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여,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라’

사람들은 말한다. 공기업, 대기업 취직과 각종 전문대학원 입학에 목을 매는 대학생들에게. 또한 그들은 대학생들의 ‘그릇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도전 정신을 주제로 한 각종 강연을 개최한다.

그리고 그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적인 인력 수급, 창업과 벤처기업이 전무한 이 상황이 세상 물정도 모르고 눈만 높은, 그리고 매너리즘에 빠진 대학생들의 탓인 양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당신의 자녀에게도 도전을 요구하십니까? 아니, 당신은 도전하셨습니까?’

어려서부터 우리는 주어진 길을 걸어왔다. 하고 싶은 것, 공부가 아닌 새로운 것에 눈길이라도 주면 어른들은 당장 코앞에 놓인 내신, 전교 등수, 수능에 올인하라며 우릴 닦달했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착실하게 한 계단씩 올라온 우리는 대학에 진학하고 예비 사회 초년생이 됐다. 성인이 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한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고민의 끝은 이렇다. 해야 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 되어 버리는 착각 속에 빠진다.

흔히 말하는 유명 대기업에 입사하고 안정적인 전문직을 갖게 되면 사람들의 칭찬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소위 말하는 명문대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도 이미 경험한 일이다.

20대 초반에 억만장자가 된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학 출신이다. 그는 세계적인 대학을 나왔지만 탄탄대로가 아닌 비포장도로를 선택했다.

실제로 미국에는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과감한 선택을 한 청년들이 많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벤처기업 창업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경영대학원은 스탠퍼드대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UC버클리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미국 아이비리그 혹은 명문대로 손꼽히는 대학들이다.

한국의 언론들은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미국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칭찬한다. 동시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보장된 길을 걷고자 하는 한국의 대학생들을 비판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들에게 비판하는 대상이 잘못됐다고 말하고자 한다.

사실 한국의 대학생들은 마크 저커버그와 다르지 않다. 꿈도 욕심도 많은 20대 젊은이들이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마크 저커버그는 주어진 금메달을 쟁취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갔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모국인 미국은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실패를 감싸주기 때문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미국 실리콘 밸리에선 벤처기업이 실패해도 도덕적인 문제가 없으며 최선을 다한 사실이 검증되면 실패 낙인을 찍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재벌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를 설립하고 대량의 지분을 취득한다. 재벌그룹 아래 있는 계열사들이 하나의 회사에 물량을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행위, ‘일감 몰아주기’가 판친다.

최근 4년간 15대 재벌의 계열사 수는 472개에서 778개로 늘었다. 306개의 신규 계열사는 유통, 전산, 물류, 광고, 식자재 시장 등에 진출해 있다. 소위 ‘돈 되는 직종’은 재벌그룹, 즉 대기업이 독점한다.

이런 행태가 묵인되는 한국 사회는 대기업과 아무 연관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자라나기 척박한 토양임에 틀림없다.

‘대기업 영업이익 증가와는 반대로 중소기업의 성장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기사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도전하는자,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성공했다는 희망적인 소식은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명문이라 불리는 대학을 졸업한 그들이 실패가 뻔히 보이는 길을 걷겠는가?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혹은 실패하더라도 회생의 여지가 있는 곳에서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는다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서 도전하지 않는 그들을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벤처 정신이라고 말한다면 필자는 더이상 대꾸할 말이 없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