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심리학 전문가 서은국 교수 인터뷰

본지는 한국 대학생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와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행복 심리학 강의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연세대 위당관 405호에서 서은국 교수(심리학)를 만났다.

대학생을 비롯한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까닭은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행복은 감정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타인의 인정을 받고 과시할 수 있는 것을 갖거나 갖추어야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이 외연적인 것에 치중돼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병리적인 현실이다. 행복을 잘 느끼는 국가의 문화적 특징을 보면 한국과 반대다. 남을 의식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 주관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서 기쁨을 느끼는 성향이 강하다.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과 국가의 문화적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달라

보편적으로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문화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행복감이 낮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는 한국, 일본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높다. 개인의 욕구가 집단의 욕구와 부딪히는 것이 한국과 일본 문화의 특성 이다.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이 줄어들게 되면 행복해지기는 굉장히 어렵다.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문화 차이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면
다른 사람과의 윤택한 사회 관계망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의 연구 자료를 보면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높다. 한국 문화의 경우 내집단, 즉 나의 가족, 친한 친구와는 결속력이 굉장히 강한 반면 외집단에겐 냉담하다. OECD에서 다른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이나 신뢰도가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개인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문화라는 것인가
아니다. 행복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은 유전이다. 뇌에서는 여러 가지 호르몬과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렇듯 특정 호르몬이 활성화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런 것이 행복의 개인차로 나타난다. 행복학, 긍정심리학 책을 서술한 많은 저자는 행복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당연히 알고 있는 유전적 요인에 대해 거의 언급 하지 않고 행복은 손쉽게 바뀔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단순화된 이야기다. 어떨 때는 과장된 내용이 없지 않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행복을 쉽게 느낄 수 없는 원인이 있다면

한국 사회는 경쟁적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남보다 우월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깊게 박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불행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고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 비교를 통해 행복을 느끼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불행으로 가는 독소 역할을 한다. 경쟁심이 만연하게 퍼져있기 때문에 '저 친구보다 잘하지 못하면 그만큼 나에게 행복해지는 기회가 적어질 것'이라는 일종의 피해의식도 갖게 되는데 이는 비합리적인 생각이다.

연세대에서 8년간 ‘행복의 과학’이라는 강의를 맡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행복에 대한 강의를 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최근 행복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미국과 국내의 많은 대학에서 관련 강의를 한다. 행복을 소개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대부분의 강사는 간접적으로 듣고 읽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또 단순한 메시지 같은 것들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전달한다. 이 때문에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왜곡된 인상을 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런 단순한 메시지를 듣다 보면 역효과가 발생하는데 긍정심리학에서 하는 이야기가 허황된 이야기라고 들리거나 배신감마저 느낄 수 있다.

한국의 대학생은 대체로 경제적 문제를 심리적문제보다 많이 느끼고 반면 미국의 대학생은 심리적 문제를 경제적 문제보다 더 큰 문제점으로 인식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은 물질주의적인 사고를 많이 한다. 실제로 한국은 굉장히 부유한 국가다. 전 세계에는 한국보다 가난한 국가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돈과 같은 물질에 집착한다. 이것은 고쳐야할 태도다. 행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인데, 최근의 연구를 보면 돈을 생각할수록 타인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성향이 나타난다. 이는 불행으로 치닫는 지름길이다. 대학생마저도 이러한 우를 범하고 있다.

사회영역에서 미국 대학생은 한국보다 학업, 취업보다 대인관계로 인한 문제로 더 많이 고민했는데 

미국 대학생은 한국에 비해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고 관심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백만장자가 되도 사회적 관계가 제대로 안 되어있으면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에 대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좋은 사회적 관계가 행복의 가장 큰 조건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행복해지고자 하는 대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한국 대학생들은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에 만 신경 쓴다. 정작 자기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이나 결과는 보지 못한다. 흔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기 전에 다른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먼저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으로 4년을 허비하면 아무 것도 안 남는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비위에 맞추지 말고 나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가져야 외부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행복에 다다르는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방법이 있다면
남이 하는 일을 따라 하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더 만나고 다른 목적을 위한 만남은 줄이면 된다. 즉, 일이던 사람이던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나에게 즐거움을 많이 주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 행복에 다다르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길이다. 


이지훈 기자 ljh5619@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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