다. 피투성이가 되고 찢겨지는 것을 알면서도 더 세게 내리친다.

우리는 소중하다.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도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는 스스로를 올바르게 사랑해 줄 필요가 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자신에 대해 조금의 여유를 갖는 것. 옭아맸던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야 말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의 시작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간단하다.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학점이 낮아도 취업이 되지 않아도 뚱뚱해도 나는 나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먼저다.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내 안에 있는 나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나는 계속해서 외치고 있다. 나를 봐 주세요. 나를 사랑해주세요. 내 안의 내가 말한다. 사랑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