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닙니다. 몸만 다루는 게 아니라 마음, 영혼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인류의 오랜 문화유산이죠.”

누구나 각자의 슬픔이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그는 자신의 슬픔을 요가로 승화시켰다. 본교와 다수의 기업에서 요가를 지도하고, ‘뇌졸중 요가’를 12일(토) 발간한 곽수현(불문·03년졸)씨를 홍익요가연구원(요가연구원)에서 만났다.

그가 요가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다. 곽씨는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어머니의 권유로 1998년 본교 사회체육센터에서 요가를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아프신 뒤로는 대학에 들어와서도 슬픔이나 마음의 상처 때문에 의욕적으로 생활하지 못했어요. 요가를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것은 아니고 어머니가 권하셔서 하게 됐죠.”

당시 그가 겪은 슬픔의 이면에는 어머니의 뇌졸중이 있었다. 부족함 없이 평범한 삶을 살던 고등학교 2학년 때, 시련은 갑자기 찾아왔다. 그는 당시 소설과 영화에서만 봐왔던 상황들이 실재할 수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전까지 어떤 어려움이나 장애가 없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제게 익숙하지 않은 슬픔이었어요. 사춘기 때라 친구들은 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이 서서히 닫히는 느낌이었죠.”

소통의 문을 조금씩 다시 열어준 것은 요가였다. “요가를 하고나서 어느 순간부터 단순히 개운한 느낌이 아니라 몸이 가볍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곽씨는 자신이 느끼는 요가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했고 요가에 대해 더 공부하기 위해 1999년 요가연구원을 찾았다. 그는 재학 중 요가연구원에서 지도과정을 밟았고 졸업 후엔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곽씨는 요가에 대해 알아갈수록 삶의 지혜와 의욕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뇌졸중을 겪으신 어머니께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어머니를 통해 요가를 만났고 슬픔을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잖아요. 어머니의 몸과 마음이 불편하신데 저만 편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요가연구원 설립자이신 이승용 선생님께서도 제가 공부하고 배운 것들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요가의 정신이라며 어머니와 뇌졸중 환자,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책을 써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는 뇌졸중에 초점을 맞춰 ‘증상에 따른 뇌졸중 예방동작’, ‘계절별 뇌졸중 예방동작’, ‘환자 가족을 위한 요가’ 등 상황별 요가 동작으로 책을 구성했다. 이 중 ‘중증으로 의식이 없을 때’, ‘휠체어나 의자에 앉을 수 있을 때’ 등으로 세분화된 뇌졸중 재활 요가는 그가 특히 신경 쓴 부분이다. “요가의 뜻은 조화와 균형, 통일이에요. 요가를 한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는 것에서 시작하죠. 뇌졸중의 대표적인 후유증인 반신마비를 극복하는데 요가의 원리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집필하면서 어머니께서 아프기 전에 요가를 알았다면 예방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의미 없는 후회도 했고 뇌졸중 후유증으로 더 힘들게 고생하는 분들에 대한 연민 등 마음의 벽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을 극복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의 경험이 녹아 있는 ‘뇌졸중 요가’는 이러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뇌졸중에 관해 전문적으로 다룬 요가책은 곽씨의 책이 처음이다. “저는 어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요가를 통해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지조차 몰랐었어요. 경험에서 비롯돼 다룬 부분들이 다른 분들께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젊을 때부터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는 곽씨. 그는 실천하기 힘들더라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규율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건강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여러분들이 원하는 일들을 이루기 힘들어질지도 몰라요. 몸과 마음을 살피는 일이 꿈을 이루기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서은 기자 west_silver@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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