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에서 실천까지…행복을 과학적으로 배우는 뉴욕대 학생들

이대학보사 해외 취재팀 특별기획 -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2>뉴욕대, 행복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다
이론에서 실천까지…행복을 과학적으로 배우는 뉴욕대 학생들


(편집자주) 미국 뉴욕에 위치한 뉴욕대(New York University)에는 자존감, 건강 등 행복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변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강의가 있다. 학생들은 강의를 통해 행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배워 실생활에서 직접 적용하기도 한다. 알란 슐랙터(Alan Schlecter)교수의 ‘행복의 과학(The Science of Happiness)’이 바로 그것이다. 본지,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 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업을 듣기 위해 4일(금) 뉴욕대를 찾았다.

‘행복의 과학’ 강의는 긍정 심리학을 토대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긍정 심리학은 행복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E. P. Seligman)은 자신의 저서 ‘긍정심리학-진정한 행복 만들기’ 4장에서 행복 공식을 소개한 바 있다. ‘H=S+C+V’ 공식에서 H는 영속적인 행복의 수준, S는 이미 설정된 행복의 범위, C는 삶의 상황, V는 개인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V(개인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는 영속적인 행복의 수준(H)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긍정 심리학은 행복으로 다다르는 방법을 과학적인 연구의 결과로써 설명한다.

25명의 학생이 듣는 세미나로 출발한 ‘행복의 과학’은 지금은 약100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대형 강의로 바뀔 정도로 인기가 높다. ‘행복의 과학’을 강의하는 슐랙터 교수는 “수업에서는 긍정 심리학과 정신 건강, 그리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극복하는 방법과 그것을 다루는 법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행복을 위해서 알맞은 목표를 설정해야…학생들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시하는 수업 ‘행복의 과학’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행복, 그리고 풍요로운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알란 슐랙터 교수의 ‘행복의 과학’ 수업이 4일(금) 오후12시30분 미국 뉴욕에 위치한 뉴욕대의 25번 건물에서 진행됐다. 행복의 과학은 우울증, 불안 장애, 식이 장애, 자살 등 정신 질환을 미리 예방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쳐 학생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수업이다.

총14주에 걸친 ‘행복의 과학’ 수업은 긍정 심리학 입문, 의미 있는 목표, 육체적 건강(잠, 운동) 등을 주제로 진행된다. 4일(금) 진행된 수업의 주제는 ‘의미 있는 목표(meaningful goals)’였다.

슐랙터 교수는 목표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중요한 목표를 갖는 것과 의미 있는 대상을 추구하고 가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모두 스스로의 행복과 삶의 질을 증진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을 위해선 알맞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는 “그러나 두 가지 목표가 상충되거나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슐랙터 교수는 목표를 설정하기까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로 자원(resource)과 동기를 꼽았다. 자원에는 IQ, 사회적 기술 등의 능력과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 등 사회적 자원, 돈이나 소유물과 같은 물질적 자원이 있다. 동기는 욕구와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데 슐랙터 교수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을 인용해 욕구에 대해 설명했다.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욕구 소속감과 애정욕구, 존경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순으로 충족된다. 즉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는 약해진다. 그는 “긍정 심리학에서는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생리적 욕구와 관련이 있는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슐랙터 교수는 ‘슈와츠(Schwartz) 박사의 이론을 예로 들어 가치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힘이라는 가치를 쫓는 사람의 목표는 사회적 권력, 권위, 부 등이 될 것이고 안전이라는 가치를 쫓는 사람은 안보, 사회질서 등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며 “사람의 목표는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슐랙터 교수는 자신의 인생 목표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나의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그리고 의미 있는 직업을 갖는 것, 마지막으로 내 힘으로 살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돈을 버는 것이 내 목표”라며 “여기에는 나의 욕구와 가치가 적절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행복의 과학’ 수업의 기말 과제로 학생들은 자신만의 의미 있는 목표(meaningful goals)를 설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이웃들과 비눗방울 불기, 허드슨 강에서 산책하기, 방 청소하기 등 각자 하는 활동을 발표한다. 2~3명의 학생은 긍정 심리학을 토대로 자존감, 행복, 육체적 건강 등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하고 이를 글, 영상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제출한다.

강의를 수강하는 조세프 안조라(Joseph Anzora, 1학년)씨는 “실생활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강의를 들은 후, 나는 가능한 한 내 일상을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매주 모여 ‘자기보고’ 시간 갖는 학생들…행복해지는 방법을 실생활에 적용

“사람들이 양자변화(Quantum Change, 강력한 자기 변화)를 겪을 때는 언제라고 생각해?”
“죽어갈 때 아닐까? 난 죽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지켜볼 때 가장 큰 변화를 겪는다고 생각해.”
“변화는 가치관과 경험에 따라서 얼마든지 생기는 거야. 우리는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변하고 있어.”

3일(목) 오전11시 워싱턴 스퀘어 공원 근처에 위치한 한 10평 남짓한 강의실에선 25명의 학생들이 양자변화와 정신적 안정, 명상을 주제로 한창 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뉴욕대에서 진행되는 ‘행복의 과학’ 강의의 일부인 자기보고(Recitation) 수업이다.

약200명의 수강생이 25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나뉘어 진행하는 자기보고 수업은 행복의 과학 강의의 특징 중 하나다. 자기보고 수업 출석여부, 참여도가 성적에 상당부분 반영돼 수강생은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한번, 1시간 동안 출석한다.

이 시간에 학생들은 지난 수업시간에 배운 행복 실천 방법을 어떻게 적용시켰는지 얘기를 나누거나 참고자료를 함께 읽고 토론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강의내용을 더 깊게 이해하고,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 시키는 법을 익히게 된다.

테오 머카디오(Theo Mercadio, 4학년)씨는 “소그룹으로 모여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이 강의가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는다”며 “자기보고 수업은 서로 행복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공유해 행복을 과학적 관점에서 사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행복의 과학 강의의 자기보고 수업은 다른 강의에 비해 훨씬 더 소모임 지향적이고 개인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들은 잠버릇, 운동시간 관리 등 본 수업에서 배운 내용의 주제를 갖고 개인적 경험을 서로 얘기한다. 이 날 수업에서도 25명의 학생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일주일 간 행복을 느꼈던 경험을 털어 놨다. 린제이 하워드(Lindsey Howard, 자유전공․3학년)씨는 “청소를 끝내면 마음이 안정된다”며 “매주 행복해지기 위해 청소를 한다”고 말했다.

에비 램프래샤드(Avi Ramprashad, 4학년)씨는 잠버릇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램프래샤드씨는 “누구라도 잠버릇에 대해선 말할 거리가 있고, 재밌다”며 “각자 ‘잠자리에 들기 전 먹기’나 ‘영화보기’같이 잠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의견을 털어놓고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jh5619@ewhain.net
변주연 기자 yksbj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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