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7분, 여자럭비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라오스 선수들과 몸을 부딪치며 철저하게 수비했다. 경기가 끝남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후 ‘1승’이라는 선수들의 목표는 현실이 됐다. 코치와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는 선수도,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여럿 있었다. 여자럭비국가대표팀은 10월2일 인도에서 열린 ‘2011 아시아 여자 7인제 선수권대회’에서 라오스에 17대12로 승리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작년7월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4전 전패,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6전 전패를 당한 후 처음으로 얻은 1승이었다.

 2011 아시아 여자 7인제 선수권대회를 마지막으로 올해 경기 일정이 끝난 여자럭비대표팀 소속 김선아·송정은(체육과학과 전공 석사과정)씨, 최고야(체육․06)씨를 8일(화) 만났다.

 세 선수는 럭비에 대한 관심으로 럭비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서로 다른 계기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김씨는 대한럭비협회에서 일하던 선배의 소개로 ‘HSBC(홍콩상하이은행) 아시아 5개국 럭비대회’ 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을 계기로 럭비 클럽팀에 들어가게 됐다. 송씨는 김씨의 권유로 럭비 클럽팀에 합류했다. 클럽팀에 들어간 후 두 선수는 2010년도 대표팀 선발전에 참가했고 25명으로 추려진 여자럭비대표팀에 선발됐다. 최씨는 일 년 동안의 호주 유학 시절 TV에서 방송되는 럭비 중계를 통해 럭비를 처음 접했다. 이후에도 그는 종종 럭비 중계를 보면서 럭비에 대한 관심을 키워 나갔다. 그는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올해 럭비 선발전에 참가하게 됐다. 김씨는 본격적으로 럭비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부상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24년 동안 남과 고의적으로 몸을 부딪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서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단 선수들은 그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들은 신체적, 경험적으로 유리한 해외 선수들과 겨루기 위해서 근력운동과 식사량을 조절하며 몸을 키웠다. “오전6시~7시는 근력운동 등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시간이에요.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10시부터 오후12시30분~1시까지 오전훈련을 했어요. 점심을 먹고 오후2시30분부터 6시30분쯤까지는 오후훈련을 하죠” 이와 같은 훈련이 작년에는 6개월, 올해는 4개월 진행됐다.

 훈련 내내 특히 강조된 것은 선수들 간의 팀워크였다. 럭비는 단체운동이기 때문에 경기 중에 선수들끼리 호흡이 맞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표팀은 1차 합숙을 마치고 2차 합숙을 시작할 때 끼리끼리 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제비뽑기로 룸메이트를 다시 선정한다. 최씨는 “주장언니가 ‘서로 마음에 안 들어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며 “서운한 게 있으면 바로 얘기하면서 풀고 선수들끼리 저녁에 모여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말했다.

 럭비대표팀은 승리를 얻기 전까지 언론에서 목표를 물을 때마다 ‘1승’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1승의 의미에 대해 “상대팀보다 우리의 실력이 더 낫다고 생각해 1승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 1승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스스로의 다짐의 의미였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바람대로 여자럭비국가대표팀은 2011 아시아 여자 7인제 선수권대회에서 그토록 원하던 1승을 얻었다. 경기에 출전했던 최씨와 송씨는 “작년에 이루지 못한 1승을 얻어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보다 더 잘하지 못하면 체구가 크고 경험이 풍부한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얻기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다른 나라의 선수들에 비해 체구가 작은 편이지만, 라오스 선수들은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더 체구가 더 작기 때문이다.

 승리는 단순히 반성과 성찰의 계기만은 아니었다. 여자럭비대표팀의 1승으로 여자럭비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아졌다. 지난 10월 국무총리 김황식씨가 여자럭비팀을 오찬에 초대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최근에는 최씨의 미니홈피로 럭비에 관심있는 여학생이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관심과 함께 대한럭비협회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럭비단’을 올해 4기까지 모집했다.

 세 선수는 럭비의 매력으로 ‘다 같이 만드는 운동’이라는 점을 꼽았다. 송씨는 “럭비의 정신은 협동, 희생, 인내다”며 “자신이 다른 팀원을 위해 희생하고, 다른 팀원이 나를 위해 희생해준만큼 내가 더 뛰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트라이(점수 득점)는 한 사람의 득점이 아닌 공을 투입하기 시작하는 것부터 득점을 할 때까지의 7명 모두가 만든 결과물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럭비에서는 단독으로 세레머니를 하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사람의 성장 단계로 보면 아직 신생아 단계에 속하는 2년차 여자럭비국가대표팀.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의 수준이 어느정도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다른 어떤 팀보다 가장 많은 가능성을 가진 팀이다”라고 말했다.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아이처럼 여자럭비대표팀의 무한한 발전을 기대한다.


이예진 기자 yegene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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