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단풍따라~ 캠퍼스의 가을을 걷다
길따라 단풍따라~ 캠퍼스의 가을을 걷다
  • 정서은 기자
  • 승인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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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흰구름 푸른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 가을서리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더 좋아라 / 하느님이 나를 위해 산색을 꾸며내도다
「청구영언」의 저자 김천택이 말한 단풍예찬이다. 날이 조금 추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초록이 걷히고 고운 단풍이 캠퍼스를 수놓았다. 이화를 물들인 매혹적인 색은 본교에 있는 약140종의 나무와 약40종의 화초가 뿜어내는 것이다.

자연사박물관은 2010년 생물다양성의 해를 맞아 ‘생물다양성’ 전시에서 교내 운동화길과 뾰족구두길을 기획했다. 본지는 운동화길, 뾰족구두길을 따라 윤석준 기술원, 최선아 연구원과 함께 이화의 가을을 찾아 길을 나섰다.

오르다보면 숨이 가빠지는 언덕배기 운동화길과 학생문화관을 돌아 나오는 짧은 동선의 뾰족구두길에 가을빛이 찬란하다. 최선아 연구원은 “학생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이화캠퍼스에서도 4계절 내 다양한 식물들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터벅터벅 운동화길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떠나는 가을산책은 자연사박물관 앞에서 출발해 본교에서 가장 높은 곳인 북아현문에서 끝난다.

자연사박물관과 나란히 위치한 조형예술관의 앞쪽에 황토빛이 일렁인다. 얼핏 보면 플라타너스 같지만 플라타너스와 달리 끝이 움푹 들어간 모양의 잎을 가진 튤립나무다. 플라타너스 길은 체육관에서 ECC까지 오르는 길을 따라 이어져있다.

조형예술관을 지나 음악관으로 이어지는 곳에서부터는 메타세콰이어 길이 펼쳐진다. 겨울이 되면 촘촘한 잎들이 갈색으로 물드는 메타세콰이어는 유럽의 어느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기도 한다.

메타세콰이어길 입구의 왼쪽은 주황색물감과 노란색물감을 섞어 뿌려놓은 것 같다. 동요 ‘반달’에 등장하는 계수나무가 심어져있기 때문이다. 하트모양(♡) 잎을 가진 계수나무는 색 뿐만 아니라 잎 모양까지 낭만적인 광경을 풍긴다.

이 길에 아직 물들지 않은 단풍나무도 자리하고 있다. 단풍잎에 있는 안토시아닌 색소는 일조량이 풍부한 곳에서 당류가 합성돼야 붉은빛을 발한다. 이곳은 햇빛이 충분히 들지 않기 때문에 캠퍼스에서 가장 나중인 11월중순~말에야 단풍이 든다.

헬렌관을 지나 중앙도서관(중도) 길로 들어서면 은행나무가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난다. 중도와 법학관 언덕길에는 봄철 흰 꽃을 뽐내던 벚나무와 밤나무가 붉은잎과 갈색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우리집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 불그숙숙히 물든 나무는 단풍나무가 아니라 루브라 참나무다. 잎이 붉은색이라 단풍과 착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도토리가 오밀조밀 열려있다.

가을을 대표하는 은행나무는 본관 앞, 사범대학 앞 등에서 샛노란 빛을 발하고 있지만 게중 으뜸은 한우리집과 북아현문을 잇는 길이다. 고지대에 부는 바람에 따라 넘실대는 샛노란 잎들을 보고 있으면 책 「노란손수건」의 마지막 구절이 떠오른다.

‘나무는, 그 참나무는 온통 노란 손수건이 물결로 뒤덮여 있었다. 20개, 30개, 아니 수백개가 바람 속에 환영의 깃발로 마구 물결치고 있었다.’

△ 또각또각 뾰족구두길
시작은 운동화길과 같다. 운동화길이라면 헬렌관을 지나쳐 중도로 향하겠지만 뾰족구두길은 헬렌관 앞 은행나무에서 왼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그러면 본관 앞에 이미 총천연색이 스며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봄마다 희고 부드러운 꽃잎을 하나씩 떨어뜨리던 백목련은 이제 노란빛으로 물든 잎을 떨어뜨린다.
본관 앞뜰은 은행나무가 흩뿌린 제 분신들로 온통 노랗다. 잘 여문 벼를 수확하는 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본관 왼쪽에선 새빨간 당단풍 한그루가 사람을 반긴다. 단풍나무와의 차이점은 잎의 갈라진 정도로, 당단풍나무는 잎이 9~11개로, 단풍나무는 잎이 5~7개로 갈라진다.

본관에서 이화·포스코관(포관)쪽으로 나오면 김활란동상 뒤편에 자리한 새빨간 나무를 볼 수 있다. 이는 단풍나무가 아니라 복자기나무다. 만지면 타오를 것 같이 붉게 빛나는 복자기나무는 가을단풍 중에서도 예쁘게 물드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학생들이 빙 둘러앉아 쉬곤 하는 포관 앞 나무는 느티나무다. 빗방울 모양으로 생긴 느티나무 잎은 갈색과 주황색으로 물들어 이화의 가을풍경에 멋을 더한다.
포관에서 학관으로 통하는 계단에선 은행나무 군락이 운치있는 풍경을 자아내고, 후문에서 생활관 쪽으로 올라오는 길은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은 단풍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학생문화관 숲도 낙엽이 떨어져 사부작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어우러져있고 부드럽고 은은한 갈색빛 낙우송이 또다른 경치를 만들어낸다. 낙우송은 메타세콰이어와 비슷하지만 잎이 호생(엇갈려 나는 것)이다.
뾰족구두길의 마지막은 대강당계단 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ECC 동산은 황금빛으로 가득하다. 군데군데 보이는 빨간 나무는 화살나무다. 가지에 2∼3줄의 날개가 달려있어 화살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연사박물관 윤석준 연구원은 “나무가 이화의 역사를 상징한다”며 “이화 캠퍼스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어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화의 가을 캠퍼스를 노을과 나뭇잎이 물들이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이화에 내린 가을의 여운을 느껴보자.

정서은 기자 west_silver@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