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서사, 아프게 읽기
사진의 서사, 아프게 읽기
  • 박준하 문화학술1부 정기자
  • 승인 20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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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look)에 머물지 않고 생각하다(look at)로 나아가 현상을 아프게 읽을 수 있어야”

 기사와 사진은 한 몸이다. 신문 기사를 살피다 보면 유독 눈길이 가는 사진이 있다. 현상을 촬영한 사진은 기술을 넘어 사진 기자의 공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진을 찍는 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사진은 뷰 파인더(view finder)를 통해 관찰되고 사진기 속에 담긴 후 심지어는 인화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목적을 갖는다. 하지만 보다 효과적으로 사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찍는 자는 사진에 특수한 힘을 가하기도 한다.

 기자 정신을 상징하는 ‘카파이즘(생명을 무릅쓰는 기자 정신)’의 주인공 로버트 카파는 전쟁 사진의 신화다. 그는 다섯 차례 종군 기자로 참전하며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담아냈다. 그러나 ‘전쟁 사진의 신화’도 조작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2009년 8월 뉴욕 타임스에서 스페인 파이스 바스코 대학의 한 교수는 오랜 조사 끝에 카파의 ‘총 맞은 병사’ 사진을 찍은 장소가 연출됐다고 주장했다.

 변형, 가공을 가하는 사진은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변형, 가공은 가능하다’, ‘이미 가공한 자체가 사진의 진실을 왜곡한 것’ 등 평가가 엇갈린다. 사진에 대한 판단은 결과적으로 보는 자에게 주어진다.

 기아, 전쟁, 희생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미지를 연상해보자. 당장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잔혹한 행위를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작은 화면을 거치면서부터 이제는 점점 더 뭔가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수잔 손탁의 「타인의 고통」에서는 감성의 정형화에 따른 진부함을 지적한다. 흑인, 여성, 약자의 이미지는 동등한 상대가 아닌 대상이 되어 어느 순간 전형적인 틀을 지닌다. 보는 자는 이러한 진부함에 길들여져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진다.

 가슴이 미어질 듯한 사진들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줄 수 있는 능력을 좀체 잃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사진들은 뭔가를 이해하는 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통의 이미지 앞에서 사람들은 때로 연민을 느끼고 분노를 표하지만, 대부분 거기서 멈춘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은 곧 보는 자의 위치와도 연관 있다. 보는 자는 고통스런 현실에서 동떨어진 안전한 방에서 사진을 관찰한다. 이때 관찰자는 ‘볼 수밖에’ 없는 제한된 환경에서 피사체와 사진을 통해 일정의 거리감을 조성하게 된다. 관찰자는 거리감을 통해 사진 속의 장소에 자신이 없다는 것에 안도하고 현실을 모른 체 한다.

 이 때 관찰자는 사진의 서사를 읽어내야 한다. 서사는 사진이 찍힌 현실의 흐름이자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찍는 자의 의도다. 서사를 읽지 않은 관찰자는 사진의 본래 의미를 잊은 채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1994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케빈 카터의 ‘소녀와 독수리’는 수단 남부의 굶주린 소녀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를 담았다. 이 사진은 당시 여론에서 왜 소녀를 구하지 않고 셔터를 눌렀냐는 비판을 받았고 케빈 카터는 이를 계기로 33세의 나이에 자살을 택한다.

 이 사건을 통해 관찰자의 이해가 정확히 이뤄졌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관찰자는 제한된 환경, 예를 들면 안전한 방에서 사진을 보고 수단의 현실을 인식했다. 관찰자가 케빈 카터에게 했던 비판은 윤리적인 면에서 정당화 될 수도 있다. 동시에 관찰자는 이 사진을 봤을 때 사진이 가지고 있는 의도를 정확히 직시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9월26일 언론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장애인 목욕 사건을 보도했다. 중증장애인시설에 찾은 나 후보가 중증장애 청소년을 취재진 앞에서 발가벗긴 채 목욕시킨 사건이다. 사건은 논란이 돼 28일 장애인단체는 차별을 시정하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위 사건은 보는 자의 의무를 보여준다. 단순히 봉사를 했다는 현상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진의 의도를 발견해 정당한 비판을 했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장애인의 인권을 고려하여 보는 자가 적법한 감시자가 되어 역할을 수행한 사건이다.

 연말연시 유독 모금을 촉구하는 광고가 눈에 띈다. 마른 흑인 소녀가 당신을 응시할 것이다. 이 진부한 사진이 모금 광고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에서 기아로 고통 받는 소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관찰자는 시신경으로 사진을 보기(look)에 머물지 않고 살피다, 생각하다(look at)로 나아가 현상을 아프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