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전윤진씨 인터뷰

▲ '축구보는여자'의 작가 전윤진(약학·08)씨가 웹툰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사진:배유수 기자 baeyoosu@

‘축구보는여자’에 나오는 주인공 ‘륜’은 전국의 축구 경기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그는 오프사이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기도 하며, 전북 현대 소속 이동국 선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아쉬움을 토하기도 한다. 륜은 축구보는여자의 작가 전윤진(약학·08)씨가 투영된 캐릭터이자 이제 막 축구에 입문한 한 소녀를 대변하는 존재이다. 남성 작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축구 웹툰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축구보는 여자, 전씨를 1일(목) 만났다.

“저는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축구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줄 알았어요. 아닌 걸 듣고 오히려 조금 놀랐죠.”
전씨가 축구를 보게 된 데는 축구를 즐겨보는 그의 어머니와 남동생의 영향이 컸다. 그는 올해 자신이 그동안 해외축구보다 국내축구(K리그, Korea League)를 잘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 본격적으로 K리그를 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전씨에게 ‘K리그 명예기자’라는 기회가 생겼다.

“명예기자를 하면 K리그의 전 경기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며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어요.”

전씨는 2009년 본교 온라인 웹진 ‘이화투데이’의 리포터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명예기자에 지원했다. 전씨의 웹툰 ‘아임화인땡큐’를 본 프로축구연맹관계자는 그에게 웹툰을 그려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아임화인땡큐는 이화투데이 리포터로 활동하던 시절 전씨가 그린 웹툰이다. 전씨는 K리그에 처음 입문하는 자신의 경험을 만화에 녹여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축구보는여자를 연재하게 됐다.

축구보는여자는 축구를 보는 여인들이 공감하는, 이제 막 축구에 입문하는 여인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웹툰이다. 이 웹툰은 포백, 오프사이드와 같은 축구 지식부터 K리그 챔피언 결정전 등 K리그의 중대한 사건까지 다룬다.

“1~6화를 연재할 때까지만 해도 주위에 밝히지 않았어요. 그 후 연재를 계속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 나 웹툰작가야’라고 말했더니 지인들이 ‘축구 좋아하더니 결국 사고치는구나’하는 반응을 보였죠.”

그는 경기장 방문, 지인, 축구팬, 연맹 등을 통해 다양한 소재를 얻는다. 국내프로축구 경기는 주로 주말에 열리기 때문에 전씨는 웹툰의 소재를 얻으러 주말마다 경기장에 방문한다. 관람을 하러 가지 못할 때에는 지인들이 추천해준 소재를 토대로 만화를 그리기도 한다.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13화 ‘바보종결’편도 지인인 ‘기범’씨의 이야기이다. 바보종결편은 처음 축구 경기를 예매한 기범씨가 경기장 좌석의 행과 열을 헷갈려 8명의 친구들이 따로 앉아 경기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다. 

“제 웹툰은 13화를 기점으로 전, 후로 나눠져요. 기범이의 이야기를 보고 많은 분들이 제 만화를 알게 됐어요. 많은 분들이 제 만화를 보셔서 기쁘기도 했지만 다음 화에 대한 부담감도 동시에 커졌죠.”

전씨는 학업과 웹툰 연재를 병행하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쉴 틈이 없다. 전씨는 선정한 소재를 토대로 콘티를 짠 후 밑그림, 수정, 색칠을 거친 후 수요일까지 웹툰을 마감한다. 추가적으로 고쳐야 할 것이 있는 주에는 목요일까지 만화를 수정한다. 이렇게 완성한 웹툰은 매주 금요일 K리그 블로그와 다음 스포츠에 업데이트된다. 프로축구는 공휴일, 명절에도 진행되기 때문에 전씨 역시 쉬는 날 없이 매주 연재를 하고 있다.

축구보는여자는 축구보는 ‘여자’에게 초점을 맞췄지만 남성 독자들 역시 많이 본다. 전씨는 다음축구카페 ‘아이러브사커’에서 ‘국축여신(국내축구의 여신)’으로 불리고 있다. 한 축구팬이 전씨의 블로그에서 그의 사진을 본 후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여신이라는 호칭이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웃으며 넘겨요. 작년까지 여신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 실컷 듣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한 여중생이 ‘축구보는여자’의 팬아트를 보내줬어요. 무척 감동이었죠.”

전씨는 축구보는여자의 매력을 ‘말랑함’으로 꼽았다. “제 만화를 좋아해주시는 이유는 편하고 만만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만화의 주인공인 륜은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분들은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세요. 축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남성분들도 만화에 녹아있는 개그를 보며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도 새롭게 느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내년부터 전씨는 약사가 되기 위해 국가고시를 준비한다. 그는 단기적으로 약사가 되는 것이 목표지만 장기적으로는 축구보는여자의 두 번째 시즌인 ‘축구보는약사’를 연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크게 사고를 치고 싶어요. 웹툰 덕분에 저의 미래와 꿈에 대해 이전보다 풍성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저에게 웹툰은 또 하나의 꿈이죠."

 

이예진 기자 yegene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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