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과 결혼비용
통일비용과 결혼비용
  • 조동호 교수 (북한학협동과정)
  • 승인 201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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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통일 논의가 활발하다.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사실 우리의 미래는 통일을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통일논의가 지나치게 경제적 준비에 대한 논의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미래의 통일’을 이야기하다 보면 ‘오늘의 준비’로 연결되는 것은 필연적이고도 당연하다. 그리고 통일비용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준비의 핵심이 통일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사전 준비로 귀결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으로 인해 준비라는 단어는 항상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미리 준비하자”는 말은 늘 옳게 느껴지고 원론적으로는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운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준비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는 법이고 형편에 맞는 적절한 규모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고 해서 스무 살, 서른 살의 나이에 수의를 미리 준비해 놓지는 않는다. 수의를 할 돈이 있으면 우선 오늘 입을 옷을 장만한다.

통일비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일세를 걷어서 통일기금을 조성함으로써 통일비용을 미리 준비하자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결혼비용을 예로 들어 말해보자.

첫째, 통일기금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규모가 전제되어야 한다. 적절한 규모에 대한 논의 없이 통일기금을 준비하자는 말은 무의미하고 무책임한 말일 수 있다. 얼마 전 한 결혼정보회사의 자료를 보니, 요즘 평균적인 결혼비용이 1억 3천만원이란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결혼할 때 반드시 1억 3천만원을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평균치일 뿐, 결혼은 자기 형편에 맞게 하는 법이다. 통일비용의 경우도 거론되는 통일비용은 일종의 평균적인 추정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통일비용 추정치를 근거로 그 중의 얼마를 통일기금으로 사전에 조성하자는 논의는 문제가 있다. 먼저 우리 경제의 능력, 우리 국민의 부담의사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비용이란 단어를 쓰긴 하지만, 결혼비용은 전부 사라져 버리는 비용이 아니다. 하객 식사비용이나 예식장 임대비용 같은 것은 소멸되는 비용이지만, 집을 장만하는 비용, TV, 냉장고, 침대, 가구 등을 사는 비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거기에서 나오는 효용을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말은 비용이지만, 사실은 투자의 개념에 가까운 것이다. 통일비용의 경우도 도로, 철도, 공항을 건설하고 새로 공장을 지으며, 학교와 병원을 건설하는 비용은 사실은 투자인 것이다. 이러한 투자성 비용까지를 합해서 통일비용으로 정의하고, 그 중의 일부를 통일기금으로 조성하자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게다가 그러한 건설은 대부분 우리 기업이 맡을 것이므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비용이 아닌 것이다.

셋째, 통일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딸의 나이가 서른 살 가까이 되고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다면, 당연히 결혼비용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통일 가능성으로 따지자면 딸은 아직 초등학생 정도이다. 물론 북한의 예상치 못한 급변사태의 발생으로 인해 통일이 갑자기 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부터 막대한 통일기금을 쌓자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기회비용의 차원에서 볼 때 그럴 돈이 있다면 우리 경제를 잘 키워 나가는 데에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요즘 복지 논쟁에서도 보이듯이, 우리 경제는 한편으론 성장을 계속 추진해 나가면서도 복지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있다. 국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그만큼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은 우리 경제를 위해서 돈을 쓰고, 그래서 우리 경제를 질적 양적으로 건실하고 튼튼하게 잘 키워 나간다면 통일이 언제 되더라도 통일비용을 무리없이 조달할 수 있다. 마치 내가 아직 말단사원인데 언제 결혼할지 모르는 어린 딸의 결혼비용을 위해서 돈을 안 쓰고 쌓아 놓는 것보다는 자기개발에 사용해서 무난히 임원되고 사장되면 아이의 결혼비용쯤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결국 통일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현재의 시점에서 미리 통일세, 통일기금으로 준비를 하자는 말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다.