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기부하는 송경애 동문

작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첫 여성회원이 탄생했다. 국내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22번째 회원이된 그는 자본금 25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을 연매출 2천600억대의 기업으로 성장시키기도했다. 기업체 전문여행사 BT&I 송경애 대표 이사(경영·84년졸)가 맺은 결실이다.

지금은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체 전문 여행사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1987년 250 만원으로 직원 3명과 여행사 ITS(현재 BT&I)를 열었다. 창업은 예상과 달리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창업 후 3개월 동안 비행기 티켓을 한 장도 팔지 못하고 온종일 판매를 위해 돌아다녔어요. 사교적인 성격이라 이태원이나 공항, 호텔 등을 돌면서 외국인만 보이면 바로 명함을 건넸죠.”

고객 한 명으로 시작했던 여행사가 지금은 P&G, BMW, 스타벅스 등과 같은 약300개의 다국적 기업 및 국내기업을 고객으로 맞는 기업이 됐다. 맞춤형 여행을 지향하는 차별화 전략 덕분에 BT&I의 고객은 서울외국인학교 25년, BMW 15년 등 오래 거래해온 회사가 대부분이다.

“여성이라는 것 덕분에 여행업계에서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할 때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척척 해주는 세심한 서비스만큼 감동적인 건 없죠. 고객이 선호하는 항공사와 항공좌석, 호텔과 호텔의 층수까지도 세심히 관리해 다음 여행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꼼꼼함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다시 찾으시는 것 같아요.”

그는 ‘여행사 대표이사’라는 직함 외에도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7월에 발표한 아시아 기부 영웅 48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인은 송 대표이사를 포함해 4명뿐이었다. 그는 ‘생활 속 기부’, ‘날마다 기부’라는 기부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신문을 보다 알게 된 고액 기부자 모임에 여성 CEO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내가 먼저 시작하면 다른 분들이 동참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죠.”

송 대표이사는 회사 행사날, 가족의 생일, 결혼 기념일 등 특별한 날마다 기부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날들은 축복받은 날이기 때문에 기부를 통해 그 날의 기쁨을 함께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오늘이 가장 소중하며 축복받은 날’의 의미를 기억하기 위함이죠. 작년 남편의 생일인 2010년 8월 28일에는 20,100,828원을 기부했고 두 아들과 제 생일 그리고 결혼기념일에도 ‘사랑의 열매’에 약1억원을 기부했어요. 최근에는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한 날을 기념해서 졸업선물 대신에 졸업식 날짜를 따서 20,110,529원(2011년 5월 29일)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했죠.”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종종 기부 모임에 참석했던 그는 당시에는 ‘왜 아깝게 남에게 돈을 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교육 덕분에 나이가 들면서 점차 내가 얻은 것을 다시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제가 부모님을 보고 기부를 자연스럽게 생각했듯이 제 아이들도 제가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 기부와 나눔에 관심이 많아지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도 의료 봉사를 다니거나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고 있죠.”

실제로 송 대표이사의 자녀들은 학교 내에서 컵라면을 팔아 남긴 수익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해 ‘누들 보이즈(noodle boys)’로 학교 홈페이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날마다 기부’ 외에도 다양한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송 대표이사는 자신의 블로그(kaysong.com) 방문자가 1만명을 넘을 때마다 장애인 복지시설인 ‘한사랑마을’에 휠체어를 기부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판매한 컵라면 수익으로 사랑의 쌀을 구입해 복지기관에 후원하기도 한다.

8월26일 있었던 저서 ‘나는 99번 긍정한다’ 발간기념행사 때도 화환을 받는 대신 기부금을 받아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판매된 도서의 인세는 경영학부에 전액 기부했고 경영대학 도서관에 멘토링에 관한 책 100권도 기증 할 예정이다.

“기부는 특별히 정해놓고 하기 보다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리고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은 꿈을 위해 살고, 우리는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것이 그가 내리는 여행사에 대한 정의다. 그 역시 여전히 꿈꾸고 있다. “회사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나눔 문화에 참여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크진 않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기부와 나눔에 대해 많이 알릴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정서은 기자 west_silver@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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