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제 해결에 나선 ‘민달팽이 유니온’과 지자체들

ㄱ(국제0)씨는 한 달에 70만원을 내고 이대역 근처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다. 매월 사용한 수도세나 전기세, 생활비를 합하면 그는 매월 약100만원을 ‘식주(食住)’를 위해 사용한다. ㄱ씨는 “작년에 고시원에 살았는데 너무 비좁아 불편했다”며 “부모님께서 고시원에 와 보시더니 ‘이렇게 불편한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하셔서 고시원에 들어간 지 보름만에 오피스텔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세와 생활비를 부모님께서 모두 지원해주셔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신촌 지역의 대학생들이 ‘살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창천동의 호박공인중개사 무소 이배진 실장은 “7~8월과 12~2월에는 평소보다 70% 정도 많은 학생이 집을 알아보러 온다”며 “지가가 상승하고 신축, 리모델링한 곳이 생겨 집값이 오른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는 공급되는 물량이 부족해 작년보다 5백~1천만원 오른 편”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대학알리미가 발표한 본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7.8%로, 본교와 재학생 수가 비슷한 성균관대와 경희대의 기숙사 수용률(각각
20.2%,10.3%)보다 낮다. 이 같은 신촌 대학가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생과 지자체가 나섰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20대 모임 ‘민달팽이 유니온’

‘민달팽이 유니온’은 연세대 총학생회(총학)에서 대학생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5월 설립한 조합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이 활동을 시작한 지 약4개월이 지난 23일(금), 공식 홈페이지(snailunion.com)에는 약170명의 회원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결성 후 온라인 공간팀, 반찬 강습(공동 구매)팀, 이사팀, 부동산 문제 상담팀을 구성해 활동해 왔다. 민달팽이 유니온 운영위원회에서는 4~5월 학내 환경미화원과 함께하는 ‘깨알 같은 밑반찬 만들기’를 진행했다. 이사팀에서는 8월 처음으로 이삿짐을 나르는 ‘이사 도움’을 하기도 했다. 부동산과 관련된 상담을 받고 싶은 학생은 홈페이지(wecan48.cafe24.com/xe/snailunion)에 글을 작성해 답변을 받을 수 있다. FAQ 게시판에는 ‘임대차 계약서’, ‘입주 시 필수 확인 사항’ 등이 게재돼 있다. 문의글에 대한 답변은 대영부동산 박은숙 공인중개사가 해준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온라인 공간팀에서 활동하는 연세대 이한솔(신학·10)씨는 “대학생들은 집값을 마련하기 위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학업과 병행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8월21일부터 25일(일)까지 회원들끼리 부동산과 주거 정책에 관련한 책을 읽고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씨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주택 정책에 관한 책인 ‘부동산은 끝났다’ 등의 책을 읽고 토론했다”며 “집을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많은 대학생이 주거 문제에 의식을 갖고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총학은 올 6월 생활협동조합(생협)에 주거난을 겪는 자취·하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을 제안해 이를 신설시키기도 했다. 연세대 생협이 14일(수) 신설한 ‘생협 민달팽이 장학금’은 학교 근처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며 통학하는 재학생의 주거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생협은 9월 장학금 신청자의 소득과 주거 규모를 따져 학기마다 장학생 150명을 선정한다. 19일(월)~29일(목) 신청을 받아 추후 선발된 장학생은 학기 중 4개월간 매달 15만원씩 한 학기에 60만원을 지원받는다. 연세대 총학은 홈페이지(we.yonsei.ac.kr)를 통해 “대학생의 주거 문제는 단순히 개인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아닌 학교와 사회가 함께 고민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합의로 이 장학금제도가 신설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학생 주택 공급나선 서대문구와 서울시

대학생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도 나섰다. 서대문구는 서대문구 소재 대학의 재학생에게 ‘서대문구 대학생 임대주택(임대주택)’을 6월 말부터 공급했다. 홍제동에 있는 이 임대주택은 작년까지 노인요양시설로 쓰였지만 요양자가 적어 폐쇄된 건물이었다. 5월30일~6월17일 약120명의 학생이 입주를 신청해 7월 초 학생 16명이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입주한 학생은 2인 1실로 생활한다.

이곳에 입주한 학생은 보증금 100만원과 방에 따라 월4~5만원의 월세를 낸다. 신촌 지역의 월세가 50만원을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싼 금액이다. 서대문구 교육지원과 이형욱 주무관은 “서대문구에 있는 8개 학교의 학생들이 겪는 주거난이 심하다”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해 그들이 공부하기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본교생 ㄴ씨는 이전에 본교 후문 근처에서 하숙하다 7월 이곳에 입주했다. 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전에는 하숙비로만 매월 40만원을 냈다. 현재 ㄴ씨는 한 달에 5만원을 월세로 내 하숙을 할 때보다 주거비용 35만원을 절약하고 있다. ㄴ씨가 임대주택에서 월세 외에 부담해야 하는 수도세, 전기세도 룸메이트와 나눠내므로 한 달에 5천원정도다. ㄴ씨는 “리모델링한 건물이라 최신식 세탁기, 가스레인지 등이 잘 구비돼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며 “학교까지 버스로 통학하는 데 15~30분정도 걸려 접근성도 좋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서울시와 협력해 내년에 추가로 임대주택을 건립할 예정이다. 서대문구는 연희동 105-8번지에 부지를 확보해 임대주택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대문구는 확보한 건물 지하엔 공영주차장, 지상에는 임대주택을 만들어 71가구를 새로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시 대학생 주택 확대 공급방안’을 통해 내년부터 주거난을 겪는 대학생에게 방을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기존의 다가구 주택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한 ‘유스하우징’을 확대해 매년 150호 300방을 마련하는 계획을 8월10일 발표했다. 내년 총 515호 1천300방을 대학생에게 제공할 계획인 서울시는 내년 이후로 매년 450호 900방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서울시에 소재한 대학교(전문대학 포함)의 재학생 중 수도권 외 지역 거주학생을 우선으로 입주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또한 수급자·차상위계층·도시근로자 평균 소득 50%이하 세대의 자녀 등 저소득층 학생들을 배려해 입주를 결정할 계획이다.

임경민 기자 grey24@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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