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 강의실 사진 촬영 뿐 아니라 출입까지 … 학생들 "공부하는 공간은 보호돼야"

긴 생머리에 다리를 드러내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ECC에서 헬렌관 쪽으로 가고, 다시 돌아와 ECC 1층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모습 16장이 작년 10월27일 본교를 방문했던 한 외국인의 블로그(blog.sina.com.cn/harryzhao****)에 포스팅 됐다. 이 블로그에는 이 밖에도 학생들이 졸업사진을 찍는 모습 10장, ECC 자유열람실2 내부 1장, 커피를 들고 지나가거나 통화를 하는 학생들 모습 36장 등도 함께 게시됐다. 이 뿐만 아니다. 중국 여행정보사이트 ‘여행애호자(旅行愛好者, lvyoufan.com)’에는 이화‧포스코관의 한 교실 칠판과 책상,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본교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학생들의 사진을 찍고, 강의실, 열람실 등 학내 구성원만 이용하는 공간에 출입하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관광객들이 의사를 묻지도 않고 사진을 찍는 게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2008년5월26일자 ‘학내 외부인 많아 학생들 불만’ 기사, 작년 11월1일자 ‘일부 관광객, 초상권 침해‧등교 방해’ 기사를 통해서도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문제와 학생들의 불만을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본교에서 웨딩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으로 퍼졌다. 이번 학기 초 대강당 계단, ECC 11번 출구 주변에서 앞에서 외국인이 웨딩 촬영을 하는 것을 두 차례 목격한 중어중문학과(중문과) ㄴ씨는 “외국인에게 왜 여기서 촬영하는지 묻자 요즘 한국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것이 유행이라며 여행사에서 추천해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총무과 김혜경 직원은 “교내 웨딩 촬영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불허하고 있으며, 발견되는 즉시 촬영을 중지하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중문과 ㄷ씨는 “작년 1학기 학관 2층에서 외국인들이 ‘학교가 좋다’, ‘이 건물은 왜 이렇게 낡았냐’는 등의 대화를 나누며 강의실 문을 열었다”며 “당시 저녁에 강의실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는 중이었는데 방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본교가 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이곳은 수업공간이오니 외부인은 출입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푯말을 정문, ECC 1, 2번 출입구 등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범대학 ㄹ씨는 “ECC에는 상업시설이 있으니까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하지만 열람실 등 학생들이 공부해야하는 공간은 보호되어야 하고,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 푯말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총무과 김혜경 직원은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대학 캠퍼스를 외부인 또는 인근지역 주민으로부터 완전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사회 정서상으로도 어려운 일”이라며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ECC 열람실 쪽 출입문 이용제한, 각관 경비원의 순찰 강화, CCTV추가 설치 및 감시 강화 등 다각도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는 각 건물별로 경비인력을 배치해 주‧야간 정기 순찰 및 특별 순찰을 통해 불법 게시물 부착하는 외부인, 잡상인 등을 제지하는 등 학내 치안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수업이 배정된 강의실과 공간사용이 승인된 공간 외의 강의실 등은 모두 잠근다. 외부인 출입으로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사례를 발견한 한생들은 본부경비팀(02-3277-3399)으로 연락하면 된다.


이소현 기자 sohyunv@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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