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칙 제48조 3항에 따르면, 모든 이화여대 학부생은 재학 중 총 8학점의 훈련 학점을 받아야만 졸업할 수 있으며, 채플참석결과는 한 학기 1학점의 훈련학점으로 처리된다. 이러한 졸업 요건으로서의 채플 참석이 비기독교인의 종교의 자유 침해, 8학기 의무 참석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지적받아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대학보의 1990년 8월 27일자 기사에 따르면, 당시 본교 총학생회는 채플에 대한 부정적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채플 개선을 요구하려 했으며, 2004년에는 본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오은영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채플이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채플 의무 참석제도에 대한 꾸준하고 다양한 문제 제기에 대해 학교 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학부생이 4년 간 의무적으로 채플에 참석해야한다는 형식적인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되어왔고, 본교 교목실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겨레신문의 2006년 4월 18일자 기사에 따르면, 본교 교목실의 입장은 “채플은 학교의 정체성이니 만큼 그것이 싫다면 입학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과 “대답은 앞으로도 늘 같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채플이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이라는 이유가 과연 ‘전교생 4년간 의무참석’이라는 학칙에 충분한 정당성을 부여하는지 되묻고 싶다. 건학이념보다는 수능점수에 의존해 대학을 선택하는 오늘날 교육 현실로 볼 때, ‘기독교 학교에 자진해서 들어온 것이니 누구나 당연히 교리에 따라야 한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채플 참석을 자율화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 측의 기존 입장을 융통성 있게 수정해 채플 의무 참석 기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학교 측의 주장대로 채플이 학생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필요한 자리라면, 의무 참석 기간이 줄어든다고 해도 학생들은 채플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 측은 채플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언제까지고 ‘눈 가리고 아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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