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토) 오후4시30분,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낙원상가의 오래된 건물로 들어서니 갖가지 악기 상점들이 주욱 늘어서있다. 낙원상가는 여러 가지 악기 소리와 상점 직원들의 호객 행위, 악기를 메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그 중 가게 안을 가득 메운 손님과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가게 외부 창틀에 앉아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북적한 곳이 유독 눈에 띈다. 20대로 보이는 사람들 틈 사이로 중년의 남성, 앳된 얼굴의 10대 등 도 보인다. 기타 전문 매장이다.

‘통․블․생(통기타, 블루진, 생맥주)’으로 대표되는 1970년대 ‘청년문화’ 중 통기타가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카페 ‘맥북의 기타 독학교실(cafe.naver.com/macdoc)’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회원(3월19일 기준, 3천277명) 중 여성 회원은 785명, 20대 회원은 1천631명이다. 25일(금) 이 카페의 전체 회원 수는 3만2천999명으로 늘어났고, 그 중 여성 회원은 1만689명, 20대 회원은 1만5천539명이다.

종로구 낙원상가에 위치한 ‘오렌지 악기’ 박수진 사장은 작년 가을부터 통기타 열풍을 체감하고 있다. 기존에는 전체 수익 중 통기타 판매 수익이 약50%를 차지했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약80% 정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는 통기타를 찾는 사람의 연령이 대부분 30대 이상의 직장인이었으나 요즘은 대학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낙원악기상가 점주 및 ‘켄지의 통기타 이야기(tongguitar.co.kr) 등 통기타 관련 인터넷 카페를 운영자들은 대학생들이 통기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2009년 가수 아이유의 통기타 동영상을 시작으로 작년 ‘슈퍼스타K2’의 장재인, 세시봉 등이 떠오르면서 복고 열풍이 시작된 것이다. 2일(금) 오후6시 기준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youtube.com, 한국) ‘최다 댓글 동영상’ 부문 6위와 8위가 정성하군의 기타 연주 동영상이다.

최서희(국문․10)씨 역시 약5개월 전부터 통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본교 중앙 클래식기타 동아리 ‘예율회’에서 활동하면서 2년 동안 클래식기타를 치던 그였다. 최씨는 “MBC ‘놀러와’에서 세시봉이 나와 서로의 노래에 반주를 넣어주는 것을 보고 통기타를 막연하게 동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타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재미있게 칠 수 있는 악기”라며 “클래식기타와 통기타가 내는 음색이 매우 달라 돌아가면서 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사생․08)씨도 11월 초 통기타를 구입해 가수 ‘10cm’의 ‘죽겠네’ 완주를 목표로 연습하고 있다. 이씨는 “대학에 들어올 때부터 통기타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며 “가수 ‘10cm’ 음원을 들으면서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순주(사생․08)씨는 “통기타라고 하면 70년대 분위기가 나서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나이 어린 아이유가 통기타를 들고 나온 이후로 그런 이미지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9월부터 통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동덕여대 황민혜(통계‧09)씨도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는데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을 보면서 기타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통기타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이다. 권씨는 “바이올린이나 플룻 등의 악기도 다뤄보고 싶었지만 레슨비뿐만 아니라 악기 자체도 대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비쌌다”며 “이에 비해 입문용 기타는 10~20만원대면 살 수 있고, 악기만 있으면 혼자서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데임’사의 IRIS D100, ‘크래프터’사의 AF10, ‘오렌지우드’사의 T120 등 입문용 기타는 온라인 매장에서 15~2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최씨는 “피아노는 누구나 치는 악기지만 들고 다닐 수는 없다”며 “통기타는 여기저기 들고 다니면서 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소현 기자 sohyunv@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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