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시점에 인터넷 검색창에는 ‘교총, 학생인권조례 저지 연대 결성’이라는 기사가 뜨고 있다. 논쟁이 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내용에는 두발 규제, 체벌, 야간자율학습 강요를 금지하며, 학생 집회를 보장하는 조항 등이 있다. 이에 교권이 더 흔들릴 거라느니 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보수 언론의 가장 큰 타박을 받았던 것은 차별 받지 않을 권리에 ‘성적 지향’이 포함돼있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 내세운 동성애 조장은 안 돼’ 라는 식의 사설들이 쏟아졌다. 도대체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지키는 것이 ‘조장’을 일으킨다는 그 논리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성적 지향’은 서울시 주민 발의안의 바탕이 된 국가인권위원회 법 제 2조 제 3호에 명시돼있으며, 서울시에 앞서 제정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 5조 제 1항 역시 이를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5일 통과된 광주광역시 학생인권조례에도 포함돼있다.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은 또한 국제사회의 평등권 관련 법규 대부분에 명시되어 있는 대표적인 차별금지 사유이다. 지난 6월 17일, 제 17 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통과됐고, 한국 정부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인간성에 비추어 봤을 때 더 이상 정당하지 못한 것이고, 분명히 중단되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와 시대의 요구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9월 7일 발표한 한생인권조례 초안은 ‘성적 지향’을 관련한 항목만 쏙 빼놓은 채 발표되었다. 교육을 가장 최우선해야 할 교육청이 교회나 일부 교육단체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염려해 후퇴한 학생인권조례를 내놓은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의 통과를 바라는 사람들과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위를 둘 다 맞추려는 정치적 장난일 뿐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원안 통과를 촉구하는 성소수자 공동대응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지만, 호모포비아 세력에 서울시가 끝까지 굴복해버린다면 성소수자는 ‘차별해도 되는’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이기에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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